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건강도 지키기 위해 한방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음용할 수 있는 한방차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둥굴레차도 그 중 하나다.
둥굴레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를 쪄서 먹거나 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효능을 가진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둥굴레(학명 Polygonatum odoratum var. pluriflorum)는 외떡잎식물 백합과(Liliaceae)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과 들에서 자란다. 굵은 육질의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고 줄기는 6개의 능각(稜角)이 있으며 끝이 비스듬히 처진다. 높이는 30∼60cm이다. 잎은 어긋나고 한쪽으로 치우쳐서 퍼진다. 길이 5∼10cm, 너비 2∼5cm로 긴 타원형이고 잎자루가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자생하는데 한의학에서는 황정(黃精)이라는 약재명으로 불리며 맛은 달고 독이 없다. 민간에서는 타박상이나 요통 치료를 위해 둥글레의 뿌리줄기를 가루로 만들어 발라주거나 뿌리 삶은 물에 상처부위를 담그며 입이 마르면서 피곤할 때는 말린 둥글레를 가루 내어 먹기도 한다.
둥굴레는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진다. 옛날 중국의 명의 화타가 약초를 캐기 위해 산에 올랐는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보니 한 젊은 여자가 도망치는데 뒤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쫓고 있었다. 이들은 한참을 쫓았지만 여자가 훨씬 빨라 결국 잡지 못했다. 호기심이 많은 화타는 두 사람에게 그 여자를 쫓은 이유를 물었다. 여자는 같은 주인집의 하녀였는데 몇 년 전 몰래 도망쳐 행방을 몰랐는데 최근 이 산에 숨었다는 소식을 듣고 잡으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워낙 재빨라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추적자들이 돌아간 후 화타는 맛있는 음식으로 여자를 꾀어 이야기를 나눴는데 심성이 나쁘지 않아 양녀로 삼았다. 나중에 심신이 안정된 후 화타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너는 도대체 무엇을 먹었길래 그리 재빠를 수 있었던 것이냐?” 양녀는 “산에 있으면서 먹을 것을 찾다 노랗고 닭과 같이 생긴 뿌리를 캐어 먹었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화타가 그 약재를 찾아 써보니 몸이 튼튼해지고 정력과 기운이 보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색이 노랗고 정력을 강화한다 해서 황정(黃精)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황정은 황지(黃芝)·녹죽(鹿竹)·야생강(野生薑)·산생강(山生薑)·옥죽황정(玉竹黃精)·선인(仙人)·구궁초(救窮草) 등으로도 불리는데 우리말로는 둥굴레다.
장복하면 원기회복에 도움 … 위장 건강에도 효과
한의학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둥굴레를 일명 ‘선인반(仙人飯)’이라고도 하는데 둥굴레의 뿌리는 말려도 부드럽고 연하며 기름기와 윤기가 있는 태양의 정기를 받은 풀이다. 약으로는 생것대로 쓰며 오랫동안 두고 먹으려면 캐어 먼저 물에 우려서 쓴 맛을 빼버리고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 쓴다”라고 해서 둥글레의 활용 및 법제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한방에서 약재로 널리 사용되는 황정은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원기회복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허약한 체질로 인해 늘 피로를 느끼고 기운이 없는 사람들은 물론 질병을 앓은 후 원기회복이 필요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황정은 신장 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정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성욕이 저하되는 시기의 남성들에게 좋다.
황정은 오장을 편안하게 다스려주는 만큼 위장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황정을 달여 마시면 위장기능이 좋아진다. 또 약해진 근육과 골격을 강화시켜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준다.
이와 함께 폐와 위가 열로 인하여 건조해 기침과 끈끈한 객담이 생기거나 입안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 경우 폐의 진액을 보충해줘 마른기침과 노인성 기침, 구강 건조증 등의 증상에도 좋다.
황정은 식탐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어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과도한 식탐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를 들 수 있는데 황정이 중추신경계를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식탐도 안정시켜줄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로 과식이나 폭식을 자주 하며 식후에도 수시로 허기가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좋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경우에도 황정은 효과가 있는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해 비만을 비롯해서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황정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속이 냉한 경우나 소화기능이 약해 가슴이 답답하면서 몸이 무겁고 옆구리가 자주 결리는 경우, 손발이 찬 경우에는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평소 대변이 묽거나 만성 장염 환자인 경우에도 복용을 삼가거나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