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반의 CSL베링(CSL Behring)이 개발해 온 성인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인 ‘헴제닉스’(Hemgenix: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 etranacogene dezaparvovec-drlb, 코드명 CSL222 또는 AMT-061)가 22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헴제닉스는 제9혈액응고인자(FIX) 관련 고기능 복제본 유전자(FIX-Padua)를 변형되고 무해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5(AAV5) 운반체에 담아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단회용 유전자 치료제다. 이 유전자는 간 내부에서 발현해 제9혈액응고인자 단백질을 생성시켜 혈중 제9혈액응고인자의 수치를 높임으로써, 출혈 발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FIX-Padua는 표준 F9 유전자보다 8배에 달하는 9인자 혈액응고 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회 투여하므로 간편하다.
헴제닉스는 현재 제9혈액응고인자 예방요법제를 사용 중이거나, 현재 또는 과거에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증상이 나타났거나, 중증의 자연출혈발작이 거듭 나타나는 성인 B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허가됐다.
헴제닉스는 FDA 기준으로 5번째 유전자 치료제가 됐으며 올해로는 3번째다. 2017년 12월 18일, 노바티스의 ‘레버선천성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 성분명 Voretigene neparvovec-rzyl)가 처음 허가됐다. 2019년 5월에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를 위한 노바티스의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가 두 번째로 승인됐다.
올해에는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의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Zynteglo 성분명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 betibeglogene autotemcel, 일명 베티셀)이 8월 17일에, 같은 회사의 대뇌부신백질이영양증(cerebral adrenoleukodystrophy, CALD, 일명 로렌조오일병) 유전자치료제 ‘스카이소나’(Skysona, 성분명 엘리발도진 오토템셀, elivaldogene autotemcel, 일명 엘리셀(eli-cel)이 9월 16일에 각각 승인받았다.
헴제닉스는 CSL베링이 원개발사인 벨기에 유니큐어(UniQure)로부터 2020년 6월, 선불 계약금 4억5000만달러에 최대 16억달러의 마일스톤을 얹혀주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유럽의약품청(EMA)는 올해 3월 28일 시판승인신청(MAA)을 접수하고 심사에 들어가 머지않아 승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CSL베링은 호주의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CSL리미티드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몽고메리 카운티의 ‘킹오브프러시아(King of Prussia)’ 소재 자회사다.
헴제닉스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중등도~중증의 B형 혈우병을 나타내는 18~75세 성인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입증됐다. 유효성은 남성 환자의 연간 출혈률(ABR) 감소 수준이 기준으로 설정됐다.
2건의 시험 가운데 1건에 참여한 54명의 피험자를 보면 제9혈액응고인자 대체 예방요법제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감소시킨 데다 연간 출혈률이 치료 시작 시점에 비해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헴제닉스의 부작용은 간 염증 효소 수치의 상승, 두통, 경도의 주입 관련 이상반응, 인플루엔자 유사증상 등이다. 이에 따라 환자는 주입 관련 이상반응과 혈중 간 효소 수치의 상승 유무를 모니터링받아야 한다.
헴제닉스는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혁신치료제’ 등으로 지정받아 이번에 최종 승인을 얻었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은 “혈우병 유전자치료제가 지난 20년 이상 곧 발매될 것 같은 상황(on the horizon )에 있었다”며 면서 “혈우병 치료제에 개발에 진전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출혈발작 예방‧치료제가 환자들의 삶의 질에 역효과를 미칠 수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승인은 B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B형 혈우병과 관련한 과중한 부담을 겪어야 했던 환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발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B형 혈우병이란 제9혈액응고인자의 결함 또는 불충분한 수치로 인해 나타나는 유전적 출혈장애의 일종을 말한다. 상처를 입었거나 수술 또는 치과시술을 받은 후 장시간 계속되는 출혈 또는 과다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명확한 이유 없이 출혈발작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출혈발작이 장시간 계속되면 관절 출혈, 근육 출혈, 뇌를 포함한 내부장기 출혈 등의 중증 합병증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혈우병에서 B형 혈우병의 비율은 15% 안팎이다. B형 혈우병의 유병률은 인구 4만명당 1명 꼴 정도로 알려진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 수가 약 600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B형 혈우병 환자들은 남성들이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량이 중등도 내지 중증을 보인다. 여성은 B형 혈우병 보인자들(carriers)를 갖고 있더라도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인자들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10~25% 정도는 경도 증상들을 나타내고, 드물게는 중등도 또는 중증 증상을 내보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B형 혈우병의 치료는 제9혈액응고인자 대체요법제를 정맥주사제로 투여해 혈액응고인자가 충분한 수치를 나타내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출혈발작을 예방하는 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B형 혈우병 환자는 연간 3.5일의 노동일수 감소를 경험하고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감소는 환자 1인당 1만3000달러에 이른다.
헴제닉스의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다. 약가가 350만달러 책정됐다. 참고로 진테글로는 280만달러, 스카이소나는 300만달러로 약가가 매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