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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은 순수하게, 행동은 이기적으로!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2-01-28 14:10:06
  • 수정 2022-01-28 14: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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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으로 여자 인생이 없어지지 않아 … 아는 게 병, 걱정부터 버려라

스물아홉에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지만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여성이 상담을 청해왔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나 언니들을 보면 ‘저게 뭐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당장 자기 큰 언니만 해도 맞벌이를 하는데 가사를 전담하다시피하고 육아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 임신도 미루고 있단다. 꿈도 많고 야무진 언니였는데 자기 인생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1남 3녀 중 막내로 엄마가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키웠고 하고 싶은 공부도, 꿈도 많은데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남자친구가 내년엔 결혼하자는데 두렵다고 했다. 결혼하면 자기 인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고 남편 하나만 믿고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단다.


큰 언니나 친구들처럼 아등바등하며 살고 싶지 않고 굳이 애를 낳아야 하나 싶지만 애가 없으면 부부관계가 소원해진다니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말 결혼하면 자신의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냐며 그나마 남친을 사랑하니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사연을 듣고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다. 걱정 많은 겁쟁이가 문제인지, 그냥 달려들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무모한 용기가 더 문제인지. 사실 이건 문제라기보다는 성향의 차원이다. 유전적으로 겁쟁이형도 있고 무모한 용기형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타고난 성향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을 남들 사는 대로 대충 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적당히 기뻐하고 적당히 괴로워하고 적당히 걱정하고 적당히 허무해하다 죽으면 된다. ‘겁쟁이’의 미래형 유사어가 ‘적당히’인 것 같다. 겁쟁이로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행복의 산물들은 주변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기에 에너지가 안으로만 쏟아지면 실제 삶은 적당히 이루어지거나 공허하고 허무해지기 일쑤다. 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감성시스템은 적당히 보다 훨씬 큰 극한의 즐거움과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절대 밋밋한 시스템이 아니다. 


‘마음이 가난해야 천국에 이른다’는 성경구절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심리학적 표현으로 바꾸면 순수한 진실 속에 절정의 행복과 쾌락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당신은 본인이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친구관계는 어떤지? 친구들이 예쁘고 못 나가는지, 아님 모 생기고 잘 나가는지? 내 예상엔 예쁘고 잘 나가는 친구는 곁에 두지 못할 것 같다. 왠지 질투도 많고 비교도 잘할 것 같다.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매일 끝도 없이 쫓기는 꿈, 시험공부 안하고 시험 보는 꿈 등을 꿀 것 같다.


겁쟁이의 핵심적 특징은 순수해 보이는 외양 뒤에 숨어 있는 이기심이다.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항상 불안하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기회비용의 계산이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더 받을 것인가가 이슈다. 심리 경영도 마찬가지다. 겁쟁이 심리상태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없다. 실수 없이 고만고만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역설적으로 겁쟁이치고 꿈이 작은 사람이 없다는 거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심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거다. 


상담 의뢰자에게 묻고 싶다. 언니는 꿈이 없어졌다 했고 당신은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꿈도 많다 했는데 일단 공부는 잘 하시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스물아홉 살에 꿈도 많다고? 공부도 하나의 기능이자 재주니 적성에 맞는다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런데 서른이 다 되어 결혼도 미루고 공부에 매진할 정도라면 이것 아님 안 된다고 할 만큼 하고픈 공부, 그걸로 이루고픈 꿈이 명확해야 할 텐데 꿈이 많다고 하니 당혹스럽다. 


사연을 보면 ‘물’의 반대가 ‘공부’인 것 같다. 손에 물 묻히기 싫은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자가 집안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반대다. 단지 물 묻히기의 반대가 공부는 아니라는 거다. 손에 물 묻히기 싫으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들어가니 본인의 능력으로 어렵다면 그것을 대줄 수 있는 마음과 능력을 가진 남편을 구하는 게 정답이겠다.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다시 듣고 싶다.


남친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민해서 사연을 보냈다고 했지만 내가 남자라면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게 맞나 싶을 것 같다. ‘남편 하나 믿고 살기 두렵다’, ‘애 키우는 건 부담인데 애 없으면 부부관계가 오래 못 간다 하니 걱정된다’고 했다. 정말 남친을 사랑하는 게 맞는가?


상담 의뢰자에게는 겁쟁이적 불안과 이기심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격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하는 남자가 필요하다. 겁쟁이는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에너지가 너무 커서 주변으로 발산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안으로 향하게 하고 숨어서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어정쩡한 당신과 당신의 남친 나이다. 아직 죽음을 생각지 않는 나이이기에 인생의 중요한 주제인 일과 사랑에 대한 함수가 복잡한 거다. 40대 중반을 넘기면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는데 대한 걱정이 생기면 함수가 간단해진다. ‘적당히 살자’ 아니면 ‘모든 기득권을 던져서라도 순수한 그것을 찾자’로.


당신의 인생은 작년보다 올해 일 년 짧아졌다. 당신을 방어하는 껍질을 깨고 나와 뜨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너를 닮은 아이를 너무 낳고 싶은데 집안일은 하기 싫으니 돈 많이 벌어와라, 그리고 나를 평생 미치도록 사랑하라, 그럴 자신 없으면 떠나라가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


일도 하고 애도 낳고 평생 사랑하는 부부로 살 수 있다. 이런 이기심은 버리면 안 된다. 현실의 삶은 이기적으로 살되, 마음은 가장 순수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 차게 하라. 지금 당신은 행동은 이타적이되 마음이 이기적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울화병이 되는거다. 세상은 전부 비슷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쫄지 말고 기죽지 말고 꿈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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