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을 꾸준히 먹으면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바뀌는 시기를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영걸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미생물의학교실 교수팀은 최근 개최된 제29회 대한기초의학학술대회와 국제학술지(Journal of Ginseng Research) 인터넷판에 약 10년간 146명의 에이즈 환자를 추적 관찰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는 독성이 낮은 바이러스(R5 바이러스)이지만 감염이 진행되며 독성이 높은 바이러스(X4 바이러스)로 변한다. 통상적으로 에이즈 환자의 50~70%가 이런 변화를 겪는다. 바이러스 외피를 구성하는 특정 부위 아미노산이 양전하를 띠는 아미노산으로 바뀌기 때문인데, 독성이 강한 X4 바이러스로 바뀌면 감염된 세포가 옆의 비감염 세포와 융합해 면역세포(CD4양성 T세포) 수가 훨씬 더 빠르게 감소한다. 그러면서 감염된 세포가 늘어나고 면역세포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점점 병세가 중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이즈 환자 146명 중 홍삼 섭취군 58명, 대조군 88명으로 구분해 약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홍삼 복용군(5.4g/일)에서 독성이 낮은 바이러스의 유지 기간이 대조군과 비교해 2.98배 더 길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독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변환되는 기간 역시 홍삼 섭취군이 대조군에 비해 3.46배 길었다.
조 교수는 20일 “이번 연구는 홍삼을 섭취하면 초기의 약한 독성을 갖는 바이러스에서 독한 병원성을 갖는 바이러스로의 진행을 늦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홍삼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면역세포가 감소하는 속도를 현저히 늦춘다는 점을 간접 증명하는 핵심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삼추출물을 처리한 세포는 유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권대혁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슈도(Psudo) 코로나바이러스(유사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가 사람호흡기세포에 침입할 때 중요한 관문으로 이용하는 ACE2 및 TMPRSS2 단백질을 발현하는 HEK293T-ACE2-TMPRSS2 세포주에 홍삼추출물을 24시간 동안 처리한 후, 이 세포를 슈도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시킨 결과 감염력이 감소한 점을 확인했다.
인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잘 침투할 수 있도록 조절한 HEK293T-ACE2-TMPRSS2 세포주는 슈도코로나바이러스와 홍삼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없음에도 50%의 감염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으며, 이 결과는 홍삼추출물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세포에 부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인간의 폐세포에 유사 코로나바이러스를 접종한 경우에도 세포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홍삼을 24시간 처리한 경우는 대조군에 비해 세포 감염이 50%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삼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홍삼의 어떤 성분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세포보호 효과를 나타내는지 동물실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Journal of Ginseng Research’ 인터넷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