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정책사회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전자담배? ‘중복흡연’ 에 더 치명적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2-25 11:54:46
  • 수정 2022-02-25 12:00:51
기사수정
  • 아이코스·글로·릴 3강 체제 ... 액상서 포름알데하이드·아세트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 검출

전자담배는 2003년 상품화된 뒤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더불어 2014년에는 새로운 신종담배인 가열 담배(궐련형 전자담배)가 세계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7년 6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궐련의 연소과정을 거치지 않고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켜 인체로 흡입한다. 


가열 담배는 특수하게 만든 담배와 첨가물을 350도 이하로 가열해 기화제를 이용, 흡입하게 한다.전자담배의 도입과 사용 증가는 유해성에 관한 논쟁을 일으켰다. 전자담배 생산자는 기존의 궐련에 비해 덜 해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및 국내 연구진에 의해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 액상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 아세트알데하이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과 같은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수증기’로 홍보됐던 배출물도 수증기가 아닌 중금속이 포함된 에어로졸로 확인됐다. 또 가열 담배의 에어로졸에서 몇 가지 독성물질이 일반 궐련의 연기보다 더 높은 농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 궐련 연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가적인 독성물질도 발견됐다. 실제 2019년 10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한 폐 손상 및 사망사례가 보고됐다.미국 텍사스에서 전자담배 폭발로 2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년전 미국 CNN과 AP통신은 윌리엄 브라운이라는 24세 남성이 켈러(Keller)시 인근의 전자담배 상점 주차장에서 전자담배 폭발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 진단서에 따르면 그는 피우던 전자담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파편이 목 부위 경동맥에 박혔고, 이로 인해 왼쪽 경동맥이 손상되면서 경동맥 파열로 인한 뇌졸중으로 숨졌다.그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자담배의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꼭 폭발사고가 아니더라도 전자담배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은 일반담배 못지 않다. 특히 금연을 이유로 전자담배에 손을 댔다가 결국 일반담배에 전자담배까지 모두 피게 되는 ‘중복흡연’ 인구가 늘면서 정부와 의학계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2021년 4분기 담배 순매출 중 30%를 비연소 제품(전자담배)이 차지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간으로는 29%가 전자담배 관련 매출이었다. 필립모리스가 진출한 175개국 중 10개국에서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전자담배에서 나왔다.전자담배의 인기는 2015년 담뱃값 인상에서 시작됐다.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자 사람들은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찾기 시작했다. 전자담배가 인체에 덜 해롭고,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제조사들의 홍보전략도 적중했다.현재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 브리티쉬아메리카토바코코리아(BAT)의 ‘글로(Glo)’, KT&G의 ‘릴(lil)’의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아이코스의 시장점유율이 60%로 가장 높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전자담배 회사인 죠즈(jouz)가 지난 2월 ‘죠즈20(jouz20)’ 공식 국내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 예약판매에 돌입했고,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인 쥴랩스의 ‘쥴(juul)’도 올 상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을 붙이지 않는다는 점만 다를 뿐 기존 담배와 거의 비슷하다. 단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 고형물을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250∼350도의 고열로 가열해 배출물을 흡입한다. 


담배의 유해 성분 상당수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아 기존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기존 담배보다 90%가량 적다는 게 전자담배 제조사들의 주장이다.영국에선 아예 효과적인 금연 수단으로 전자담배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피터 하예크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england journal of medicineㆍNEJM)’에 발표한 연구에선 금연을 결심한 장기 흡연자 900명에게 1년 간 각각 전자담배, 니코틴패치, 사탕, 껌 등 금연보조제를 나눠주고 금연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의 금연성공률은 18%로 다른 금연보조제 사용자의 금연성공률(10%)을 크게 웃돌았다. 단 전자담배 이용자의 80%가 실험 종료시점까지 계속 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금연보조제 사용자에선 같은 수단을 이용하는 비율이 9%에 그쳤다. 하예크 교수는 “다수가 전자담배 이용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잠재적 문제점으로 볼 수 있지만 유익한 점이 더 크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전자담배과 일반담배를 비교하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실험자는 유리병에 각각 솜뭉치를 넣은 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연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일반담배 연기가 들어간 유리병의 솜뭉치는 끈적거리는 검은 타르가 축적된 반면 전자담배는 잔여물의 흔적 정도만이 남았다. 존 뉴턴 공중보건국 건강개선국장은 “이번 연구결과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5% 이상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ICE)은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처방하는 것을 허가하고, 전자담배를 기존 약물 및 인지행동치료와 병행하면 단기 금연에 도움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뉴질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만큼 유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캔사스대 의대 모힌더 빈디얄 박사팀의 연구결과 전자담배는 심장발작, 관상동맥질환, 우울증 등 여러 질병을 유발했다.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 대비 심장발작 발생률이 56%, 뇌졸중은 30%, 관상동맥질환은 10%, 순환기계 문제 발생은 40% 증가했다. 


이밖에 혈압, 당뇨병, 우울증 발생 위험도 높았다.또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문가위원회 검토 결과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에서 일부 유해 성분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도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이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작년 6월 7일 궐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3개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벤조피렌·니트로소노르니코틴·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포름알데히드·벤젠 등이 검출됐고 타르는 일반담배보다 20~25%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유해성분인 타르의 1개비당 평균 함유량은 아이코스·글로·릴에서 각각 9.3㎎, 4.8㎎, 9.1㎎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담배의 타르 함유량인 0.1~8.0㎎보다 높은 수치다.


니코틴 함유량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가 비슷했다. 아이코스·글로·릴의 평균 니코틴 함유량은 각각 0.5mg, 0.1mg, 0.3㎎였다. 일반담배의 평균함유량은 0.01~0.7㎎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니코틴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구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식약처의 연구결과에 필립모리스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10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에 대한 관련 근거를 제공하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정보공개(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필립모리스는 “전자담배는 세계보건기구(WHO)이 지정한 9가지 유해물질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평균 90% 적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지만 식약처는 이런 연구는 뒤로한 채 타르 수치 비교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타르는 일반담배 연기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태우지 않아 연기가 생기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 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일반담배에 전자담배까지 추가로 피는 ‘중복흡연’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4~9월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4799명 가운데 43.2%(2071명)가 다른 유형의 담배를 함께 피우고 있었다.


일반담배(궐련)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복해서 피우는 사람이 88.9%(1842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또 KMI한국의학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의 공동연구 결과 가열담배 사용자의 98%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중 사용자’인 것으로 조사됐다.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중독의학회 학술이사)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전자담배를 ‘첫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은 비흡연 청소년보다 성인이 된 뒤 담배를 피울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덜 해로운 담배’는 금연 의지를 떨어뜨려 결국 니코틴중독에 다시 빠지게 하고,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흡연으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며 “가열담배로 금연을 시도할 게 아니라 의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금연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는 청소년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한 번이라도 전자담배를 경험한 비율은 7.9%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3년간 무려 20배가 증가했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이유 중 하나는 덜 해롭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호기심(22.9%)에 이어 두 번째(18.9%)였다.


이는 제조 및 판매회사가 전자담배 성분이나 배출물에 독성물질이 궐련에 비해 적다는 것을 마치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광고해 잘못된 인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은 궐련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한 연구에 의하면 전자 흡연만 사용하는 청소년이 궐련 사용자가 될 확률이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보다 4.3배 높았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비사용자 특히 청소년에서 궐련 사용 증가와 비사용자에서의 간접 노출 등을 고려했을 때, 전자담배는 국민 전체의 보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