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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스킨십, 필요하지만 영리하게 즐겨야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2-30 11:41:26
  • 수정 2021-12-30 1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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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북에 희비교차는 금물 … 너무 빠른 프로세스는 중독 초래

페북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대가족이 사는 집으로 여긴다는 20대 후반의 청년이 상담을 청해왔다. 밥은 먹고 다니라는 댓글 덕분에 끼니를 챙겨먹고 감기 조심하라는 댓글에 옷을 든든히 입는다고 했다. 


처음엔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내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구나’하는 뿌듯함을 느끼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과 연락하니 편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댓글이나 근황을 묻는 횟수가 줄고 사람들의 반응에 길들여져서인지 반응이 없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글을 남겼는데 답이 없거나 무성의한 답변이 달리면 짜증까지 난다고 토로했다.


친구에게 자신의 증상을 얘기하니 “애정결핍 아냐? 왜 가짜에 목매냐?” 하더란다. 이게 가짜라니 온라인상의 관계도 엄연히 관계 아니냐면서 자신은 진짜라고 믿는데 이런 자신이 이상한 것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디지털 스킨십과 관련된 고민이다. 온라인은 가짜고 오프라인이 진짜라…. 이제 이런 이분법적인 접근은 무의미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요즘 세상에 ‘또라이’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서 시스템에 ‘공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반응에도 위로받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스킨십은 실제 스킨십 이상의 정서적 촉감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전자적 네트워크는 우리 신경에 연결되다시피 해 ‘매트릭스’라는 영화처럼 서로의 정보와 감성을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전달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올리는 것은 관심에 대한 갈망이다. 나의 콘텐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전자적 네트워크는 정서교감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탁월하다. 시간과 공간도 초월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감성적 교류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라는 게 정서적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중독의 핵심은 내성과 금단증상이다. 특징적인 것은 중독이 양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친구와 그의 콘텐트가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댓글로 자신의 따뜻한 감성을 전달해 제공자의 감성 뇌는 이에 반응해 관심의 핵심에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수많은 콘텐트가 쏟아지는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계속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페북 방문자들은 이미 디지털 감성 자극에 내성이 생긴 사람들이라 같은 자극으로는 만족감을 줄 수 없고 다른 페북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 마음에 금단증상, 즉 애정결핍이 나타나게 된다. 


TV에 등장하는 유명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크고 작은 공인으로 살고 있으며 페북이나 트위터는 ‘나’라는 공인이 활동하는 무대인 셈이다. 


그래서 생겨난 게 ‘아이돌 허무 증후군’이다. 상담을 의뢰한 청년도 동일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스무 살 전후 어린 나이에 경험한 수많은 관중의 환호와 갈채는 뇌의 쾌락중추 시스템에 엄청난 강도의 마약을 생성시킨다. 그러나 그들을 향했던 갈채가 순식간에 악성 댓글로 변하는 일은 디지털 연예 세상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과 얘기해보면 더 고독하고 괴로운 것은 악성 댓글조차 달리지 않는 무관심이라 말한다.


무관심은 사람의 심장도 멈추게 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 특히 관심 중독자에게는 그 금단증상의 세기가 우울증상을 일으키고도 남는다. 단계를 뛰어 넘는 빠른 프로세스는 강렬한 맛은 있으나 모두 중독적 성향을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디지털 세상일수록 아날로그적인 삶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모두들 만년필 회사가 망할 거라 했지만 늠름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아직도 비닐로 된 LP판을 듣는 음악 애호가들도 많다. 고가 마니아 시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마니아야 말로 중독을 쫓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그들이 아날로그적 방법론, 감성에 몰입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날로그 스킨십의 잔잔학 중독성 없는 매력을 놓치지 말라. 중독성 없는 쾌락 활동의 특징은 마약처럼 쾌락 시스템에 직접 강렬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감각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심리적 성숙을 통해 쾌감을 느끼게 한다. 웅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항우울제는 마약처럼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미약은 아니다. 중독성이 전혀 없다. 왜냐면 쾌락 시스템에 직접 작용하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날카로운 반응들을 여우롭게 볼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어 2차적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최고의 마약은 즉각적인 반응과 서서히 전해지는 반응의 쾌락 자극제를 섞어놓는 게 아닐까. 그러니 아날로그 그리고 디지털 스킨십을 적절히 블렌딩하도록 해야 한다. 


흔히 스마트폰을 ‘손 안에 든 세상’이라고 한다. 그 세상에서 재밌게 놀되, 지배당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가 왜 그 조그만 녀석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웃고 울어야 하는가? 고차원적인 인간으로 태어나 디지털 기계에 너무 쉽게 자신을 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스마트폰에서 댓글 같은 거 체크하지 말고 미술관을 가거나 흙길이라도 밟으면서 살도록 하자. 아니면 인사동 쌈지길이라도 걷는 건 어떨까?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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