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안전성 평가 현재 개발 중인 산모 접종용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프로그램 개발을 자발적으로 중단한다고 18일(영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경쟁자인 화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RSV 백신은 GSK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적응증으로, 이 회사 백신후보(GSK3888550A)는 GSK의 백신 관련 R&D 지출이 34% 증가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는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화이자 등 라이벌을 뿌리치면서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려는 시동을 거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위해 GSK는 올 상반기에 고령층(60세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게시하고 연말까지 산모에 대한 임상판독 결과를 내놓기로 목표를 세워놨었다.
산모에 대한 접종은 그 영유아가 출생 직후부터 생후 6개월까지 RSV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영유아에게 직접 접종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다른 개체가 만든 항체 덕분에 면역능력을 가지는 것을 수동면역(passive immunization)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게 어머니로부터 들어온 모체이행항체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18일 GSK는 2만명 대상 GRACE 3상(NCT04605159)을 포함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NCT04980391, NCT05229068 등 3건의 모성 백신 임상시험 환자 등록 및 예방접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AReSVi 006 3상(NCT04886596) 임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 시험은 2022년 상반기에 예상되는 데이터 판독과 함께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
GSK는 “정기적인 안전성 평가에서 관찰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의 권고에 따라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연구를 중단한 이유, 투여 재개에 걸리는 시간, 안전성 신호로 인해 의사와 임산부에게 백신의 유익성이 떨어지는지 여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RSV 백신 경쟁의 치열함으로 볼 때 위험 대비 유익성 프로파일에 대한 타격이나 임상 지연은 GSK의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SK는 산모 대상 RSV 백신 투여 GRACE 임상을 2020년 11월 23일 착수했다.
앞서 2020년 10월에 공개된 건강한 비임신 여성을 대상으로 한 1/2상 연구(NCT03674177) 결과는 내약성이 우수하고 안전성이 문제가 되지 않으면 강한 면역원성을 보였다. 면역반응은 RSV-A 및 RSV-B 중화하는 역가가 8일째에 기저치 대비 14배로 최고조에 달했다. 중화역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했지만 6배 이상의 증가는 91일째에서 여전히 유지됐다(항-RSVPreF3 IgG 항체의 기하평균농도 기준).
RSV는 아직 백신이 나와 있지 않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3300만명 안팎의 5세 미만 어린이가 RSV가 압염돼 이 중 140만명 이상의 6개월 미만 유아가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RSV는 영아에서 세기관지염(폐의 작은 기도 또는 세기관지의 염증 및 울혈) 및 바이러스성 폐렴(폐의 작은 기낭 또는 폐포의 염증 상태)과 같은 호흡기 감염의 주요 원인이다.
현재 화이자의 백신후보물질 PF-06928316(RSVpreF)은 GSK에 가장 직접적인 도전자로 개념증명 임상인 2b상을 마치고 현재 GSK와 마찬가지로 모성 RSV 백신의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데이터를 공개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2022년 상반기에 판독될 예정인 화이자의 중추적 3상 임상 연구는 성인 및 산모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GSK와 화이자는 임산부에게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영아를 생후 첫 6개월 동안 하기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평가를 진행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및 사노피는 백신 대신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영유아 투여용 지속형 항체인 니르세비맙(nirsevimab)의 3상을 마치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파트너십을 맺은 양사는 모든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항체 접종이 영유아를 RSV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입증해 올해안에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임상 지연 기간과 안전성 증후의 심각도에 따라 GSK는 실제 또는 인지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백신후보를 경쟁사보다 훨씬 늦게 출시할 수도 있다. 물론 GSK가 빠르게 만회해 RSV 백신 분야에서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