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Comirnaty)를 공동 개발해 사상 초유의 ‘빅히트’를 친 미국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텍이 이번에는 최초의 mRNA 기반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연구‧개발 및 발매하기 위해 제휴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앞서 양사는 2018년에는 인플루엔자 백신, 2020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제휴한 바 있다.
대상포진은 미국에서 대체로 3명당 1명 꼴로 평생에 한번은 걸리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감염질환이다. 대상포진은 수두(chickenpox)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erpes zoster virus, HZV 또는 varicella zoster virus, VZV)에 의한 만성질환이다. 감염 후 수두 바이러스는 인간 신경세포에 휴면 상태를 유도하고 면역체계를 손상시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항원 기술, 바이오엔텍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했던 mRNA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를 일궈나가기로 했다. 개발비용은 양사가 분담하며, 올해 하반기 중 임상시험에 착수할 전망이다. 화이자가 글로벌 판권을 갖되 바이오엔텍은 독일, 터키, 일부 개발도상국에 대한 예외적인 판권을 유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양사는 수익을 대등하게 나눠 갖기로 했다.
기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대상포진 백신은 미국 머크(한국MSD)의 ‘조스타박스주’와 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주’(Shingrix)가 있다. 싱그릭스는 2017년 10월 50세 이상으로 FDA 승인을 얻었고 2021년 7월 18세 이상으로 연령 제한이 완화됐다.
조스타박스는 50세 이상 환자와 70세 이상 환자에서 각각 51%와 41%의 질병 예방 효과를 보이는데 그쳤다. 반면 싱그릭스는 50세 이상에서 97.2%, 70세 이상에서 91.3%의 예방률을 보였다.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주’는 조스타박스와 비열등성을 입증한 수준이다. 다만 싱그릭스는 2회 접종해야 하는 게 단회 접종해야 하는 기존 타사 제품보다 단점으로 꼽힌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mRNA 접근법이 싱그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높은 유효성과 더 나은 내약성을 보여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화이자 미카엘 돌스턴(Mikael Dolsten) 최고 의학책임자 겸 글로벌 연구‧개발‧담당 대표는 “양사는 세계 최초의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제품을 전세계에 공급해왔다”며 “이런 mRNA 기술 선도는 다른 전염병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텍의 우구르 사힌(Ugur Sahin) 대표는 “암환자뿐만 아니라 50세 이상 성인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며 “양사의 제휴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높은 mRNA 기반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하고 대규모로 생산 유통하는 데 핵심적인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2억2500만달러의 선불계약금을 바이오엔텍에 지급키로 했다. 이 중 7500만달러는 현금, 1억5000만달러는 지분 투자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바이오엔텍 제품의 승인 및 매출 성과에 따라 최대 2억달러의 성과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반대급부로 바이오엔텍은 화이자의 항원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2500만 달러를 건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