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덴마크의 백신 전문기업 바바리안노르딕社(Bavarian Nordic)의 천연두 백신 ‘진네오스’(Jynneos 미국 상품명) 또는 ‘임바넥스’(Imvanex 유럽 상품명)를 기존 피하(皮下)주사제’(subcutaneous injection, SC)에서 피내(皮內) 주사제(intradermal injection, ID)로도 허용하는 긴급사용승‘긴급사용 승인’(EUA)을 결정했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원숭이 두창 감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인원에게 접종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네오스를 피하에서 피내 주사로 전환하면 접종 가능한 분량을 최대 5배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FDA는 원숭이 두창 감염 위험성이 높은 18세 이하의 소아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네오스’를 피하주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긴급사용승인에 포함시켰다.
피하주사는 진피 아래의 피하지방에 놓는 주사를 말하며. 피내주사는 피부의 표피와 진피 사이에 소량의 약물을 주사하는 것을 말한다. 피내주사는 투베르쿨린(결핵) 백신 등을 놓을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FDA의 로버트 칼리프(Robert M. Califf) 총괄국장(최고책임자)는 “최근 수 주 동안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현재의 백신 공급량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FDA는 영향이 미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의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적절한 다른 대안들을 빠르게 모색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접종이 가능한 분량을 늘리면 원숭이두창 예방백신을 접종을 원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전자 변형 백시니아앙카라(MVA: Modified Vaccinia Ankara) 균주를 함유하고 있는 진네오스는 2019년 천연두 또는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18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허가를 취득했다. 그동안 진네오스는 28일(4주)의 간격을 두고 2회 피하주사제로 접종하는 방식이 당시 천연두 및 원숭이 두창 예방 용도로 승인받은 사용법이다. 이에 비해 이번 긴급사용승인은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성이 높은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일정량의 진네오스를 피내주사하도록 허용돼 있다. 역시 4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진네오스를 1회 접종했을 때 원숭이 두창 발생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예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
2015년 도출된 임상시험 자료는 진네오스를 피내주사제로 2회 접종하면서 피하주사제와 비교평가하는 과정에서 피내주사제는 통상적인 피하주사제의 5분의 1 용량이 사용됐다. 이런 경우 피내주사의 면역반응은 피하주사와 유사했다.
다만 피내주사했을 때 주사 부위의 발적, 단단해짐(firmness), 소양증, 부종 등이 좀 더 빈도높게 수반됐다. 반면 통증 부작용은 오히려 피내주사가 적었으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FDA는 기존 피하주사와 비교해 진네오스 피내주사의 잠재적 유익성이 잠재적인 위험성을 능가한다고 결론지었다.
숨겨진 바바리안노르딕의 원숭이두창 백신 ‘대박 사건’의 전말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백신을 만드는 곳은 바바리안노르딕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1994년에 설립되었으며 설립 당시의 주요 목적은 뮌헨의 한 대학에서 발견된 잠재적인 췌장암 치료제(치료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른 프로젝트 중 하나가 진네오스(Jynneos)라는 천연두 백신(smallpox vaccine)
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천연두는 1980년에 박멸되었지만 비정상적인 이유로 발생되는 천연두에 대응할 백신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세계 각국 정부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생물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천연두 백신을 비축해 왔다.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바이알이 여전히 연구 목적으로 높은 보안이 유지되는 실험실에 보관돼 있다. 이론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무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 정부는 보험에 드는 심정으로 상당량의 백신을 갖춰왔다.
미국 정부는 결코 백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회 분량을 구입했다. 바바리안노르딕은 최근 원숭이두창이 발발하기 전까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백신을 각국 정부가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바바리안노르딕은 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고 기복이 있는 매출을 올리는 이 제품을 일정하게 파는 방법을 강구해왔다.
그러다 지난 5월에 각국이 원숭이두창의 첫 발발 사례를 보고하면서 바바리안노르딕에는 주문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첫 주문자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바바리안노르딕이 보유한 모든 재고를 가져갔다.
원숭이두창 발병이 시작되었을 때,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인 백신은 아무것도 없었고 전년도에 미국과 캐나다를 위해 약간 분량을 만들었던 것이 전부였다. 미국 정부는 백만 회 이상의 백신을 주문했지만 생산공장에 대한 FDA 승인(현장실사 인증)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생산물량은 다른 국가로 돌려야 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수긍했고 동시에 바바리안은 FDA는 현장실사 준비를 서둘렀다. 2022년 7월 27일, 미국 FDA와 유럽 의약품청(EMA)은 바바리안노르딕의 새로운 완제의약품 공장에서 만들어진 원숭이두창 백신을 승인함으로써 바바리안은 이제 돈을 버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