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의 계열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카이트파마(Kite Pharma)가 같은 캘리포니주 멘로파크(MENLO PARK)에 본사를 둔 면역항암제 및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레퓨지 바이오테크놀로지스(Refuge Biotechnologies)와 글로벌 독점적 라이센스 제휴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레퓨지는 독자 보유한 유전자 발현 조절 플랫폼을 적용해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한을 카이트파마에 양도했다. 레퓨지의 플랫폼은 발현 조절전략을 이용해 표적유전자의 전사(轉寫)를 억제하거나 활성화시키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시스템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확보된 초기 자료에 따르면 고도의 모듈형 플랫폼은 1세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항원 의존성 유전자 발현(antigen-dependent gene expression)을 조절하는 데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레퓨지의 플랫폼은 CAR-T의 획일적인 항체 반응을 지양하고 정상세포는 보호하면서 암 항원에 보다 특이적인 공격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수정 설계가 가능한 게 강점이다.
CAR-T는 혈액암에서는 효과가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형종양에 대한 효과는 여전히 애매하다. 그 한계로는 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고형종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단백질이 정상 세포에서도 낮은 수준으로 발견돼 종양세포만을 겨냥해 CAR-T 세포 치료제에게 특이적인 지시를 내리고 건강한 세포를 보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고형 종양에서 관찰되는 CAR-T세포의 제한된 지속성과 종양에 도달하고 종양의 중심을 관통하기 어려운 특성이다.
카이트파마는 레퓨지의 혈액암 관련 지적재산권 포트폴리오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면서, 혈액암 적응증에 적용할 합성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 라이브러리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레퓨지는 고형암 적응증과 관련한 전권과 프로그램들을 보유하게 된다.
카이트파마의 프란시스코 마린콜라(Francesco Marincola) 세포치료제 연구 부문 글로벌 대표는 “1세대 자가유래 CAR-T세포 치료제들이 일부 혈액암 환자들에 대한 치료효과에 획기적으로(dramatically) 변화를 가져왔지만 더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 다가가려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게 많다”며 “CAR-T세포 치료제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카이트파마는 차세대 세포치료제들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퓨지바이오테크놀로지스 플랫폼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으로 우리의 내부 연구역량과 결합시켜 더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 장기적 관해를 유도할 수 있는 신세대 CAR-T세포 치료제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2개의 CAR-T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1세대 CAR-T 치료제 ‘예스카타’(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는 2017년 10월 18일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으로 처음 허가받았고, 2021년 3월 5일엔 전신요법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로 두 번째 승인을 얻었다. 2022년 1월 31일에는 CAR-T 세포치료제 투여로 인한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과 독성신경증상을 스테로이드의 예방적 투여를 통해 대거 줄일 수 있다는 라벨 업데이트에 성공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두번째 CAR- T세포 치료제의 일종인 ‘테카터스’(Tecartus, 성분명 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brexucabtagene autoleucel)는 2020년 7월 24일 성인 불응성 또는 재발성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적응증을 얻은 데 이어 2021년 10월 1일에 18세 이상 성인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전구체(precursor)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으로 허가받았다.
레퓨지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징 자오(Jing Zhao)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연구단계에서부터 생명을 구할 치료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세포치료제 분야의 리더 가운데 한곳으로 손꼽히는 카이트파마야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덕분에 우리가 독자 보유한 플랫폼의 가능성을 한층 심도 깊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카이트파마와 혈액암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각종 고형암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내부 연구와 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켜나가겠다”고 소개했다.
합의에 따라 카이트파마 측은 계약 선불금 외에 연구, 개발, 제조, 발매에 소요될 비용을 전액 부담키로 했다. 레퓨지는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성과금을 받기로 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