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인 얀센파마슈티컬컴퍼니의 ‘텍베일리’(Tecvayli, 성분명 테클리스타맙 teclistamab)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RRMM) 치료제로 EU 집행위원회로부터 24일(현지시각) 조건부 승인을 취득했다. 텍베일리는 성인 RRMM의 단독요법제로 허가받았다.
텍베일리는 면역조절제,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제, 항 Cd38 항체를 포함해 최소한 3회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고, 마지막 치료 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RRMM 환자에게 4차 치료제로서 처방된다.
텍베일리는 B세포성숙항원(BCMA)과 CD3 수용체를 모두 표적으로 삼는 이중 특이적 항체로서 기성품(off-the-shelf) T세포 경로변경(redirecting) 약물이다. CD3 양성 T세포가 BCMA 발현 골수종 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계열 최초 이중특이성 항체다. 미국에서는 2021년 12월 29일 허가신청이 제출됐으나 아직 승인받지 못했다.
텍베일리의 이번 EU 승인은 다발성골수종 4차 치료제로서 얀센바이오텍(Janssen Biotech)과 중국 레전드바이오텍(Legend Biotech)이 공동 개발한 CAR-T 치료제 ‘카빅티’(Carvykti 성분명 실타캅타진 오토류셀, ciltacabtagene autoleucel, 코드명 LCAR-B38M, 별칭 실타셀, Cilta-cel)과 적응증이 똑같다.
카빅티보다 먼저 시장에 나온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CAR-T 치료제인 ‘아베크마’(Abecma: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idecabtagene vicleucel, 코드명 bb2121, 별칭 이데셀, ide-cel)도 다발성골수종 4차 치료제다. 아베크마는 2021년 3월 26일, 카빅티는 2022년 2월 28일에 FDA 승인을 얻었다.
재발성·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치료를 위한 항 B세포 성숙화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결합체(anti drug conjugate, ADC)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블렌렙’(Blenrep: 벨란타맙 마포도틴-blmf, belantamab mafodotin-blmf, 개발코드명 GSK2857916)은 2020년 8월 6일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항 BCMA 제제로, 또 ADC로 첫 승인이었다. 하지만 5차 치료제여서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
텍베일리는 최초의 이중특이항체로서 바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제인 것이 강점이다. 반면 카빅티와 아베크마는 환자 혈액 속의 T세포가 다발성골수종을 공격하도록 유전적 조작을 해야 하고 긴 제조공정과 높은 치료비용이 들어 제한이 많다.
텍베일리와 비슷한 경쟁 양상을 보이는 것은 로슈의 CD20☓CD3 T세포 관여(engaging) 이중특이항체 ‘룬수미오’(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 mosunetuzumab)다. 이 약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적어도 2회에 걸쳐 전신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는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濾胞性, 또는 소포성) 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 3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7월 6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오는 12월 29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기성품 치료제인 룬수미오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주’(Kymriah 성분명 티사젠 렉류셀, Tisagen lecleucel) 및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라이벌 CAR-T 약물인 ‘예스카타’(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 등 CD19 유도(CD19-directed, 암세포의 CD19를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법에 도전할 수 있다. 킴리아주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여포성 림프종 3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예스카타도 2021년 3월 5일 여포성림프종 3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룬수미오가 항체로서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비싼 CAR-T 치료제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부속병원의 마리아-빅토리아 마테오스(Maria-Victoria Mateos) 박사(혈액악)는 “과학적 진전이 이뤄졌지만 3가지 주요 계열 치료제들을 사용한 후에도 종양이 재발해 불응성을 보인 환자들은 치료 옵션의 선택 폭이 제한적인데다 예휴가 취약했다”며 “이번에 조건부 승인을 얻은 텍베일리가 유의할 만한 임상적 효용성을 제공하고 심도 깊고 지속적인 반응률을 나타내면서 환자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기성품 치료제로서 편의성을 더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