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는 메틸기 결합이 존재한다. 이는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는 작용을 한다. DNA 메틸화가 좋은 유전자의 오프, 나쁜 유전자의 온을 유도하면 병이 생긴다.
백혈병에서도 많은 DNA 메틸기가 존재해 유전자의 온-오프를 관장한다. 만약 종양 억제 유전자에 메틸화가 일어나면 세포분열이 조절되지 않고 암이 진행하게 된다. 저메틸화제(hypomethylating agent, HMA, 또는 저알킬화제)는 메틸기가 DNA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대표적으로는 아자시티딘(azacitidine)과 데시타빈(decitabine)이 있다.
아자시티딘은 핵산을 구성하는 시티딘(cytidine)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다. 저용량에서는 DNA 메틸전이효소를 억제해(효소와 공유결합) DNA의 메틸화를 방해한다. 이럴 경우 DNA 메틸화의 영향으로 침묵하던 종양 억제 유전자가 회복돼 종양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점차 암세포는 성장을 방해받고, 건강한 세포는 성숙해지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상품명으로 세엘진 ‘비다자주’(Vidaza), 삼양홀딩스 ‘아자리드주’(Azalid), 보령제약의 ‘비자다킨주’(Vizadakin), 인타스파마슈티컬스의 ‘아자딘주’(Azadine) 등이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오뉴렉정’(Onureg 성분명 아자시티딘 azacitidine)은 기존 주사제품과 다른 경구용 제제여서 편의성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의 전단계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이거나,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하고, 전신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고령 환자의 실질적인 생존 연장을 위해서는 저메틸화제를 쓴다.
백혈병에서 저메틸화제는 표준요법과 동등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안전성이 우수해서 선호된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 적합한데 데시타빈이 다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차 치료제로는 유용하되 2차 치료제로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골수이형성증후군에서 아자시티딘은 무(無) AML 생존기간과 낮은 독성, 전체생존기간(OS)에서 우위를 보인 반면 데시타빈은 완전반응(CR), 객관적반응률(ORR)이 더 좋았다. AML에서 데시타빈은 더 우월한 CR, ORR, OS 등을 보였지만 독성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두 약이 대등소이하다. OS 중앙값은 6~12개월, ORR은 25~60%, CR은 10~30% 선이다.
저메틸화제는 약리기전 상 증상 호전이 나타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관해유도요법 또는 공고요법은 물론 유지요법에도 쓰인다. 일반적인 부작용은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혈구수 감소 등이다.
AML 표적치료제의 타깃으로는 CD33 표면단백질, FLT3 변이, IDH1 및 IDH2 변이, CBF 등이 있다.
항 CD33 항체
화이자의 ‘마일로탁주’(Mylotarg 성분명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 Gemtuzumab ozogamicin)는 신규 진단된 CD33 양성의 급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다.
마일로탁은 CD33 표적 단일클론항체인 겜투주맙에 세포독성약물인 칼리키아마이신(calicheamicin) 계열의 오조가마이신이 연결된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다. 겜투주맙이 CD33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에 부착하면 이후 오조가마이신이 침투해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하고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AML 환자의 약 90%에서 백혈구 아세포 항원인 CD33이 발현하면 정상인에서는 거의 발현하지 않는다. 적혈구 감소 및 간 독성(ALT, AST, 총빌리루빈 증가, 정맥폐쇄간질환(VOD), 간 비대 등) 이 주요 부작용이다.
마일로탁은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8년 4월 유럽의약품청(EMA), 2021년 11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CBF 표적치료제
핵심결합인자(Core Binding Factor)의 특정 유전적 변이에 의해 유발되는 AML을 겨냥하는 표적치료제로는 겜투주맙+다우노루비신+시타라빈 병용요법 등이 있다. CBF는 CBFα(또는 RUNX-1)와 CBFβ의 두 가지 소단위로 구성된 이종 이량체 전사인자로서, 정상적인 조혈세포 분화에 필요한 많은 유전자의 전사 활성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여기에 특정 변이가 생기면 ‘CBF AML’이란 유형의 백혈병에 걸리게 된다.
