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주의 알슈빌(Allschwil)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아이도시아(Idorsia)는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DORA)인 ‘큐비빅’(Quviviq 성분명 다리도렉산트 daridorexant, 코드명 ACT-541468) 25mg 및 50mg이 성인 불면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큐비빅은 수면에 진입하거나 수면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불면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2022년도 FDA가 승인한 첫 신약이다.
큐비빅은 일반적으로 뇌를 진정시키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오렉신 수용체에 선제적으로 결합한다. 이로써 각성을 촉진하는 신경 펩타이드 오렉신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과잉 각성상태를 약화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계열의 첫 불면증 치료제인 미국 머크(MSD)의 ‘벨솜라’(Belsomra, 성분명 수보렉산트 suvorexant)는 2014년 8월 FDA 승인을 받았다.
FDA는 전 세계 18개국 160여 의료기관에서 충원된 총 1854명의 성인 불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2건의 3상 임상시험(NCT03545191, NCT03575104) 자료를 근거로 큐비빅을 허가했다.
임상시험에서 큐비빅 복용군은 수면유도시간을 나타내는 입면소요시간(지속적인 수면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 latency to persistent sleep, LSP), 수면유지시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입면 후 각성시간(입면 후 다음날 기상하기 전까지 잠자리에서 각성된 상태로 보내는 시간, wakefulness after sleep onset, WASO), 환자들이 보고한 주관적인 총 수면시간(Subjective total sleep time, sTST) 등 객관적인 측정지표들이 위약 대조군 대비 유의할 만한 정도로 개선됐다.
NCT03545191(연구 1)에서 큐비빅 25mg 및 50mg 용량은 1개월 및 3개월 차에 수면다원검사(LPS, WASO) 및 자가 보고된 총 수면(sTST)에서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아울러 큐비빅 50mg 복용군은 주간(晝間) 졸림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입증됐다.
NCT03575104(연구 2)에서 큐비빅 25mg은 1개월 및 3개월 차에 WASO 및 sTST에서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큐비빅 10mg은 유의한 개선을 나타내지 않았다.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5% 이상에서 나타난 잦은 부작용으로는 두통(7%), 졸음(5%), 피로(5%) 등이었다.
FDA는 남용과 의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큐비빅을 규제물질(controlled substance)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또 불면증에만 써야지 기면증에는 복용하지 말라고 FDA는 적시했다. 이에 따라 큐비빅은 미국에서 마약단속국(DEA)이 정한 일정에 따라 오는 5월에나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밖에 큐비빅은 인지도와 주의력이 감소하므로 이 약을 복용 후 운전이나 위험한 기기의 조작, 명료한 사고능력이 필요한 작업을 해선 안 된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고 잠자리에 들어 다시 활동하기까지 7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과량 복용해서도 안 되고 잠자기 전 30분 이내에 복용한다. 우울증, 정신질환, 알코올중독, 탈력발작, 주간졸음, 자살충독 및 행위, 수면무호흡증, 간 기능 이상, 임신이나 수유, 폐 등 호흡장애가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 복용해야 한다.
아이도시아의 마르틴 클로젤(Martine Clozel) 최고학술책임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연구한 끝에 수면-각성 균형에서 오렉신과 잠재적 오렉신 수용체 길항작용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는 불면증 환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큐비빅을 설계했다”며 “오렉신 수용체들을 억제해 신속하게 수면 상태에 진입하게 해주는 약물이 큐비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큐비빅은 약물의 80% 정도가 하룻밤을 자고 나면 체내에서 제거돼 잔류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돕는 약리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도시아 미국 지사장인 패트리샤 토르(Patricia Torr)는 “FDA가 더 빨리 잠들고 더 오랫동안 잘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승인했다”며 “지금은 아이도시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고무적인 시점이고, 미국에서 불면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차별화된 제품과 놀라운 조직, 혁신적인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큐비빅을 대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도시아의 귀 브라운슈타인(Guy Braunstein) 글로벌 임상개발 담당대표는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큐비빅의 효과가 용량 대비 비례한다는 게 입증됐고, 용량을 늘리더라도 졸림 또는 피로를 느낀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지 않은 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