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프랑스 생테르블랭(Saint-Herblain, 낭트 인접 도시)에 소재한 감염질환 예방백신 개발 전문기업 발네바(Valneva SE)의 지분 8.1%(954만9761주)를 9050만유로(95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 4월 26일 공동개발 중인 라임병(Lyme disease) 백신후보물질 ‘VLA15’ 소아를 대상으로 한 긍정적인 2b상 임상결과를 소개하고 올 3분기 안에 VLA15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화이자는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이번 거래의 주당 가격 9.49유로는 합의 발표 직전 파리 증권거래소의 10거래일 동안 발네바 주식의 평균 종가에 근거를 두고 결정됐다. 지분 투자는 6월 22일 종료될 예정이다. 발네바는 화이자의 지분 투자로 확보한 수익금을 라임병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양사는 2020년 4월 30일 발표했던 라임병 백신후보물질 VLA15의 제휴 및 라이선스 합의사항을 갱신했다. 갱신 계약에 따라 발네바는 잔여 개발비용의 40%를 부담키로 했다. 최초 합의에서 발네바는 30%의 개발비용을 부담키로 했었다.
반면 화이자는 14~22%에 이르는 단계별 로열티를 발네바에 지급키로 했다. 최초 합의에서 약정된 로열티 비율은 19%였다. 화이자는 이밖에 누적 매출액을 근거로 최대 1억달러의 별도 성과금을 발네바에 건네기로 했다.
개발 및 초기 발매 성과금은 종전과 같이 화이자가 3상 시험에 착수하면 발네바에 2500만달러를 포함해 총 1억6800만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발네바의 토마 링겔바흐(Thomas Lingelbach) 이사회 의장 겸 대표는 “발네바에 대한 화이자 투자가 지난 2년여 동안 함께 진행한 성과의 질을 방증하고, 발네바의 백신 노하우를 강력하게 인정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지분 인수계약이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우리의 투자에 기여하는 동시에 우리의 현금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라임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크게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가 존재하는 까닭에 북반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VLA15의 3상 진행은 파괴적인 질병으로부터 소아 및 성인을 보호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라임병은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 세균에 의해 일어나며 발네바의 백신은 세균 외부 표면단백질A(outer surface protein A, OspA)를 표적으로 한다. 라임병은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면서 특징적인 발진을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피로와 통증으로 쇠약하게 만든다.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 60만여건의 라임병이 발생하고 있다.
예정대로 VLA15의 3상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화이자는 2025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발네바가 개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인 ‘VLA2001’은 지난 5월 16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사전구매합의(APA)에 대한 종결 의향을 통보받았다. 사전구매를 합의할 당시 VLA2001이 올해 4월 30일까지 유럽 의약품청(EMA)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EU 집행위 측에 합의를 종료할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네바는 6월 10일, 사전구매합의 변경이나 공급량 감소에 응하지 않겠다며 이럴 경우 합의가 종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발네바의 링겔바흐 대표는 “우리는 EU 집행위와 회원국들이 불활화 백신의 잠재적 유익성을 계속 평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백신접종으로 인한 후천성 면역과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이 결합된 혼합면역(hybrid immunity) 상태에서 다양한 우려 변이들로 인한 중증 코로나19의 출현에 대응하려면 불활화 백신인 VLA2001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VLA2001은 자연감염과 밀접한 면역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VLA2001은 일본뇌염 백신인 Ixiaro의 제조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됐으며 COVID-19와 관련한 유럽 내 최초의 불활화백신이다. 현재 불활화백신은 중국 외에는 개발한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