FLT3 표적치료제
FMS-유사 티로신 키나제 3(FMS-like tyrosine kinase 3, FLT3)은 조혈세포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발현되는 수용체 티로신 키나제(RTK)다. FLT3 돌연변이는 AML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변이 중 하나다.
FLT3 유전자는 세포 외 5개 면역글로불린 유사영역과 세포 내 막연접 도메인(Juxsta membrane domain)과 2개의 티로신 키나제 도메인(tyrosine kinase domain, TKD)으로 구성된다. FLT3 유전자 변이 중 TKD(D835) 돌연변이와 세포내 내부 직렬 복제(internal tandem duplication, ITD) 변이의 두 가지 형태가 가장 흔하다. ITD 변이가 가장 흔해 전체 AML의 약 25%에서 관찰되며, TKD 변이는 약 7~10%에서 나타난다.
FLT3 변이 양성 AML 치료제 중 소라페닙(sorafenib), 레스타우르티닙(lestaurtinib), 수니티닙(sunitinib), 탄두티닙(tandutinib), 미도스타우린(midostaurin) 등이 1세대로 분류된다.
노바티스의 ‘라이답연질캡슐’(RYDAPT, 성분명 미도스타우린, Midostaurin)
미도스타우린(코드명 CGP41251, PKC412)은 FLT3, c-KIT, PDGFRB, VEGFR 억제제다. 2017년 4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FLT3 돌연변이 AML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유전자가 발굴된 지 25년 만의 일이다. 앞서 2016년 2월 19일엔 혁신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LT3 변이 양성 AML 환자에 표준화학요법제인 시타라빈(cytarabine) 및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과 병용해 유도요법 및 공고요법으로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AML 환자 중에서도 FLT3 유전자 양성인 환자는 예후가 매우 나빠 혈액암에서 이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게 숙제였는데 라이답이 그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이답은 FLT3의 TKD 및 ITD 변이를 모두 커버한다.
라이답은 2017년 4월 AML과 함께 공격성 전신성 비만세포종(aggressive systemic mastocytosis, aSM), 혈액학적 신생물(hematological neoplasm)을 동반한 전신성 비만세포종, 비만세포 백혈병(mast cell leukemia) 등의 적응증도 동시에 승인받았다.
2017년 6월 23일에 나온 3상 RATIFY 임상에서 라이답+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병용요법은 위약+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은 74.7개월 대 25.6개월로 우위를 보였다. 4년 후 전체생존율은 51.4% 대 44.3%였다.
무사건 생존(EFS) 중앙값은 8.2개월 대 3.0개월이었다. 무질병 생존(DFS) 중앙값은 26.7개월 대 15.5개월이었다. 치료 60일차 이내에 보고된 완전관해(CR) 비율은 각각 58.9%, 위약군에서 53.5%였다. 이같은 라이답의 우위는 FLT3의 ITD 및 TKD 하위 돌연변이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아스텔라스 ‘조스파타정’(Xospata 성분명 길테리티닙 Gilteritinib, 코드명 ASP2215)
조스파타정은 2018년 11월 28일 FLT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성인 AML 환자를 위한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승인받았다.
ADMIRAL 3상 연구의 중간 결과를 기반으로 승인됐다. FLT3 ITD, FLT3 D835, FLT3 I836 돌연변이가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AML 성인 환자 138명에게 길테리닙을 수용할 수 없는 독성이 나타나거나 또는 임상적 이점이 부족할 때까지 매일 120mg의 용량으로 경구 투여한 결과 중앙값 4.6개월(2.8~15.8개월)의 추적조사 후 29명(21%)의 환자가 완전관해(CR) 또는 부분적 혈액학적 회복(partial hematologic recovery)을 동반한 완전관해(CRh)를 달성했다.
치료 56일차에 적혈구 그리고/또는 혈소판 수혈 의존성인환자 106명 중 33명(31.1%)이 적혈구 및 혈소판 수혈 비의존적 상태로 전환됐다. 적혈구와 혈소판 수혈 모두 비의존적이었던 32명의 환자 중 17명(53.1%)가 수혈 비의존성 상태로 남았다.
