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미국 캘리포니주의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lobal Blood Therapeutics, GBT)를 54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GBT는 겸상적혈구빈혈을 비롯한 겸상적혈구질환(鎌狀赤血球疾患, sickle cell disease, SCD) 등 희귀혈액질환을 발굴, 개발, 공급해왔다. 이번 인수로 화이자는 30여년 동안 쌓아온 희귀 혈액질환 유산을 보강하고 전문적인 노하우와 선도적인 포트폴리오 및 파이프라인을 수혈 받을 수 있게 됐다.
화이자는 계약에 따라 GBT의 보통주 100%를 주당 68.5달러, 총 54억달러 규모로 인수키로 했다. GBT의 부채도 떠안게 된다. 양사 이사회는 전원일치로 인수안을 승인했다.
CBT는 2019년 11월 25일에 동종 계열 최초의 겸상 적혈구 빈혈 수반 용혈성 빈혈 치료제인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Voxelotor 복셀로터)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옥스브리타는 12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정제다. 2021년 12월 17일에는 4~11세로 적용 연령대가 확대됐다. 현재 유럽연합(EU), 아랍에리미트연합(UAE), 오만, 영국 등에서도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약 1억9500만 달러의 매출실적을 기록했고 2028년에 15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화이자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GBT의 혁신적인 치료제를 세계 각국에 조속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이로써 겸상적혈구질환의 선도기업이 된다는 구상이다.
GBT는 옥스브리타 외에도 2/3상 임상시험 과정의 2상을 진행 중인 1일 1회 경구 복용 차세대 겸상 헤모글로빈(HbS) 중합 저해제 ‘GBT021601’을 개발해 왔다. GBT021601는 용혈작용 및 혈관폐쇄위기(vaso-occlusive crises, VOC) 빈도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동종 계열 최고의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BT는 또 P-셀렉틴(P-selectin)을 표적으로 삼는 완전 인간단일클론항체 인클라쿠맙(inclacumab)으로 2건의 3상을 진행 중이다. 인클라쿠맙은 혈관폐쇄위기 빈도를 낮추고, 이로 인한 재입원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분기 단위로 투여하도록 설계됐다.
참고로 2019년 11월 노바티스의 ‘아닥베오’(Adakveo, 성분명 크리잔리주맙-tmca, Crizanlizumab-tmca)는 옥스브리타보다 열흘 먼저 FDA 승인을 얻었다. 아닥베오는 P-셀렉틴(P-selectin)을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로서 변형된 적혈구가 서로 달라 붙는 것을 방지해 혈관 막힘 사건과 이로 인한 통증을 현저히 줄인다. P-셀렉틴은 SCD의 혈관폐쇄 위기의 주요 매개체다. P-셀렉틴은 접착분자인 리간드 P-셀렉틴 당단백질(PSGL-1)과 결합한다. 그런 다음 백혈구를 포획해 혈소판을 활성화하고 겸상적혈구를 집합체를 형성하게 한다.
GBT021601과 인클라쿠맙은 FDA에 의해 ‘희귀의약품’ 및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이들 파이프라인이 허가받을 경우 옥스브리타와 함께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화이자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화이자도 E-selectin 길항체인 PF-07209326으로 1상을 진행 중이다.
겸상적혈구는 적혈구가 낫 모양(鎌狀) 또는 초승달 모양처럼 생겨 단단하고 끈적끈적한 구조를 띠게 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혈관 내부의 혈액 흐름을 제한하고, 체내의 각 조직으로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미국 내 SCD 환자는 10만명에 달하고, 전세계적으로는 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잘못된 세포들은 장기적인 합병증을 유발하고 기대수명을 감소시킨다. 주로 아프리카, 중동 및 남부아시아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회장은 “겸상적혈구질환은 가장 빈도높게 나타나는 유전성 혈액장애인데다 아프리카계 사람에게 불균형적으로 높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GBT의 고용을 승계해 소외된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가 지난 30여년 동안 희귀 혈액질환 분야에서 구축한 심도깊은 시장정보와 과학적‧임상적 역량을 바탕으로 겸상적혈구질환 혁신을 가속화하고 관련 치료제를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GBT의 테드 러브(Ted W. Love) 대표는 “오늘은 삶을 변화시킬 치료제들의 발굴, 개발, 공급에 노력해온 GBT가 사명 완수를 위해 가속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낸 날”이라며 “화이자가 환자들을 위한 우리의 임팩트를 한층 증강시켜 주면서 빈곤한(limited-resource) 국가의 국민들을 포함해 겸상적혈구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혁신과 자원 공급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