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중증 유전성질환 및 암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는 대뇌부신백질이영양증(cerebral adrenoleukodystrophy, CALD, 일명 로렌조오일병) 치료제인 엘리셀(eli-cel, 엘리발도진 오토템셀, elivaldogene autotemcel, 유럽 상품명 SKYSONA™, 미국 상품명 Lenti-D™)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세포‧조직‧유전자치료제 자문위원회(Cellular, Tissue, and Gene Therapies Advisory Committee : CTGTAC)의 심의 결과 찬성 15표‧반대 0표 전원일치로 긍정적인 시판 승인 의견이 제시됐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대뇌 부신백질 이영양증은 희귀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남성 연소자에서 나타나며 행동·인지력·신경계에 결함을 유발한다. 치료받지 못한 환자는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처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5년 이내에 사망한다.
현재 동종이계 조혈모세포(HSC) 이식수술이 유일하게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중증 합병증을 수반할 수 있는데다 사람 백혈구 항원(HLA)이 일치하는 형제자매 공여자가 없는 경우엔 사망 위험성이 높게 나타난다.
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이 허가를 취득하면 미국에서 CALD 환자의 유전적인 기저 발병원인에 대응하는 첫 번째 유전자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HLA가 일치하는 형제자매 공여자가 없는 70% 이상의 환자들에게 동종이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대체할 치료제로 자리잡게 된다.
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의 허가신청서는 2/3상 ‘Starbeam’(ALD-102 연구, 32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확보된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근거로 제출됐다. 또 3상 ‘ALD-104’에서 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을 투여받은 35명의 환자들의 임상자료도 추가됐다.
임상시험에서 HLA가 일치하는 형제자매 공여자는 부재했고 엘리발도진 오토템셀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동종이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그룹에 비해 총 생존기간 및 무증상(event-free) 생존기간이 연장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블루버드바이오의 앤드류 오벤샤인(Andrew Obenshain) 대표는 “지난 수 십년간 CALD 커뮤니티는 파괴적인 질병의 빠르고 불가역적인 기능 감퇴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면서 “이번 자문위 표결로 우리는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CALD 치료제를 선보이는 데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루버드바이오는 FDA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엘리발도진 오토템셀 심사가 하루빨리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엘리셀은 ‘우선심사’ ‘희귀의약품’ ‘소아희귀질환치료제’ ‘혁신치료제’ 등으로 지정됐고 처방약생산사수수료법(PDUFA)에 규정에 따라 당초 올해 6월 16일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월 18일 FDA는 심사 도중 추가 정보를 요청하면서 심층 검토를 위해 심사 기한을 오는 9월 16일로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블루버드바이오가 제출한 추가 정보는 신청서의 주요 수정사항으로 간주됐고, 블루버드바이오는 FDA의 심사 기간 연장이 새로운 안전성 문제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엘리셀은 오는 9월 16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FDA가 항상 자문위원회 표결 결과를 용인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강해 승인이 유망해 보인다.
하지만 엘리셀은 지난해 8월 예상치 못했던 골수이형성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 중증 이상반응이 보고됨에 따라 임상시험이 보류된 바 있다. 이후 2건의 골수이형성증후군 발생이 추가로 보고됐다.
이번 자문위 회의에서 FDA 소속 조직 및 첨단요법 심사국의 임상시험 검토자인 레아 크리사피(Leah Crisafi) 박사는 “67명 중 3명(4%)에서 MDS가 나타난 것은 엘리셀 투여로 악성 종양이 유발될 상당한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발병률이 4%이지만 약물의 임상평가 추적관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악성 종양이 발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있기 때문에 관찰기간이 늘어나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 중 한 명인 도나 로버츠(Donna Roberts)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의대 방사선과 교수는 “일치하는 줄기세포 기증자가 없는 환자에게 엘리셀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증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의료진과 환자의 재량에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엘리셀은 시장에 나와야 하는 매우 중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FDA 심사관과 자문위원은 MDS 발병 위험에도 불구하고 CALD에 대한 마땅한 대안 치료가 없는 상황에서 엘리셀 승인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블루버드바이오는 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이 허가를 취득할 경우 ‘우선심사 바우처(PRV)’ 1장을 FDA로부터 얻게 된다.
한편 CTGTAC는 이달 10일 정기적인 적혈구 수혈을 필요로 하는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렌티바이러스 운반체(LVV)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된 베티셀(beti-cel, 베티글로진 오토템셀, betibeglogene autotemcel, 유럽 상품명 Zynteglo, 미국 상품명 LentiGlobin)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심의하기 위한 자문위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베티셀도 지난 1월 18일 FDA로부터 PDUFA 규정에 따라 심사 기한이 지난 5월 19일에서 오는 8월 19일로 3개월 늦춰지는 조치를 당했다.
블루버드바이오는 독특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했음에도 지난 몇 년간 수난을 겪고 있다. 베타지중해빈혈 유전자치료제 ‘진테글로’(베티셀)는 2019년 6월 유럽에서 승인받았으나 지난해 4월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유럽연합(EU) 정부는 이들 약이 고가라며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블루버드바이오는 단회 치료로 획기적으로 치유하는 이들 유전자치료제를 헐값에 내놓으란 얘기라면서 반발했다. 진테글로의 경우 블루버드바이오는 치료 당 180만달러의 약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EU는 79만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치료 후 만성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치된다면 상환액을 95만달러로 늘리겠다고 절충안을 냈다.
엘리셀도 2021년 7월 유럽에서 승인받았으나 불과 3개월 만에 가격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올 상반기에 유럽 철수가 완료될 전망이다. 블루버드바이오는 유럽에서 마케팅이 무너지고 베티셀과 엘리셀의 미국내 허가가 지연되면서 지난 4월 직원의 30%를 해고하는 내홍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