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가 암과 용종은 물론 놓치기 쉬운 무경성(無莖性 sessile) 병변, 미세한 융기가 발견됐을 때 경고음을 울려주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신형 내시경 장비가 등장했다.
일본계 글로벌 광학 진단의료기기 업체의 한국법인인 올림푸스한국(대표 오카다 나오키)은 17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제품 중 최초로 AI 기술이 적용된 ‘엔도브레인 아이(EndoBRAIN-EYE)’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대장내시경 검사 중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영상에서 이상 병변이 나타나면 경고음과 함께 해당 부위에 프레임을 씌우고 색깔도 표시한다.
이 제품은 일본 쇼와대학병원 나고야대학병원 등에서 얻은 395만장의 대장내시경 영상 중 변별력이 있는 6만여장을 간추려 AI에 입력한 다음 머신러닝을 통해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의사가 병변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 이를 보조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올림푸스한국은 간담회에서 엔도브레인 아이가 임상시험을 통해 민감도 98%, 특이도 93.7%의 병변 검출 정확도를 확보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해내는 정확도,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해주는 정확도를 의미한다.
이 회사 박인제 GIR(소화기‧기관지내시경) 본부장은 “의사의 경험치, 피로도, 편향성 등에 따라 특이도가 떨어지는 게 임상현장에서 흔히 겪는 일”이라며 “AI 진단보조 프로그램을 이를 보완해주며, 엔도브레인 아이는 같은 AI 진단 소프트웨어 중 임상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즉 장벽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무경성 조직이나 미세 융기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민감도 제고), 회맹판(回盲瓣, ileocecal valve, ileocaecal valve, 맹장과 결장의 경계의 좌후벽에 위치한 돌기형 구조의 판으로 결장의 내용물이 회장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함), 거품, 잔여물 등을 병변으로 오인하지 않아야 하는 게(특이도 제고) 중요한데 이를 만족시키는 게 엔도브레인 아이라고 자랑했다.
박 본부장은 “이 기기가 선종 진단 누락률(Adenoma miss rate, AMR)을 최소화한다”며 “논문에 따르면 시술자의 능숙도에 따라 AMR이 최대 26% 차이가 나고, 검사 시간이 오전 오후냐에 따라 선종 발견율에 편차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논문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선종검출률(adenoma detection rate, ADR)이 1% 증가할 때마다 결장직장암(colorectal cancer, CRC) 발생 위험이 3% 감소한다. 내시경 의사의 ADR이 환자의 대장내시경 검사 후 CRC 위험과 반비례한다. 또 ADR의 황금기준은 전체 의사의 25%, 남성 의사는 30%, 여성 의사는 20%로서 의사의 성별 차에 의해서도 검출 능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검사 정확도의 균일성 확보에 엔도브레인 아이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올림푸스 측은 강조했다.
엔도브레인 아이는 올림푸스의 소화기내시경 ‘에비스 루세라 엘리트’(EVIS LUSCERA ELITE)와 ‘엑세라Ⅲ 모델(EXERA Ⅲ)’ 모델에서 사용 가능하다. 해당 제품을 보유한 의료기관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타사 제품에는 호환되지 않는다. 일본 올림푸스 제품은 전세계 소화기내시경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엔도브레인 아이 설치에 따른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의료진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제품을 구매할 지는 미지수다. 엔도브레인 아이는 2020년 일본 출시 당시 약 300만엔(한화 약 30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시불 구매와 구독형 검사 건당 로열티, 또는 이를 절충한 형태의 과금 체계를 검토 중이다.
엔도브레인 아이의 보험급여 적용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급여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인제 본부장은 “혁신 기술이 장착된 의료기기가 임상에 적용되고 급여를 받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AI 시스템 출시 후 관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올림푸스는 이번 대장내시경 검사보조 AI 출시를 시작으로 △종양성/비종양성 판별 △선종 및 암 침습진단 보조 △궤양성대장염 진단 등 진단보조 분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이와 관련, 당연히 국내 임상을 진행하고 그 디자인도 새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