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상당수는 고령자로 전신 병력 질환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 당뇨병이다. 나이가 많은 당뇨 환자들은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지 묻기 마련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시술 전에 체크할 게 있다. 최병준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로부터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본다.
노화 또는 관리 소홀로 치아가 썩거나 약해지면 씹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영양섭취가 불균형해지고 여러 건강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손상된 치아를 뿌리째 뽑은 뒤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는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여겨졌다.
당뇨병을 앓으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서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이로 인해 입 속 침 분비가 감소하고 구강이 적정 산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입속 세균 번식이 쉬워져 임플란트시술 후 치주염이나 염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한 연구결과 공복혈당이 126㎎/㎗ 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공복혈당이 100㎎/㎗ 미만인 정상인보다 치주염 발생 위험이 4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뇨병 환자는 골밀도가 떨어져 이식한 임플란트와 뼈가 제대로 융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시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통 당화혈색소(HbA1c)가 6.5% 미만, 공복혈당 126㎎/㎗ 미만이고 케톤이 검출되지 않으면 임플란트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케톤은 지방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화학물질로 체내에 축적되면 시력저하, 무기력, 탈수, 두통 등의 원인이 된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에 당이 결합된 것으로 정상 수치는 4.2~5.9%다. 10%가 넘으면 중증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적절한 혈당관리는 수술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병준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아 임플란트 수술 중 의식장애를 동반한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로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수술 중 인슐린에 길항작용을 하는 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해 고혈당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혈당이 높으면 조직이나 장기가 저산소 상태가 되고 세균을 분해하는 백혈구의 호중구 기능이 저하돼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시술 전날에는 무리하지 말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당일엔 저혈당 방지를 위해 아침을 챙겨먹는 게 좋다. 단 수면마취를 할 경우 수술 전날 저녁을 챙겨먹고 당일 아침엔 금식해야 한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수술 후 섭식장애에 의해 식사량이 감소하면 저혈당이 동반될 수 있다. 또 수술 부위 창상의 치유가 늦어 출혈이나 임플란트주위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검진 및 스케일링을 받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가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지혈을 방해해 회복을 더디게 하므로 수술 1주일 전부터는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는 아침에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혈당 조절이 원활한 오전에 수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뇨병으로 수술 부위 뼈가 부족하거나 약해졌다면 뼈이식 임플란트를 고려해볼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환자의 엉덩이뼈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임플란트 식립 부위 근처의 턱뼈를 활용한다.
최 교수는 “임플란트 등 치과 치료를 앞둔 상황에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먼저 담당 내과 의사에게 의뢰해 현재 상태, 검사 결과, 치료 내용 등을 문의해야 한다”며 “치과 치료 후에도 치과와 내과 의사간 협진이 필수적이며, 혈당 조절이 어려울 땐 임플란트보다는 의치 같은 다른 보철치료를 고려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