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더믹이 가져온 건강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좀처럼 세상을 놓아주질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20~30대가 신체적ㆍ정신적 질환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학업 문제 등으로 인해 10대부터 시작된 극심한 스트레스가 20~30대엔 학업ㆍ취업ㆍ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지며 압박감이 더 강화되고, 이런 문제가 신체적ㆍ심리적 질환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암은 40대 이후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스트레스 증가, 운동량 감소,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20~30대 젊은 암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40세 이전엔 암 발생률 자체는 낮지만 한 번 발병하면 암세포가 더 빨리 퍼져 예후가 좋지 않다. 나이가 어려 신진대사가 활발한 만큼 암세포에 공급되는 혈액과 영양분도 많아 암세포가 더 빨리, 공격적으로 성장해 조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거나 주변 조직에 전이될 수 있어서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 탓에 건강검진에 소홀해 진단이 늦는 것도 예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대 암(위‧간‧유방‧자궁경부‧대장암)으로 치료받는 20대는 2014년 3621명에서 2018년 2만1741명으로 최근 5년간 45%나 급증했다. 특히 5대 암 중 대장암은 20대 환자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암은 남녀 통틀어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 젊은 위암 환자가 빠르게 늘어 전체 환자 3만504명 중 3681명(12%)이 5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위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잦은 가공식품 섭취, 비만, 음주, 환경오염,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 등이 꼽힌다.
젊은 시기 발생한 암은 진단이 더 늦고 그만큼 예후도 나쁜 편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외과수술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 40세 이하 젊은층의 위암은 주변 조직에 더 빨리 퍼지고, 공격적이었으며, 화학요법에 대한 저항성이 높았다.
20~30대 젊은 위암이 위험한 이유는 전이 속도가 빠른 미만성 위암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위암은 형태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분류된다. 장형은 암세포가 한곳에 모여 덩어리로 자라는 반면 미만형은 깨알 같이 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면서 넓게 퍼져 자란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미만형은 암세포가 위 점막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점막 밑이나 근육층을 통해 주변으로 퍼져나가 진단과 치료가 더 어렵다”며 “암세포가 점막 아래에서 자라면 위 점막 자체는 정상으로 보여 위내시경으로도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미만형 암은 주변 조직에 공격적으로 퍼져 위 주변 림프절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만형 위암을 발견한 시점엔 이미 미세암이 여러 기관에 퍼져 3기나 4기를 진단받는 환자가 적잖다. 40세 미만 젊은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여성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팀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가 수치가 높은 젊은 여성일수록 위암 전이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30대 여성으로 발병하는 위암의 약 87%가 미만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연령대는 직장 업무와 결혼으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데다 주요 증상인 체중감소를 스트레스성 증상이나 다어어트 효과로 치부해 방치하기 쉽다.
국내 위암 검진 권고안은 40세 이상이면 2년 주기로 위내시경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상복부통증·소화불량·체중감소·조기포만감 등이 지속되면 40세 이전에라도 위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성위축성 위염, 위점막이 장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 등을 앓는 환자도 위암 고위험군이라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위암 외에 전립선암도 이른 시기에 발병할수록 예후가 나쁜 편이다. 정문수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대한의학회지(J Korean Med Sci.)’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암이 조직 주변으로 얼마나 침범했는지 보여주는 ‘T병기’를 조사한 결과 50세 미만 젊은 환자군의 69.3%가 암세포가 전립선 안쪽까지 침범한 T2병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암세포까지 전립선 피막까지 침투한 T3병기 이상 비율은 30.7%였다. 50세 이상 환자는 T2병기 비율이 68%, T3병기는 32%였다.
이밖에 젊은 시기에 발병위험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는 고환암이다.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결과 2020년 기준 고환암은 총 388건 발생했으며 이 중 67%가 20~3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암은 정자와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남성의 고환에 암세포가 자라는 질환이다. 사고로 인한 부상, 산모의 임신 중 여성호르몬 과다 투여,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감염, 고환위축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노출, 유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증상이나 통증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점차 고환에서 서서히 커지는 단단한 덩어리(결절)가 만져지고 복통과 사타구니 주변 서혜부 통증, 묵직한 느낌이 동반된다. 10명 중 한 명 정도에서는 고환내 출혈과 급성통증이 나타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림프절이나 폐 등으로 전이돼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자가검진은 목욕 후 고환이 충분히 이완됐을 때 양손으로 만져보면 된다. 먼저 한 손의 검지와 중지는 음경 아래, 엄지는 귀두 부분에 올려놓고 음경을 들어올린다. 다른 손으로 고환을 부드럽게 이리저리 돌려봤을 때 작은 덩어리가 만져지면 고환암을 의심할 수 있다.
젊을수록 2차암(Second primary cancer) 위험도 높은 편이다. 2차암은 암을 한번 겪은 환자에서 기존 암이 아닌 새로운 조직적 특성을 가진 암이 발병하는 것이다. 암이 원래 있던 부위에서 다시 자라는 재발이나, 다른 부위로 옮겨 자라는 전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는 2차암으로 전립선암이 발병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두 배가량 높다”며 “특히 연령이 55세 미만인 젊은 남성 대장암 환자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최대 20.7배까지 치솟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도 늘고 있다. 유방암은 주로 4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17일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5~34세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주요 암 1순위가 갑상선암(10만명당 61.4명)이고, 2위가 유방암(10만명당 12.0명)이다. 35~64세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 암 1위 또한 유방암(10만명당 162.9명)이다. 우리나라 유방암의 가장 큰 특징은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 젊은층이 전체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젊은 암을 예방하는 데에는 왕도가 없다. 그저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와 매주 3회 이상 유산소운동 등을 실천하는 것만으르도 충분하다. 다만 학업과 직장일로 바쁜 와중에 생활습관을 교정하려면 굳은 자기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평소 스트레스 노출을 최소화하고 자기만의 취미생활로 심신의 안정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 대장암 국가검진 연령은 만 50세 이상부터다. 대변에 미세하게 섞여 있는 혈액을 시약을 통해 검출하는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는데 여기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한다. 단 아래와 같은 대장암 고위험군은 50세 전 대장내시경검사가 권고된다.
△부모 형제 중 2명 이상에서 대장암이 발생하거나 △부모 형제 중 55세 이전에 대장암환자로 진단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 △갑자기 변비가 생기거나 △가는 변, 혈변을 보는 경우 △배에 덩어리가 만져질 경우 △가족력이 없어도 용종을 떼낸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추적검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