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업무를하거나 식사를 할때 양반다리가 습관인 사람이 많다. 이들은 바닥에 앉을 때는 물론, 의자에 앉을 때도 다리를 올려 양반다리를 하곤 한다. 문제는 이런 자세가 엉덩이 쪽 근육을 자극해 통증이 나타나는 '이상근증후군'(梨狀筋症候群, piriformis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다.
이상근은 엉덩이 뒤쪽에서 골반과 대퇴골에 걸쳐 분포하는,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 안쪽에 있는 배(梨) 모양의 큰 근육이다. 고관절을 고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1차적인 외회전을 담당한다.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과도하게 긴장되기 쉬운 근육이다.
이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커지면 다리로 가는 둔근신경과 좌골신경을 압박해 엉덩이 뒤쪽과 다리 부위에 통증, 저림, 당김, 이상감각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이상근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양반다리는 이상근을 긴장시키고 자극하는 대표적인 동작이다. 이상근증후군이 악화하면 배변을 할 때 직장에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은 성교통, 남성은 발기부전 등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저림까지 생기면 대부분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엉덩이 쪽에 통증이 있고 앉거나 계단을 오를 때, 쪼그리고 앉았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면 이상근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이상근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상근증후군은 엉덩이관절 외에 허리와 사타구니, 항문 주변, 허벅지 뒤쪽, 다리, 발 등에 통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좌골신경 마비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좌골신경통은 허리디스크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박중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따라서 허리통증과 좌골신경통이 동반되면 이상근증후군이 원인일 가능성이 0.5~6% 정도”라며 “진단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병명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근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엉덩방아를 찧는 등 외상, 이상근 경직과 주변 조직의 부종 등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나 습관도 이상근을 자극할 수 있다.
이동찬 목동힘찬병원 원장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거나, 앉고 서기를 반복하거나, 장시간 앉아 일하거나 운전하거나,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골반을 압박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세나 습관도 이상근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상근증후군을 진단하려면 경험 있는 의사의 진찰과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디스크 병변을 감별하기 위해 허리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는 게 좋다. 이상근의 비후(肥厚), 좌골신경 부종, 골반 내부 병변 여부를 발견하기 위해 필요하면 골반 MRI를 촬영할 수도 있다. 근전도 검사도 흔히 시행되는데, 통상적인 검사 기법으로 이상근증후군을 알아내지 못할 때 많이 사용한다.
이상근증후군 치료는 보존적 방법이 주로 쓰이고,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신경병성 약물 등으로 대증적인 약물요법이 가능하며, 물리치료를 같이 시행할 수 있다. 단순 열전기치료(열과 전기를 인체에 적용해 치료) 외에 이상근 스트레칭 등이 중요한 치료법이다.
이상근증후군은 주사요법이 진단과 치료에 흔히 시행된다. 초음파검사로 이상근 위치를 확인해 국소마취제ㆍ스테로이드 등을 주입한다. 이어 근육 내 전기자극요법으로 근육을 이완한다. 이상근 비후가 확인되면 보툴리눔독소를 이용한 주사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동찬 원장은 “이상근증후군은 근육이 긴장해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주사치료와 스트레칭 등으로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근에 신경치료제를 주사하면 짧은 기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 원인이 되는 근육을 이완하고, 신경 염증과 부기를 제거할 수 있다.
이상근증후군 치료에 스트레칭이 효과적인데, 엉덩이근육을 이완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한쪽 발을 반대쪽 무릎에 올리고, 다리를 몸 쪽으로 노를 젓듯이 천천히 당겨주고 내려놓는 동작을 반복하고 다리를 바꿔서 진행한다. 이런 동작을 시행하면 이상근이 서서히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상근을 자극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일하는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이나 걷는 게 좋다. 양반다리는 관절에 부담을 주고, 암을 유발하며,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도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몸에 들어온 산소가 산화와 대사를 거쳐 생성되는 것으로,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한다.
활성산소 생성을 막기 위해서는 비타민C, 비타민E와 같은 항산화 영양소를 주기적으로 섭취하도록 한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갑자기 운동을 멈추는 등 활성산소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간다. 흡연, 과식, 스트레스, 자외선 등 활성산소 생성을 촉진하는 요인도 피하는 게 좋다.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갑자기 탈모 증상을 보이거나, 갑자기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느 것은 체내 활성산소가 많아진 징후일 수 있어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