스위스 로슈(Roche)는 계열사 제넨텍이 개발한 CD20☓CD3 T세포 관여(engaging) 이중특이항체 ‘룬수미오주’(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 mosunetuzumab-axg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23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허가된 적응증은 적어도 2회에 걸쳐 전신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는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濾胞性, 또는 소포성) 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의 3차 치료제다.
올해 7월 6일 FD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아, 이번에 가속승인을 얻었다. 향후 3상 확증시험을 통과해야 승인이 유지될 수 있다. 이중특이항체로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룬수미오가 처음이다.
룬수미오는 B세포 표면의 CD20과 T세포 표면의 CD3을 이중으로 표적하는 약물이다. 악성 B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T세포를 조절하는(redirection) 기전을 가졌다. 앞서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올해 6월 8일, 동일한 적응증에 대해 ‘룬수미오’를 조건부 승인했다.
FDA는 로슈 측이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상 ‘GO29781’ 임상시험에서 도출될 자료를 근거로 룬수미오를 승인했다.
이 임상에서 룬수미오는 중앙값 18.3개월의 추적조사 기간 중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이 22.8개월로 나타났고, 완전반응률(종양 완전 위축) 60%(90명 중 54명), 객관적반응률(종양의 축소)은 80%(90명 중 72명)로 각각 집계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는 14.9개월의 추적기간(중앙값)에 반응유지기간 중앙값 22.8개월을 보였다. 12개월 및 18개월의 반응유지기간을 보인 비율은 각각 62%, 57%였다.
룬수미오 치료 후 최초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의 중앙값은 1.4개월[1.0-11], 최초 완전관해에 도달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의 중앙값은 3개월[1.0-19]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다. 특히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24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52.5%(47/90명)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70%가 치료 종료 후 최소 18개월 동안 반응을 유지했으며[95% CI: 57-84], 반응지속기간은 약 2년(22.8개월 [95% CI: 10-ne])에 달했다.무진행 생존기간은 17.9개월[10.1–NR]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도중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생명에 위협적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으로 환자의 39%에서 나타났다. 다만 14%는 저등급(2급)이었고, 치료를 마치면 해소됐다. 중증인 3급은 2%, 최중증인 4급은 0.5%에서 나타났다. CRS의 평균 증상 지속 기간은 3일이었다. 이밖에도 피험자의 20% 이상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피로(36%), 발진(34%), 발열(24%), 두통(21%) 등이었다.
환자의 10% 이상에서 나타난 비정상 임상 수치는 림프구 수 감소, 인산염 감소, 포도당 증가, 호중구 수 감소, 요산 증가, 백혈구 수 감소, 헤모글로빈 감소, 혈소판 감소 등이었다.
룬수미오는 외래 통원치료를 통해 정맥주사로 투여 받지만, 이상반응이 발견될 경우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3등급 이상 CRS가 발생하면 룬수미오 투여를 즉각 증단하고 증상 소멸 시 재투여해야 한다.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최고 의학책임자 겸 글로벌 제품개발 대표는“현대 의료 수준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포성 림프종은 재발이 흔하며 기존 치료제 불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룬수미오는 혈액암 분야에서 20년 이상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로슈의 노력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로슈는 몇 주 안에 미국에서 룬수미오를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투여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룬수미오의 피하주사 제형도 개발 중이다.
모수네투주맙은 2건의 3상 임상시험을 포함해 탄탄한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중 ‘CELESTIMO’ 임상은 FL에 대한 2차 이상 치료제로서 룬수미오와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병용요법으로 설계된 시험이다. 리툭산(Rituxan, 또는 Mabthera : 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 + 레블리미드 병용요법과 비교하게 된다.
또 다른 ‘SUNMO’ 임상은 미만성(彌慢性)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위한 2차 이상 치료제로서 약제로 룬수미오와 ‘폴라이비’(Polivy 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 polatuzumab vedotin)를 병용하는 요법을 평가한다. 개발하고 있으며,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초기 치료 라인에서 ‘룬수미오’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룬수미오, 비용·투여 편의성에서 노바티스 ‘킴리아’ 대비 우위
여포성 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에서 거대 B세포 림프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악성질환으로, 재발과 완화가 반복되는 대표적 난치성 질환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게 CAR-T세포 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는 비호지킨 림프종을 비롯해 기존의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혈액암 분야에서 유망한 치료 효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킴리아주’(KimriaI, 성분명: 티사젠렉류셀·tisagenlecleucel),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예스카타’(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후발 경쟁치료제인 ‘브레얀지’(Breyanzi 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 lisocabtagene maraleucel) 등이 있다.
하지만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에서 유래된 세포를 기반으로 맞춤형 제조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의 측면에서 환자에게 주는 부담감이 크다. 이들 환자맞춤형 CAR-T 치료제는 2주 이상 걸리는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쳐야 하고, 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킴리아의 1회 투여 약값은 미국 기준 47만5000달러에 달한다.
반면 룬수미오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즉시 투약할 수 있고 약가 또한 CAR-T 치료제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또 높은 치료반응률, 기성품 형태의 제품 가용성,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 투여가 가능한 편의성, 투여기간이 한정돼 있고 계속 치료할 필요가 없는 점, 다른 항암화학요법제와 병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경쟁 우위로 꼽힌다. 이에 따라 룬수미오가 향후 CAR-T 치료제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제프리스(Jefferies)의 분석가들은 지난 6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룬수미오를 최대 연간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블록버스터 기대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