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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병은 유전병일까 … ‘가족력’질환 일까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2-30 09:43:37
  • 수정 2021-12-30 09: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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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암·유방암·위암, 가족력 질환 … 유전병은 헌팅턴병·다운증후군 등 희귀난치성질환

암, 당뇨병, 심장질환 등 중증 만성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질병 발생 위험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가족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직계가족 중 두 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렸다면 가족력질환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가족력은 유전병과 헷갈리기 쉽고 실제로 혼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유전병(유전성질환)은 특정 유전자 정보가 자녀에게 전달돼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 발생을 결정한다. 예컨대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녹색맹 등은 가족력질환이 아닌 유전병이다.


반면 가족력질환은 주거환경, 식습관, 직업, 생활환경 등 후천적 요인이 원인이다. 특정 유전정보도 가족력에 영향을 끼치지만 후천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 즉 부모와 같은 유전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생활습관만 잘 교정하면 질병 발생을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흔히 ‘유전성’으로 알고 있는 질환 중 상당수가 실상은 가족력질환인 경우가 많다. 당뇨병, 고혈압, 유방암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실제 유전성질환은 대부분 병명이 생소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가족력질환에 비해 유병률이 훨씬 낮은 편이다. 유전자검사 등으로 사전에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지만 마땅한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질환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므로 가족력이 발병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일반인이 알아보기 쉽도록 대략적인 수치만 제시될 뿐이다.


가족력질환 중 대표적인 게 2형 당뇨병이다. 2형 당뇨병은 유전, 비만, 고열량 식이, 운동부족, 노화 등으로 인슐린저항성(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수용체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저하 효능이 떨어진 상태)이 높아지고 인슐린 분비기능이 저하돼 발생한다. 전체 환자의 90% 정도가 2형 당뇨병이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이면 자녀의 발병률은 약 30%,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6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부모가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을 기피하면 자녀도 유사한 생활습관을 갖게 돼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가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골다공증은 특히 여성이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엄마가 환자면 딸의 골다공증 위험은 일반인 대비 2~4배 높다.


심혈관계질환도 가족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손정식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부모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생률이 두 배가량 높아진다”며 “고혈압의 경우 부모 모두 정상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라도 고혈압이면 자녀의 발생률은 30%, 양친이 모두 고혈압이면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중에선 대장암, 유방암, 위암, 폐암 등이 가족력질환으로 꼽힌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전체 대장암 환자의 10~30%가 가족력이 영향을 끼치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두 명 이상이면 4~6배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방암은 직계가족 중 한 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최대 9배까지 높아질 수 있어 조기에 검사받는 게 좋다. 가족력은 정신건강과 뇌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울증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가족력 보유자는 발병 위험이 1.5~2배 높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가족력은 차후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된다. 첫 번째 단계로 가족력지도를 그려본다. 증조부 포함 총 4대의 질병 상태를 알아보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조부까지 3대 직계만 조사해도 충분하다. 직계가 아닌 방계(부모의 형제·자매)이더라도 특정 질병의 발생률이 높다면 지도에 표시해두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지레 겁을 먹거나 건강염려증을 앓을 필요는 없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보다는 평소 생활습관이 질병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예컨대 가족력은 없는데 술·담배를 하고 뚱뚱한 사람은 가족력이 있지만 술·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생활습관만 교정해도 가족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과음·고염식 습관이 가족 전체에서 나타나기 쉽다. 식습관부터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은 식사요법,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

직계가족 중 암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 주기적으로 위·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유전자·암표지자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 가족 중 이른 나이에 암이 발병한 사례가 있다면 40세 이전 조기검진이 필요하다.


유전병은 크게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병과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으로 구분된다.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병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헌팅턴병, 윌슨병, 혈우병, 파브리병, 근디스트로피증(근무력증) 등이 대표적이다.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은 4번 염색체 ‘헌팅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뇌 선조체 신경세포가 손상돼 40세 전후에 치매, 우울증·강박증 등 정신증상, 운동발작 등이 나타난다. 얼굴, 손, 발, 혀 등이 제멋대로 움직여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무도병’으로도 불린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인 중세 유럽에선 몸이 주체할 수 없이 움직이는 헌팅턴병 환자를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하기도 했다.


윌슨병(Wilson’s disease)은 13번 염색체 ‘ATP7B 유전자’의 이상으로 뇌와 간에 구리가 계속 축적되고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간질환과 신경계질환이 동반된다. 혈우병(hemophilia)은 X염색체에 위치한 ‘F8’ 유전자 돌연변이로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근디스트로피증(muscle dystrophy)은 X염색체에 있는 ‘디스트로핀’ 유전자 이상으로 근육이 점점 위축되고 근력이 떨어지는 유전병이다.

이밖에 파브리병(fabry disease), 테이-색스병(Tay-Sachs disease),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 PKU),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 백색증(albinism), 색소성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등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병으로 분류된다.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은 생식세포 분열 과정에서 특정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기거나, 염색체의 일정 부위가 손상돼 발생한다. 선천성 기형 중 대다수가 염색체 이상이다. 대표적인 게 다운증후군이다.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 중 가장 흔한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은 정상인에선 2개만 있는 21번 염색체가 한 개 더 존재해 발생하는 것으로 얼굴이 변형되고 지능장애가 동반된다. 얼굴이 둥글고 납작해지면서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코가 낮고 작은 게 특징이다. 이밖에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전체 다운증후군 환자의 50%에서 심장이상이 동반된다.


이밖에 클라인펠터 증후군(Clinfelter syndrome), 야콥증후군(Jacob syndrome),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 에드워드증후군(Edward syndrome) 등이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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