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심혈관계‧신장계 약물 자문위원회(Cardiovascular and Renal Drugs Advisory Committee, CRDAC)가 다프로두스타트(daprodustat)의 승인을 지지하는 표결 결과를 내놓았다고 26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다프로두스타트는 만성 신장병(CKD)으로 투석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지 않은 성인 빈혈 환자 치료제로 올해 4월 19일에 신약승인신청서(NDA)가 제출됐으며 내년 2월 1일까지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의거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투석 환자 대상 승인 찬반 의견
CRDAC 투표 결과 투석 동반 CKD 환자의 빈혈 치료에서 다프로두스타트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는 데 자문위는 찬성 13표, 반대 3표로 지지했다.
찬성 의견을 낸 Inova Heart and Vascular Institute의 크리스토퍼 오코너(Christopher O’Connor) 박사는 “투석 환자군에서 유효성을 충족했다. 심혈관계 영역에서의 안전성 시그널이 적혈구 생성 촉진제(erythropoiesis-stimulating agent, ESA)보다 더 선호된다고 느꼈다”며 “ 환자들이 치료받는 동안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SA로는 암젠의 ‘에포젠’(Epogen 성분명 Epoetin alfa)과 얀센의 ‘프로크리트’(Procrit 성분명 epoetin alfa) 등이 있다.
반대표를 던진 미국 미시시피대 대학병원의 의학부 학과장인 자베드 버틀러(Javed Butler)는 “궁극적인 이점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며 “다프로두스타트 투여군과 비투여군에 대한 전반적인 증거를 볼 때, 예컨대 심장 관련 데이터 등 나에게 관심 있는 데이터 등을 봤을 때 다프로두스타트가 환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용 사례를 전반적으로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 투석 환자 대상 승인 찬반 의견
반면 투석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비투석) 성인 빈혈 동반 CKD 치료와 관련해서는 다프로두스타트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웃도냐는 질문에 찬성 5표, 반대 11표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비투석 환자에 대한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크냐는 질문에 찬성표를 던진 메릴랜드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인 아프신 파사(Afshin Parsa)는 “승인을 찬성하지만, 위험 증가에 대한 잠재적 우려가 있으므로 적절한 환자 및 의사 교육과 안전성 경고 문구의 배치를 통해 많은 우려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표를 던진 시더스사이나이병원(Cedars Sinai) 심장연구소의 노엘 바이레이 메르츠(C. Noel Bairey Merz) 박사는 “1차 평가지표는 비열등성을 입증해 충족됐다고 느꼈다”면서도 “위험 증가가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지만 오늘 들어본 데이터는 위험 증가에 대해 불확실성을 남겼고, 위험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 이면의 데이터
경구용 저산소증 유도인자 프롤릴 수산화효소(Hypoxia-inducible factor prolyl hydroxylase, HIF-PH) 저해제의 일종이다. HIF는 저산소 상태에서 인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산소 감지 경로가 켜지고 혈관신생, 적혈구생성, 해당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상향 발현하도록 유도한다. HIF-PH(hypoxia-inducible factor-proline dioxygenase와 같은 말)는 HIF를 분해하는 효소다.
다프로두스타트는 3상 ‘ASCEND’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NDA가 제출됐다. 이 임상시험은 총 5건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1차 평가지표(혈중 헤모그로빈 수치)를 충족했다.
이 중 비 투석치료 환자(ASCEND-ND)와 투석치료 환자(ASCEND-D)를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임상 결과는 지난해 11월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 메디신’에 게재됐다.
이들 임상시험 결과 비 투석치료 및 투석치료 환자들 가운데 다프로두스타트를 투여한 치료의향(intention-to-treat) 환자군은 기존 표준요법제인 ESA를 사용한 대조군과 비교해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개선됐거나 목표치인 10~11.5g/dL 이내로 유지된 게 입증됐다. 특히 비투석(ASCEND-ND) 및 투석 환자(ASCEND-D)에서 다프로두스타트는 주요심혈관계이상반응(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MACE)이 ESA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두 연구의 공동 1차 평가지표였다.
FDA가 CRDAC 회의에 앞서 사전 배포한 브리핑 문서는 약물의 위험성 대비 유익성 프로파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문서들은 임상연구들이 ESA와 유사한 효과를 제공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환자가 경구 약물 옵션을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편안하게) 느끼는지는 포함하지 않았다. 브리핑 문서는 잠재적인 안전성 리스크만을 평가했다.
투석 의존 환자에서는 심부전과 출혈성 위미란으로 입원할 위험이 있었다. FDA 문서에 따르면 다프로두스타트가 MACE의 위험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시키지는(unacceptably increase)’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비 투석 의존 환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비투석 환자군에서 다프로두스타트는 심장마비 및 뇌졸중에 대한 ‘추정된 위험 증가(elevated estimated risks)’를 포함해 심부전 및 출혈성 위미란의 위험도 추가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다프로두스타트가 이러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ESA도 유사한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프로두스타트의 향후 전망
따라서 다프로두스타트는 미국에서는 투석 의존형 CKD 환자에서만 부분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 3월 다프로두스타트의 허가신청 건을 접수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EMA의 승인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0년 6월 ‘더브록’(Duvroq)이란 브랜드로 다프로두스타트를 만성 신장병 동반 빈혈 치료제로 승인했다. 더브록은 일본에서 가장 선호되는 HIF-PH 저해제로 자리잡았다.
만성 신장병은 전 세계 환자 수가 약 7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환자 7명당 1명꼴로 빈혈을 동반해 유병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IF-PH 저해제 가운데 지난해 8월 HIF-PH 억제제 계열인 피브로겐(FibroGen) 및 아스트라제네카(AZ)의 록사두스타트(roxadustat)가 FDA로부터 승인 거절을 당했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소재한 신장질환 전문 제약기업 아케비아테라퓨틱스(Akebia Therapeutics)이 개발한 바다두스타트(vadadustat)도 올해 3월말 FDA 신약승인신청이 반려됐다. 둘 다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임상을 통해 이를 보완하라는 취지였다.
록사두스타트는 이미 중국, 일본, 한국, 칠레, 유럽연합 등에서 ‘에브렌조정’(Evrenzo)이라는 브랜드로 허가됐으나 미국 시장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제품력이 떨어진다는 게 개발사들의 판단이다.
바다두스타트는 2020년 6월 29일 일본에서 투석 및 비투석 만성신장병 적응증을 승인받아 아케비아의 현지 파트너인 미쓰비시다나베파마(Mitsubishi Tanabe Pharma)가 ‘바프세오’(Vafseo)라는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HIF-PH 저해제의 미국 승인이 험난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ESA 시장을 석권한 암젠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