길테리티닙은 252명의 재발/퇴행성 AML 환자들에게 내약성이 좋았으며 ORR은 40%였다. FLT3 돌연변이 환자의 경우 하루 80mg 이상을 투여했을 때 치료반응률(RR)은 52%였다. 환자의 5% 이상이 발열, 질병 진행, 호중구감소증, 패혈증, 급성 신부전, 폐렴, 발열, 균혈증, 호흡기장애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3등급 설사와 트랜스아미나제 상승은 300mg/일 이상의 용량으로 투여된 환자에서만 발견됐다.
바이엘의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
소라페닙은 RAF-1, VEGF, c-KIT, PDGFR, ERK, FLT3 등을 표적하는 경구용 멀티키나제 억제제로 현재는 간세포암, 신세포암, 분화갑상선암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러나 소라페닙은 약리기전 상 AML 치료제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라페닙은 FLT3/ITD 돌연변이 백혈병 세포에 의한 IL-15의 분비를 촉진하고 FLT3/ITD 양성 AML 환자의 생존기간을 향상시킨다. AML에서는 아자시티딘 또는 데시타빈과 병용한다.
IDH1 및 IDH2 표적치료제
전체 AML 환자에서 IDH1(isocitrate dehydrogenase-1). IDH2 변이를 가진 비율은 각각 6~16%, 8~19%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두 표적을 겨냥해 FDA 승인을 받은 AML 치료제는 아지오스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가 개발했다. IDH1 변이 억제 재발성 또는 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표적치료제인 ‘팁소보정’(Tibsovo 성분명 이보시데닙, ivosidenib)과 IDH2 변이를 가진 재발성 불응성 AML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아이디하이파’(Idhifa 성분명 에나시데닙 enasidenib)였다. 각각 2018년과 2017년에 FDA 승인을 얻었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현재 프랑스 세르비에 소유다.
화이자의 ‘다우리스모’(Daurismo 성분명 글라스데깁 Glasdegib Maleate)
다우리스모는 암의 연쇄적 성장신호를 내는 헤지호그 경로(hedgehog pathway)를 억제하는 경구용 제제다. 2018년 11월 21일에 75세 이상 또는 집중적인 항암화학요법제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다른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AML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소용량 시타라빈과 병용토록 FDA 승인을 얻었다.
111명의 신규 진단 성인 AM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 다우리스모+시타라빈 병용군은 전체생존기간이 8.3개월로 시라타빈 단독요법군의 4.3개월을 능가했다. 주의할 부작용은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등이다.
애브비의 ‘벤클렉스타정’(Venclexta 성분명 베네토클락스, venetoclax)
애브비와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공동 개발한 벤클렉스타는 만성골수성백혈병(CLL) 세포의 세포자살을 방해하는 Bcl-2(B-cell lymphoma-2) 단백질을 억제해 세포자살 과정을 회복하게 해준다. Bcl-2가 과발현되면 AML, CLL 등에서 악성 변화가 나타나며 화학요법제에 내성을 띠게 된다.
2020년 10월 16일 아자시티딘(azacitidine)과의 병용요법에 데시타빈(decitabine) 또는 저용량 시타라빈(low-dose cytarabine, LDAC)을 추가하는 3제 병용요법으로 75세 이상이거나 동반 질환으로 고강도유도화학요법을 받을 수 없는 새로 진단된 AML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앞서 이 약은 2018년 11월 FDA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았고 근 2년 만에 정식승인을 얻었다.
벤클렉스타의 승인은 VIALE-A(M15-656) 및 VIALE-C(M16-043) 등 2가지 3상 임상결과를 기초로 했다.
2020년 8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VIALE-A 임상 결과에 따르면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14.7개월로 아자시티딘+위약 대조군의 9.6개월보다 우월했고 사망 위험을 34% 낮췄다.
또 벤클렉스타 병용요법 환자들은 37%가 완전관해(CR)를 보여 아자시티딘 대조군의 18%를 크게 앞섰다.
미국 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NCCN) 가이드 라인은 최근 고강도 유도 화학요법을 받을 수 없는 AML 환자를 위해 우선 권고(category1) 선호요법(preferred)으로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을 권장했다.
벤클렉스타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5% 이상에서 보고된 가장 빈번한 심각한 부작용은 발열을 동반한 백혈구감소증(30%), 폐렴(22%), 혈액감염(19%, 진균 제외) 및 출혈(6%)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