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3년 만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21일부터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생후 6개월 이상~만 9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생애 최초로 접종을 받는 경우에만 해당되며, 1차 접종 4주 후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만 13세 이하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는 10월 5일부터 접종을 받을 수 있다. 고령층의 경우 75세 이상은 10월 12일, 만 70~74세는 10월 17일, 만 65~69세는 10월 20일부터 각각 접종이 시작된다.
당국은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이 예고된 만큼 어린이와 임신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에 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독감백신 접종을 앞두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걱정이 크다. 독감백신 제조시 바이러스 균주를 배양할 때 계란을 배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지만 당장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아이, 알레르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면역저하자 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윤호주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1일 "일반적으로 아나필락시스는 약물이나 음식물, 곤충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페니실린계 주사 등을 맞은 후 의료기관에서 30분 가량 대기하라고 하는 것은 부작용 등 이상반응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전격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다. 이 질환은 급격히 진행되는 전신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므로 급박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위험하다. 세계적으로는 평생 유병률이 0.05~2%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증가세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은 식품, 벌독 등 곤충의 독소, 항생제·해열진통제·조영제 같은 약물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5년간 성인 알레르기 쇼크 환자로 확진된 17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성인의 경우 약물에 의한 환자가 47%로 가장 많았고 식품(25%), 벌독(16%), 운동(6%) 등이었다. 식품의 경우 영유아는 우유와 계란, 그 외 연령대는 땅콩·잣·호두 같은 견과류, 새우 등 해산물, 과일류, 메밀·콩·밀 등 곡류, 번데기 등에 의해 흔하게 알레르기 쇼크를 겪는다.
증상은 알레르기물질에 노출된 즉시 혹은 수 십 분~수 시간 이내에 입안 혹은 얼굴이 붓는다. 피부가 가렵고 붉게 변하거나 두드러기가 생긴다. 기침, 쌕쌕거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삼키거나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호흡이 가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거나 혈압이 떨어져 실신할 수 있다.
구역, 구토와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불안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윤 교수는 "독감백신은 제조시 유정란을 먹이로 바이러스를 키우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독감백신 사망은 대부분 고령이고 기저질환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환자의 경우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피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원인 알레르기에 대한 진단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혈액검사, 피부반응시험을 통해 가능하다. 진단은 원인물질을 활용해 알레르기가 초래되는지 확인하는 유발시험을 이용한다.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만 알레르기 전문의 주도 하에 응급처치 준비를 한 후 시행해야 한다.
만일 아이의 계란 알레르기 중증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 후 원인 모를 알레르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접종 전 의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지침을 통해 독감백신을 접종하고서 달걀 알레르기 때문에 숨이 답답하거나 어지럼증이 생긴 적이 있다면 의사의 지도에 따르고, 심한 급성 쇼크 경험이 있으면 아예 접종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