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기능’은 이른 시기부터 발달한다. 그 이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완성되어 간다. 시력, 색각(색을 분별하는 감각), 입체시(입체감) 등의 기본적인 시기능은 생후 3개월경부터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한다. 만 7세 이후부터 만 12세까지 발달 과정을 거친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정기적인 눈 검사는 필수적이다.
요즘 카페, 음식점, 대중교통 등에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동영상을 시청하는 아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필수품이 됐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도 스마트폰으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를 보여주면 언제 그랬냐는듯 뚝 눈물을 그친다. 최근엔 애니메이션 외에 유·소아나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과 ‘키즈 유튜버’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은 육아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단비가 됐지만 아이의 건강에는 큰 해를 끼쳤다. 밤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잠을 설쳐 성장장애를 겪거나, 어린 나이에 목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일자목증후군 관절질환이 발병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눈 건강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최근 후천적 사시의 주원인이 ‘성장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부터 꺼내들었던 부모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일본약시학회가 안과의사 3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2%가 1년간 후천적으로 눈동자가 안쪽으로 쏠린 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은 청소년 급성내사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시 청소년을 진료했던 의사의 77%는 발병원인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사시(strabismus)는 사물을 응시할 때 한쪽 눈은 똑바로 물체를 바라보지만 반대쪽 눈은 다른 곳을 보는 질환이다. 뇌에서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의 이상이 원인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며 가족력·유전과의 연관성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최근엔 신경마비나 특정질환이 있을 때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신현진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눈 근육이 두꺼워지면 사시가 더 생기기 쉽다”며 “또 뇌수종 같은 뇌질환을 앓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피곤해하거나 멍하게 볼 때 눈이 밖으로 돌아가거나, 눈을 자주 깜빡이고 비비거나, 나이가 들면서 눈동자가 돌아가는 빈도와 시간이 길어지거나, 눈부심을 자주 호소하고 눈을 찡그리면 사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사시인 아이는 각각의 눈에 물체가 맺히게 되는 부분이 달라 물체가 두개로 보이는 복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뇌는 복시를 피하기 위해 눈의 가장 중심인 황반부의 기능을 억제해 한 눈에서 오는 시각정보를 무시하게 되고, 결국 많이 사용하는 눈의 시력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만 억제된 눈은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시는 외관상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장 후 최종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한쪽 눈이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시가 동반될 위험이 커진다. 약시는 각막, 수정체, 망막, 시신경 등에 이상이 없는데도 시력이 정상적으로 교정되지 않는 상태다.
보통 눈이 안쪽으로 치우치면 내사시, 바깥쪽이면 외사시로 구분되는데 소아에선 간헐성 외사시가 가장 흔하다. 간헐성 외사시는 한쪽 또는 양쪽 눈이 바깥쪽을 향해 돌아가는 상태로 전체 환자의 60% 이상이 10세 이하다.
가까운 사물을 볼 땐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하지만 먼 곳을 바라볼 때 사시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피로감을 느낄 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열이 날 때, 공상할 때 눈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영아 내사시와 2~3세에 주로 나타나는 조절 내사시 등이 있다.
사시는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흰자인 결막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눈을 움직이는 근육인 외안근을 절제해 짧게 단축시키거나, 느슨하게 만들어 눈동자 움직임을 정상화한다. 수술 후 일시적인 충혈은 있지만 흉터가 남지 않는다. 단 재발 가능성이 30% 정도로 비교적 높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게 단점이다.
문 교수는 “소아사시를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약시가 될 확률이 높다”며 사시와 약시가 동반되면 양쪽 눈의 망막에 맺히는 사물의 형태가 달라져 입체감을 느끼는 데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늦어도 시력이 완성되는 만 6~8세까지 사시를 치료해야 정상시력을 찾고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다”며 “치료 외에도 아이가 스마트폰 화면을 30~40분 정도 보면 눈을 5~10분간 쉬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간혹 사시수술을 위험한 수술로 알고 겁을 먹는 부모가 많은데 안과 영역에선 비교적 안전한 수술에 속한다”며 “수술 후 일시적으로 복시, 충혈, 이물감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한달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수술도 이전에 수술하지 않은 근육을 교정하므로 위험성이 덜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보다 중요한 게 예방이다. 사시나 약시 등 안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릴 때부터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받는 게 좋다. 아이가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4살 전후에 시력이 0.7 이하로 떨어지면 안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정밀검사가 필수다.
1~2세 시기엔 일반적인 영유아검진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선천성 백내장·망막질환·녹내장 등 중증 안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진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4~5세가 되면 간단한 문진과 함께 약시검사·굴절이상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이 나이대는 약시 치료성공률이 가장 높은 시기라 약시 여부를 세심하게 살피도록 한다. 선행 연구 결과 4~5세 때 약시 치료성공률은 95%로 높은 반면 시력이 완성되는 9~10세 땐 23%까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