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으로 지난해 10월 분사될 것으로 알려졌던 노바티스(Novartis) 산하 산도스(Sandoz)가 결국 최초의 구상대로 분사된다.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CEO는 25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올 4월까지만 하더라도 채산성이 떨어지고 혁신신약과 거리가 먼 제네릭은 매각을 통해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구속력을 가진 구매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분사를 통해 현상을 개선하려는 결론이 도출됐다.
노바티스는 산도스를 독립형 사업체로 분할해 상장함으로써 유럽에서 가장 큰 제네릭 회사로 재건하겠다고 이날 공표했다.
나라시만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분사는 5가지 핵심 치료제 부문으로 심도를 높이고 기술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려는 우리의 전략을 더욱 뒷받침할 것”이라며 “분사를 통해 두 회사는 차별화된 자본 분배 전략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산도스는 블랙스톤(Blackstone) 및 칼라일(Carlyle)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250억달러 매수 요청을 받는 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나라시만은 공식적인 구속력 있는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회견에서 “여전히 제네릭을 매우 매력적인 산업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 연매출 4000억~5000억달러 상당의 브랜드(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 독점성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시만은 산도스의 외부 입찰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분사가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외부 분석가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ODDO BHF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고객 메모에서 “제네릭 사업부문이 그룹의 성장과 마진 제고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결정이 전략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2020년 초반, 미국에서 특히 가장 문제가 많은(채산성이 떨어지는) 경구용 고형약물 일체를 인도의 아우로빈도파마(Aurobindo Pharma)에 분할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 해 4월 미국 반독점기관의 제재에 부딪힌 후 거래를 포기했다.
노바티스는 2021년 산도스가 미국에서 가격 인하 압력을 받아 미국 내 매출이 15% 감소한 탓에 전세계 매출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96억달러에 그치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산도스 업황은 최근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상반기에 산도스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으로 6% 증가한 47억달러로 노바티스 전체 매출 중 18.6%를 차지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예상보다 나은 실적의 결과로 노바티스는 지난 7월 제네릭(산도스) 매출이 평년 대비 낮은 한 자릿수 퍼센트 성장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산도스의 안정화가 2023년 이후 성장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한다”며 “그 중 많은 부분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지난달 투자자 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산도스는 미래 성장을 위해 바이오시밀러에 크게 의존해왔다. 약 1년 전 중국 바이오테라솔루션스(Bio-Thera Solutions)로부터 로슈(Roche)의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라이선스 도입했다. 애브비 ‘휴미라주’( 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의 고농축 제형 복제품과 바이오젠 및 에자이의 ‘티사브리주’(Tysabri 성분명 나탈리주맙)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시판승인 신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받고 있다. 나라시만 CEO는 미국에서 출시된 산도즈의 향후 3대 주요 바이오시밀러로 휴미라, 티사브리 외에 암젠의 난치성 골다공증 치료제인 ‘프롤리아’(Prolia 성분명 데노수맙)을 언급했다.
산도스 분사는 노바티스 역사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노바티스는 1996년 시바가이기(Ciba-Geigy)와 산도스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분사는 주력 분야를 벗어난 사업을 철수시키고, 고마진 약품에 두 배의 비중을 두려는 대형 제약사들의 인기 있는 전략이 돼버렸다. .
노바티스는 2019년 안과 치료제 사업부인 알콘(Alcon)을 분사했다. 미국 머크(Merck & Co, MSD)는 2021년 여성건강 부문과 자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오가논(Organon)으로 독립시켰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화이자와 합작한 컨슈머 제품 전문회사 헤일리온(Haleon)의 분사를 지난 7월 18일 마쳤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도 컨슈머 헬스케어 부문에 대해 헤일리온과 같이 분리하려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산도스는 스위스 주식시장(SIX)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예탁주식 배정을 통해 산도스의 현지법인이 잔존하고 현 CEO인 리처드 세이너(Richard Saynor)가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는 산도스 분사가 2023년 하반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최종 이사회와 주주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노바티스는 종양학과 나머지 제약사업을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개편으로 인해 많은 관리자를 포함해 최대 8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