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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은 롱런 전략이 필요하다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2-03 15:58:59
  • 수정 2021-12-03 15: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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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폼에 30%, 콘텐트 70% 전략 필요 … 감정적 확신 없이 움직이지 말아야

지방소재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며 서울 소재 대학에 다시 입학하려고 반수 중이라는 학생이 상담을 청해왔다. 공부를 할수록 잘할 수 있을지, 옳은 길인지 의문은 쌓여 가는데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건 사진이라고 했다.


과 동기 중에 자신처럼 사진에 미쳐 명문대 졸업생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며 누가 보면 서울대 다니는 줄 알 정도로 자신감이 강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를 볼 때마다 수능을 준비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지고 스스로 치사하다는 생각에 자책감을 느끼다가도 ‘내겐 간판이 중요해’라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고 했다.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이 하고 싶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자신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닥치고 공부’가 최선책인지, 혹여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두 가지 고민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나는 내용, 콘텐트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식, 폼에 관한 고민이다. 인생을 사는데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학벌과 같은 폼을 갖추면 ‘각(angle)’있게 살기 편하다. 나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이 있다. 그러나 내용이 없으면 실제 능력보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펴지기 쉽고 비즈니스 시장에서 일찍 신뢰를 잃고 도태될 수 있다. 따라서 내용인 콘텐트의 안정성과 신뢰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세상을 오래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도 콘텐트가 받쳐줄 때 얘기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내용, 콘텐트가 중요해졌다. 폼이란 것은 단기적으로 강한 임팩트를 줄지 몰라도 지구력은 강하지 못하다. 더욱이 요즘처럼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상황에서는 폼으로 콘텐트의 부실함을 커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3대 7 전략이 필요하다. 폼에 30%, 콘텐트에 70%의 비중을 두는 것이 롱런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 하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대중의 인기를 얻은 연예인들이 내실을 취하지 않고 계속 부실한 내실을 폼으로 커버하다 영영 재기 못할 정도의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의 학생의 경우 명문대학이 폼이고 사진이 콘텐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폼만 있을 뿐 콘텐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친구의 경우 폼은 무시하고 콘텐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3대 7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과 습득된 기술, 프로페셔널한 업무에 대한 열정의 합이 필요하다. 특히 시장이 좁은 전문직은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 선택하면 인생 스토리 자체가 스펙터클해진다.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친구에 비해 사진에 대한 열정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친구에게서 느끼는 자신감은 그 열정에 기인한 강한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높은 자존감은 폼에서 나오고 강한 자존감은 콘텐트에서 나온다. 물론 친구에 비해 사진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는 것은 취향과 스타일의 문제이지 그 자체로 삶의 루저인 것은 아니다.


지금 힘든 것은 여러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반된 두 가지 감정 때문이다. 흔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라’는 말을 하지만 틀린 말이다. 사사로운 일상사를 결정할 땐 모르겠으나 인생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는 감성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사람의 행복은 이성이 아닌 감성 시스템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감성적 결정은 두 단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먼저 정보수집 단계다. 많은 사람들이 결정에 대한 압박에 쫓겨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않는다. 정보가 ㅂ족한 가운데 이성적 결정을 하려 하니 양가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양가감정은 정보부족 상태를 경고하는 1차적 사인이다.


현재 다니는 대학 학과의 통계적 취업률을 알아보고 사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마켓 상황, 졸업생들의 양적·질적 취업수준도 수집해야 하며 현재 반수 중이므로 현 시점에서 내가 과연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도 변수에 포함시켜야 한다.


충분한 정보수집이 되었다면 두 번째 단계로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을 반복하지 말고 ‘반수냐 아니냐’에 대해 마음에 아주 단단한 느낌의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생 진로에 대한 결정은 감성적 확신이 동반되지 않을 때는 큰 변화를 주면 안 된다.


따라서 지금 사진을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이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이 완전히 편치 않다면 일단 결혼생활은 유지해야 한다. 이혼준비를 하면서. 이 때 이혼 준비는 갈라서는 준비가 아니라 갈라선 후 어떻게 살지 준비하는 것이다.


일단 스스로의 상황을 ‘명문 대학 입학 준비’를 고민하는 반수생이 아니라 인생의 30%에 해당하는 폼을 만드는 프로페셔널한 작업 중이라 생각해야 한다. 진지한 접근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알찬 콘텐트를 만들어낸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접근만큼 확실한 콘텐트는 없다.


현재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는지 여부는 자아팽창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내 자아가 더 커지는 동시에 꽉차는 느낌이다. 내가 이전보다 근사하게 느껴진다. 나 삶의 주인이 내가 되는 느낌이다.


수많은 교육정보와 처세전략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인공위성처럼 미친 듯이 돌게 하고 있다. 불안만큼 불안파생 상품을 구매토록 하는 확실한 마케팅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스스로 인생의 주인 되는 것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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