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현기증 혹은 어지럼증을 경험하면 우선 뇌졸중을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현기증(어지럼증) 혹은 불균형 증상이 전체 뇌경색의 20%를 차지하는 후순환계(머리 뒷부분 양쪽 척추동맥, 기저동맥 뇌혈관) 뇌경색의 전조증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1~3일 이내 의식저하, 편마비, 언어장애 등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뇌졸중팀(신경과 홍지만·이진수·이성준·김민 교수)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응급실에 4.5시간 이내 내원한 후순환계 뇌졸중 환자 228명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 주 증상이 현기증과 불균형 △ 타 신경학적 중증 결손(의식저하, 편마비, 언어장애 등) 동반 △ 재관류치료 프로토콜(어지럼과 불균형이 재관류치료 활성화 증상으로 포함 여부) 등 중증도에 따라 총 3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228명의 후순환계 뇌졸중 환자 중 77명(33.8%)에서 현기증 혹은 불균형 증상이 있었으며, 이중 23명(30%)이 이후 의식저하, 편마비, 언어장애 등 신경학적 중증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로 내원했다. 23명 중 18명(78%)이 1일 이내, 총 20명(87%)의 환자가 3일 이내 응급실로 내원했다.
반면, 신경학적 중증 증상이 없이 내원한 경우 어지럼, 불균형 증상 여부와 치료 예후는 관련성이 없으며, 현기증과 불균형 증상보다는 오히려 말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가 있을 때 치료를 하더라도 신체적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더 높은 등 치료예후가 좋지 않았다.
중증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 뇌경색 환자의 경우, 정맥내 혈전 용해술(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병원 방문시 가능)과 기계적 혈전 제거술(증상 발생 8시간 이내, 8~24시간 이내 병원 방문시 선택적 시행 가능) 등으로 신속히 막힌 혈관을 뚫어야 신체적 장애를 남기지 않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편마비나 언어장애 등의 명확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전순환계 뇌경색과 달리, 어지럼증, 균형 장애, 복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후순환계 뇌경색의 경우, 신속한 재관류 치료(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를 위해 이러한 증상들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가 숙제였다.
교신저자인 이성준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이 심한 균형 장애를 동반하거나 혈압·당뇨 등 위험인자, 마비·구음장애 등이 있을 때 뇌졸중을 의심해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면서 “이번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중증 후순환계 뇌졸중과 응급실을 내원하는 흔한 증상인 현기증과 불균형 증상 간의 시간적 연관성과 발생 빈도를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제 1저자인 김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특히 어지럼증 발생 이후 1~3일 이내 의식저하, 편마비, 언어장애 등 중증 증상이 새로 생기면 약 60%에서 재관류 치료가 필요했다”면서 “이 와 같은 경우 바로 재관류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 ‘후순환 뇌졸중의 급성 치료에서 현기증, 불균형 및 기타 경미한 증상의 의의(Significance of vertigo, imbalance, and other minor symptoms in hyperacute treatment of posterior circulation stroke)’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