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기반한 신경‧정신계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인 테란바이오사이언스(Terran Biosciences)는 사노피가 보유한 3상 단계의 2가지 중추신경계 파이프라인을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21일(현지시각) 공표했다.
테란은 선불계약금과 통상적인 성공 마일스톤과 출시 후 순매출 대비 로열티를 사노피에 지급키로 했으나 양사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파이프라인을 인수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한 이들 2개 자산은 4건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으며 다양한 중추신경계 적응증에 걸쳐 총 1만5000명 이상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104건의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샘 클락(Sam Clark) 테란 대표는 “신경정신질환 치료제로 가능성이 높은 후기 단계 자산을 넘겨준 사노피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자산을 신속하게 개발할 예정이며, 확보한 자산들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노피는 신경정신과질환 영역에 천착해온 회사는 아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개발현황에 따르면 현재 이 분야에서 4개의 파이프라인만을 갖고 있다.
가장 개발이 많이 진행된 BTK 저해제 톨레브루티닙(tolebrutinib)은 다발성경화증(재발성, 원발진행성, 2차진행성 등 3가지 유형), 중증근무력증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또 만성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신경병증(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radiculoneuropathy, CIPD) 치료제로 개발중인 C1s 저해제인 SAR445088, 다발성경화증 적응증을 노리는 CD40L 항체인 SAR441344, 루게릭병(ALS) 적응증으로 디날리(Denali)와 공동 개발 중인 RIPK1 저해제인 SAR443820 등이 있다.
테란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한 회사다. 지난 13일엔 블루멘텍(Blumentech)으로부터 모든 자산과 관련 데이터를 인수했다. 환각(psychedelic) 성분 화합물을 포함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게 돋보인다. 포트폴리오에는 토속 약리학자(ethno-pharmacologist)이자 환각 연구의 개척자인 고 조르디 리바 세라노(Jordi Riba Serrano) 박사의 발견이 포함돼 있다. 리바 세라노는 2017년에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블루멘텍을 설립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Sant Pau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이었던 그는 2020년에 사망했고 그의 아들 마크 리바(Marc Riba)가 승계했다. 마크 리바는 아버지의 유산은 정신 및 신경 질환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리바는 “제라드 드 루카스(Gerard de Lucas)가 이끄는 휼륭한 블루멘텍 팀 덕분에 아버지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고 확장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루카스의 중요한 작업을 계속하고 그의 비전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는 테란바이오의 연구팀과 협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테란은 강력한 자체 화학약물 발굴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구강 활성 DMT 화합물에 대한 특허를 포함해 환각 분야에서 15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테란은 지난달 16일 미국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및 산하 RFMH(Research Foundation for Mental Hygiene)재단으로부터 독점적 중추신경계질환 바이오마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도입했다. 기본 알고리즘은 정신분열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주요우울증, 약물중독,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비롯한 여러 질환에 걸쳐 잠재적인 임상 응용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테란은 이러한 알고리즘을 클라우드 기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 플랫폼에 통합할 계획이다. 또 RFMH 및 컬럼비아대의 추가 임상 연구를 후원하여 임상 데이터, 적응증,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또 지난달 11일 테란은 콘서트파마슈티컬스(Concert Pharmaceuticals)로부터 중추신경계 치료제 및 관련 지적재산권을 인수했다. 당시 샘 클락은 “역사적으로 정신신경계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있다 해도 많은 수는 아니었다”며 “콘서트 인수를 통해 우리는 중추신경계 약물 개발 목표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8일에는 메릴랜드주립대 볼티모어 캠퍼스(University of Maryland, Baltimore, UMB)의 특허 포트폴리오와 환각제를 사용한 신경정신질환 관련 데이터를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계약에도 불구하고 테란의 재무 세부정보, 목표 적응증에 대한 세부정보, 심지어 회사가 설립된 시기와 일련의 신속한 기업 인수 및 라이선스 확보에 관한 자금 출처도 공개된 바가 없다.
테란은 CIF(Catalytic Impact Foundation)가 투자한 기업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단지 많은 생명과학기업 및 기술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고만 알려져 있다. CIF는 생명과학 및 의료 분야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큰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자선단체다. 테란은CIF 외에 트랜스휴먼캐피털(Transhuman Capital)과 노에틱펀드(Noetic Fund)의 후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