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후발 PD-1 면역관문억제제 ‘젬퍼리주’(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 dostarlimab)가 비소세포폐암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놔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를 추격할 계기를 마련했다.
GSK는 PERLA 2상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독립적 중립심사에 의해 결정된 고형암 반응평가기준(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urs. RECIST)에 따른 객관적 반응률(ORR)을 충족했다는 헤드라인 결과를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임상시험은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NSCLC)이 있는 1차 치료 환자 243명을 대상으로를 도스탈리맙 및 화학요법 병용요법과 펨브롤리주맙 및 화학요법 병용요법을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PD-1 억제제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시험이었다.
다만 이 연구는 젬퍼리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으며 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PERLA 임상에서 도스탈리맙의 안전성과 내약성 프로파일은 이전에 실시된 유사한 요법의 임상시험 결과와 일치했다. 가장 흔한 치료 후 이상반응은 빈혈, 무력증, 구역, 변비, 기침, 호흡곤란, 구토, 식욕 감소, 호중구감소증 등이다.
이와 관련, 키트루다는 이번 임상시험 대상과 동일한 적응증을 가진 Keynote-189 임상에서 화학요법제와의 병용요법이 화학요법 단독요법(알림타+백금착제)에 비해 사망위험을 51% 감소시킨다고 2018년에 발표한 바 있다. .
MSD는 지난 9월 11일 Keynote-189 임상의 업데이트 결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5년 생존율 19.4% 달성했다고 밝혔다. 반면 화학요법 단독요법은 11.3%에 그쳤다. 사망위험은 병용요법이 단독요법 대비 4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이 아닌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KEYNOTE-407 연구 결과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카보플라틴 및 파클리탁셀 또는 알부민-결합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5년 생존율은 18.4%로,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의 5년 전체 생존율 9.7% 대비 높았다.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은 사망 위험률은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 대비 29% 낮췄다.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7.2개월,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군은 11.6개월이었다.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모두에서 지속적인 5년 생존 혜택을 입증한 최초의 면역항암제다.
GSK는 이번 PERLA 임상의 1차 평가지표와 주요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PD-L1 발현 하위그룹의 결과를 포함한 전체 결과를 조만간 개최될 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GSK는 이전에 항 PD-1 또는 PD-L1 치료와 백금착제 포함 이중 화학요법을 받고 병이 진행된 비편평 및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COSTAR Lung 연구를 임상 3상 단계로 진전시키기로 했다. 이런 결정은 임상시험이 프로토콜에 따라 사전 지정된 확장 기준을 충족했음을 고려한 독립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COSTAR Lung 임상 3상 시험은 선택적 항 TIM-3 단일클론항체 코보리맙(cobolimab)과 도스탈리맙 병용요법, 도스탈리맙과 도세탁셀 병용요법, 도세탁셀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무작위, 개방표지 연구다. 젬퍼리와 코볼리맙은 원래 아냅티스바이오(AnaptysBio)가 발굴됐으며 지금은 GSK에 인수합병된 테사로(Tesaro)에 라이선스 아웃됐다.
GSK는 NSCLC에서 1차 치료제로서의 젬퍼리를 어떻게 개발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막강한 키트루다에 정면 도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경쟁 압력이 덜한 영역에서 젬퍼리를 포지셔닝하는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GSK 항암제 개발 글로벌 총괄 헤샴 압둘라(Hesham Abdullah) 수석 부사장은 “이러한 임상시험들은 도스탈리맙이 특히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환자에서 단독으로 사용되거나 표준요법 및 미래 새로운 암 치료제와 병용되면서 자사 면역항암 기반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중추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 내에서 항암제 간 1대1 임상시험은 드물다. 일대일 임상시험은 드물다. 그러나 PD-1/PD-L1 시장의 경쟁자라면 업계의 압도적 선두인 키트루다와의 대결이 불가피할 수 있다.
PD-1/PD-L1 억제제를 자체 개발하는 제약사라면 임상시험을 위해 키트루다 구입하는 게 임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고, 키트루다란 거목을 상대하면서 R&D 유연성이 제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후발 PD-1/PD-L1 후발주자가 새로운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탐색하려면 먼저 PD-1/PD-L1 단일요법으로서의 능력을 어느 정도 입증해야 한다. 적어도 NSCLC 1차 치료제라면 키트루다와의 비교평가를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 릴리 및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信達生物制葯)의 PD-1 억제제인 ‘타이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 sintilimab)를 진행성 비편평 NSCLC 1차 치료제로서 화학요법(알림타+백금착제)과 병용하는 요법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피험자가 아시아계 단일 인종으로 국한된데다가 전체생존기간( OS)이 아닌 무진행생존기간(PFS)를 평가지표로 삼았고, 약효를 PD-1 억제제 계열의 시금석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로리주맙 Pembrolizumab) 대신 화학요법제와 비교한 점을 지적하면서 FDA는 승인을 거절했다.
아울러 리제네론의 PD-1 억제제 ‘리브타요주’(Libtayo 성분명 세미플리맙, CEMIPLIMAB-RWLC)의 화학요법 병용요법에 관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FDA 승인은 당초 결정 시한인 2022년 9월 19일을 넘기고 지연된 상태다. 그만큼 비소세포폐암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에서 키트루다에 대한 도전의 벽은 높은 상태다.
젬퍼리는 2021년 4월 22일에 미국에서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을 나타내는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 같은 해 8월 17일에는 dMMR 재발성 또는 진행성 암종불문 고형종양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된 바 있다. 젬퍼리는 올해 말 신규 진단된 자궁내막암에 대한 3상 Ruby 임상시험의 톱라인 판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데이터는 젬퍼리의 운명과 자궁내막암 시장에 미칠 파급력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