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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LG 구본무 회장이 가꾼 화담숲 … 철쭉만 210종, 이끼도 30종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2-05-31 09:21:24
  • 수정 2022-06-20 19: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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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엔 철쭉, 여름엔 수국, 가을엔 단풍, 겨울엔 소나무숲 … 자작나무·미선나무도 이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국밥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의 생태 수목원 ‘화담(和談)숲’이 자리하고 있다. LG상록재단의 창업자인 고 구본무 회장이 평생을 걸쳐 가꾼 숲이다. 우리 숲의 식생과 자연의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국내외 자생 및 도입 식물을 식재해 각각 개성 있는 17개의 테마원으로 꾸몄다. 


화기와 음식은 물론이고 자연과 환경에 해가 되는 물품은 반입이 일절 금지돼 있다. 카메라 삼각대까지도 반입을 불허할 정도로 수목원 관리가 엄격하다.


수목원의 면적은 41만평에 달하며 그 중 인공 조성된 것은 16만5365㎡(약 5만평) 정도다. 서식하고 있는 자생 및 외래 식물의 종류는 4300종이나 된다. 2006년 4월 수목원 조성 승인을 받고 조성사업이 시작됐으며, 2010년 임시 개장했다가 휴지기를 거쳐 2013년 6월 정식 개장했다. 


17개 테마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을 비롯해, 100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식재된 자작나무숲, 분재원, 소나무정원, 암석원, 수국원, 탐매원, 특이형태나무원, 추억의 정원, 철쪽·진달래원, 반딧불정원 등이 있다.


화담숲 철쭉/ 화담숲 제공

철쭉만 210종, 약 7만 그루 정도 된다. 짙붉은 산철쭉부터, 한라산 참꽃나무, 단풍철쭉, 일본 원산의 영산홍과 자산홍 등이 5월이면 입구부터 산 정상(330m)까지 절정을 이룬다.


화담숲 수국 축제/ 화담숲 제공

여름에는 수국과 산수국이 한창이다. 수국은 6월, 산수국은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나무수국은 7월부터 9월까지 핀다. 수국원, 이끼원, 탐매원, 분재원, 색채원 일대에서 다채로운 색깔로 손님을 맞는다.


화담숲 원앙연못 일대/ 사진 변영숙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앙새 40여 마리가 노니는 원앙호수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고목 사이로 이끼원이 나온다. 이곳엔 솔이끼, 돌솔이끼, 비꼬리이끼, 서리이끼 등 30여종의 이끼가 약 3000평 규모에서 자란다. 


화담숲 자작나무숲에 활짝 핀 수선화 / 화담숲 제공

이밖에 드라마에 나와 유명해진 ‘약속의 다리’와 물레방아,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나오는 미선나무숲, 수령이 200년이 넘는 단풍나무가 있는 단풍나무숲, 매화·사과·배꽃을 감상할 수 있는 탐매원, 바늘 잎에서 금빛이 감도는 분재원 등이 있다. 


자연보존하고 걷기 힘들어 전부 구경하려면 모노레일 이용해야


화담숲을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건강한 두 다리로 한발 한발 숲길을 거닐며 숲에서 자라는 나무와 생물들을 만나는 것이다. 숲을 둘러보기 전에 전체 조망도를 보고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모노레일을 타고 숲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는 것이다. 모노레일은 전 구간 순환 코스를 비롯해 일부 구간만도 탑승할 수가 있으니 적절히 안배하면 좋다.


지조와 기품을 상징하는 1300그루 화담 소나무정원


화담숲 ‘소나무정원’은 이름 그대로 소나무가 주인공인 정원이다. 소나무 1300여 그루가 심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숲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지조와 충절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고 구본무 회장 역시 기상과 기품이 넘치는 소나무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설립자의 말처럼 화담의 소나무숲에서 기품과 고아함이 넘친다.


소나무정원의 연못가 비석에는 창업자 ‘화담 구본무’ 회장에 대한 헌사가 새겨져 있다. 화담은 구본무 회장의 아호이기도한데 ‘생명존중’을 추구한 구 회장이 20년에 걸쳐 조성한 숲에 그의 아호를 붙인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생전에 그는 “내가 죽은 뒤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양수경 작가가 쓴 ‘화담’이란 시비도 눈을 끈다.


“서두르지 말게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지그시

이 땅을 밟아가며 걸어보시게나”


시 구절처럼 화담숲은 지그시 땅을 밟아가며 옆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거닐어야만 할 것 같다. 화담숲은 한 사람의 철학과 가치가 후대에 물려준 위대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혹시 화담숲을 방문한다면 잠시라도 화담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화담 구본무 추모 기념비/ 사진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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