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ADP 리보스 폴리머라제(poly ADP-ribose polymarase, PARP) 저해제들이 난소암 1차 치료제로 라인을 확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효성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PARP 억제제를 난소암이 아닌 전립선암으로 기수를 돌리고 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승인해줄지는 상황이 복잡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의 PARP 억제제인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와 화이자의 동일 기전 ‘탈제나캡슐’(Talzenna, 성분명 탈라조파립 토실산염, talazoparib tosylate)가 긍정적인 전립선암 3상 임상결과를 내놔 주목된다.
우선 루브라카는 BRCA 또는 ATM 돌연변이가 있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에서 화학요법 또는 2차 안드로겐 차단요법제에 비해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9% 줄였다고 클로비스가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 13일에 가속승인을 받은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및 탁산 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BRCA 돌연변이(생식계 그리고/또는 체세포) 관련 성인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 적응증을 확증 임상을 통해 정식 승인으로 승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루브라카는 3상 TRITON3 임상에서 방사선학적 무진행생존기간(radiographic progression-free survival(rPFS) 중앙값이 11.2개월로 나타나 의사선택요법 대조군(화학요법제 도세탁셀 또는 차세대 안드로겐수용체 저해제인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자이티가정’(Zytiga 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 또는 화이자·아스텔라스 ‘엑스탄디연질캡슐’(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미드, Enzalutamide) 등에서 선택)의 6.4개월을 크게 추월했다. 아울러 종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대조군 대비 50% 줄였다. 이런 효과는 주로 BRCA 변이가 있는 하부그룹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클로비스는 2023년 1분기에 BRCA 하위 그룹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지만 임상 참여자를 더 늘릴지 FDA와 논의할 계획이다. ATM 변이 하위 그룹의 임상 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TM 변이군에 대한 탐색적 분석에서 루브라카는 위험 감소를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 이들 하위군에서 루브라카 투여군은 rPFS가 8.1개월을 보였지만 대조군의 6.8개월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환자 전체생존기간과 관련한 성숙한 데이터는 실제로 ATM 하위군 중 대조군에서 더 유리하게 나타났다. 이는 미성숙 중간분석이긴 하지만 BRCA 하위군에서는 루브라카 투여군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및 미국 머크(MSD)의 PARP 억제제인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은 2020년 5월 20일엔 자이티가 또는 엑스탄디 이후 진행된 상동 재조합 수선(HR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mCRPC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린파자는 PROfound 임상에서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와 비교할 때 ATM 하위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탐색적 분석에서는 린파자가 이전에 탁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루브라카의 TRITON3 임상에서 표적으로 삼은 동일한 집단)에서 더 나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탁산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클로비스의 CEO 패트릭 마하피(Patrick Mahaffy)는 3일 보도자료에서 루브라카는 TRITON3 임상에서 현존 표준요법인 화학요법제보다 우수한 무진행 생존기간을 입증한 최초의 PARP 억제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루브라카의 최신 mCRPC 데이터는 클로비스가 1차 화학요법제에 반응한 난소암 환자를 위한 1차 유지요법제로 루브라카를 FDA가 승인하도록 요청한 직후에 나왔다. 클로비스는 더 성숙한 환자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FDA의 지난 5월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완 없이 지난 9월 13일 FDA에 신청서를 접수해버렸다.
FDA는 명백한 PARP 억제제들의 난소암 진행 억제 이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치료 환자에서 후기 라인(3차 또는 4차) 치료제로는 오히려 생존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잠재적인 해로운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루브라카, 린파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제줄라캡슐’(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 등이 각각 올해 5월, 8월, 9월 자발적으로 미국에서 난소암 후기 라인 치료제 적응증을 철회했다.
이런 규제가 루브라카의 mCRPC 적응증으로도 확대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린파자는 대조적으로 PROfound 임상에서 BRCA 또는 ATM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하위군에서 자이티가 또는 엑스탄디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전체생존기간 연장 이점을 입증했다.
루브라카 못잖게 화이자의 PARP 억제제인 ‘탈제나캡슐’(Talzenna, 성분명 탈라조파립 토실산염, talazoparib tosylate)이 전립선암 3상 TALAPRO-2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화이자는 상동재조합복구(HR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거나 없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PARP 억제제 탈제나와 엑스탄디 병용요법을 평가한 이 임상연구의 톱라인 결과를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임상시험 결과 탈제나와 엑스탄디 병용요법은 위약+엑스탄디에 비해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r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키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1차 평가지표는 사전에 정해진 위험비(HR) 0.696을 초과했다.
분석 시점에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의 개선 경향도 관찰됐지만 이 데이터는 아직 미성숙했다.
또 연구자 평가 rPFS, 전립선특이항원(PSA) 반응, PSA 진행 소요 기간, 전체 반응률을 포함한 기타 2차 평가지표에 걸쳐 이점이 관찰됐다. 다른 2차 평가변수들도 분석이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아직 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톱라인 분석에서 탈제나와 엑스탄디의 안전성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치했다.
TALAPRO-2의 세부적인 결과는 조만간 열리는 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탈제나는 현재 유방암 적응증만을 갖고 있는데 전립선암 적응증 획득을 위해 세계 보건당국과 타진할 계획이다.
화이자 글로벌 제품개발부 암·희귀질환 최고개발책임자 크리스 보쇼프(Chris Boshoff) 박사는 “엑스탄디는 전이성 CRPC, 비전이성 CRPC, 전이성 거세반응성 전립선암(mCSPC)에서 전체 생존이 입증된 세계적인 표준 치료제”라며 “TALAPRO-2의 강력한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결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번에 산출된 rPFS는 이번 임상 조건을 갖춘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결과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데이터는 탈제나와 엑스탄디 병용요법이 승인될 경우 HRR 유전자 변이 상태에 관계없이 mCRPC에 대한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 세계 보건당국들과 이러한 데이터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이자 글로벌 항암제 및 미국 항암제 사업부 총괄 수니트 바르마(Suneet Varma)는 “TALAPRO-2의 흥미로운 결과는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남성을 위한 화이자의 오랜 노력을 강조하고 다음 과학적 돌파구를 제공한다”며 “이 강력한 병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립선암에 대한 탈제나가 화이자 항암제 포트폴리오에서 다음 잠재적 블록버스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탈제나와 엑스탄디 병용요법은 HRR 결핍 mCS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3상 TALAPRO-3 임상(NCT04821622)에서도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