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남자 A씨가 등이 아프다고 췌장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내원했다. 아버지가 86세 때 췌장암으로 수술받은 가족력이 있어 더욱 걱정이 많았다. 진료 결과 등 통증이 간헐적으로 움찔하게 1분 이내로 아팠으나 허리를 굽히거나 몸을 뒤틀 때 통증이 더 심하게 발생한 점, 황달·식욕부진·체중감소·지방변 등 다른 췌장암 의심 증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췌장 통증이 아닌 것으로 추정됐다. 정형외과에 의뢰돼 검사해보니 근육통이었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무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암센터의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 추이는 13.9%로 9명 중 1명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다. 췌장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등 통증이나 황달이 있으면 췌장암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등 통증으로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등 통증만으로 병원 찾은 환자, 췌장암 진단되는 경우 거의 없어
등 통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등과 연결된 다양한 근육부터 대상포진 같은 신경질환, 심지어 심장 근육이나 갈비뼈의 문제로도 발생한다. 주광로 교수는 “실제로 등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만, 대부분 신경성(과민성), 건강염려증, 운동 부족, 부인과질환, 근골격계질환 등이 원인이었다. 췌장암 발생 비율은 약 1만명당 한 명꼴로, 발병 가능성이 낮은 질환이기 때문에 등 통증만으로 췌장암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부위 명확하고·잠깐 아프고·특정 시간에만 아프면 췌장암 아냐
물론 등 통증이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으로 인해 등 통증이 발생하면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 위치는 췌장 부위 즉, 명치 뒤쪽이며 아픈 부위가 명확하게 그어지지는 않고, 통증이 시작되면 한 시간 이상 오래 지속된다. 간혹 다른 곳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등 한 곳을 명확히 콕집어 아픈 곳을 지적하는 경우, 스트레칭이나 등을 쭉 펴면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 허리를 돌릴 때 잠깐 순간적으로 아픈 경우는 대개 췌장암으로 인한 통증은 아니다. 췌장암은 체중감소, 식욕감퇴, 당뇨병, 췌장효소 부족으로 인한 묽은 변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동반 증상을 함께 검토하며 진단을 내리게 된다.
췌장 낭종, 암으로 발전하지만 정기검사 통해 완치 가능
등 통증 외에 췌장 낭종이 있다는 소견도 췌장암을 걱정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모든 낭종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점액성 낭종이 있는 경우에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검진 시에 낭종 소견이 있으면 이후 주기적으로 검사가 필요하다. 주 교수는 “췌장 낭종이 단기간에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여러 지표를 통해 암이 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제때에 치료하면 췌장암이 되기 전에 완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강경수술로 낭종만 제거, 빠른 회복·적은 통증 강점
췌장 낭종을 제거해야 할 경우 요즘은 미세침습 수술인 복강경수술을 이용하여 낭종만 절제한다. 복강경수술은 배의 근육 등 조직을 자르지 않고 구멍 하나만 뚫어 시술할 수 있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최근 낭종 부위에 항암제나 에탄올을 투여해 낭종을 괴사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으나, 낭종의 형태에 따라 적응증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에탄올 때문에 췌장 전체가 녹아내릴수도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췌장암, 갑자기 발생하지 않아 정기적인 관심으로 막아야
췌장 낭종은 갑자기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가 매우 느린 경우 당장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잊고 살라는 것은 아니다. 주 교수는 “췌장 낭종이 있어도 100세가 넘어야 암이 된다면 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주치의와 함께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