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회는 무엇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광어와 우럭이다. 사람들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 일식집 또는 횟집에서 회를 시킬 때 ‘광어파’와 ‘우럭파’로 나눠지기도 하지만 횟감으로서의 맛과 풍미는 둘 다 자웅을 겨루기 어려울 정도로 쌍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광어와 우럭이 ‘국민생선’으로 등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이면서도 뛰어난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선회나 초밥을 먹을 때 빠지지 않는 광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우럭은 특유의 감칠맛이 입맛을 저격하는데 딱이다.
더욱이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 광어는 각종 영양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해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며 우럭 또한 다양한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필수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뼈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광어와 우럭을 이용한 각종 요리와 이들 생선이 함유한 영양성분과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생김새 비슷해도 도다리와는 달라 … 고단백 저지방 근육증강 회복에 효과적
광어(학명 Paralichthysolivaceus)는 가자미목 넙칫과(Paralichthy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해 납작하며 몸 색깔은 모래바닥과 구분이 쉽지 않은 황갈색의 보호색을 띤다.
몸집이 큰 편이어서 1m 정도가 되는 것도 있으며 보통 암컷이 수컷에 비해 10cm 정도 더 크다. 몸의 가장자리에는 다소 단단한 지느러미가 있으며 등쪽에는 77~81개, 배쪽에는 59~61개의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매우 작은 편이다.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발달해 있으며 아래턱이 위턱에 비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보통 깊이가 200m를 넘지 않는 바다 밑 모래바닥에서 생활하며 계절에 따라 장소를 옮겨가며 먹이를 찾거나 알을 낳는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하는 넙치는 가을과 겨울 사이에 남쪽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여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되면 북쪽으로 이동하여 짝짓기와 산란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모든 해안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인근 해역 등지에 분포한다.
최근에는 양식기술의 발달로 자연산과 양식 모두 맛볼 수 있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고 싶으면 광어의 배쪽을 살펴보면 된다. 양식 광어는 배쪽에 검녹색의 무늬가 있는 반면 자연산 광어의 배쪽에는 무늬가 없는 하얀색이다.
광어의 표준명은 넙치다. 넙치가 표준어고 광어가 사투리였지만 광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이제 광어와 넙치 모두 표준어로 인정됐다. 광어는 넓적하게 생긴 생김새를 따서 넓을 ‘광(廣)'’자의 ‘광어(廣魚)’로 불리기도 하고 ‘넓다’는 뜻의 생선을 뜻하는 ‘치’를 더해 넙치로 부르기도 한다. 광어는 생김새가 도다리와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구분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는 ‘좌광우도’를 기억하면 된다. 생선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상태에서 눈이 왼쪽에 쏠려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쏠려있으면 도다리다.
광어는 대표적인 흰살생선으로 부드럽고 소화가 잘돼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민생선이다. 육질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없어 횟감으로 많이 이용된다. 광어회는 물론 광어튀김이나 광어매운탕, 광어회 무침 등으로도 먹을 수 있다.
광어초밥으로 만들면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며 노릇노릇하게 구운 광어살을 야채와 드레싱에 얹어 먹는 광어샐러드도 입맛을 저격하기에 충분하다. 또 광어살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각종 채소와 함께 구워먹는 스테이크로 즐겨도 광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 경상도 지방에서는 광어미역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광어미역국은 쇠고기미역국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요리다. 뽀얀 국물과 부드럽고 담백한 흰살이 어우러져 독특한 감칫맛을 낸다.
싱싱한 회는 물론 각종 요리로 만들어 먹으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광어는 그 맛과 함께 영양성분도 뛰어난 생선이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며 소화흡수가 뛰어나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근육의 증강과 회복에 효과적이며 어린아이의 성장 발육과 노인의 원기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 비타민 B12, 비타민 D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시력보호와 면역력 증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혈관질환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혈압은 낮추고 인슐린 분비는 촉진하는 베타인이 풍부해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며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 부정맥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이러한 광어의 일반적인 효능 외에 최근에는 광어의 근육에 있는 단백질이 인체 내에서 장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돼 항산화 작용과 항고혈압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인간의 장속 주요 단백질 분해효소인 알파 키모트립신(a-chymotrypsin)에 의해 광어 근육의 단백질이 가수 분해돼 생성되는 ‘펩티드’가 우리 몸속에서 활성산소를 저해시켜 항산화 작용을 하고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의 활성을 막음으로써 혈압을 낮출 수 있다.
태안·서산 지역 우럭 최상품 … 황아미노산 다량 함유 간 기능 향상 도움
우럭(학명 Sebastes schlegelii)은 쏨뱅이목 양볼락과(Scorpaenidae)의 바닷물고기다. 몸의 길이 40cm 정도로 겉모습은 볼락과 비슷하며 눈의 앞쪽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한 쌍 있고 눈 사이에는 두 쌍, 그 뒤로는 한 쌍의 가시가 튀어나와 있다. 눈 앞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골격에는 아래로 향하는 3개의 가시가 있다. 입은 크며 위턱은 눈의 뒷 가장자리에 달한다. 양 턱에는 매우 작은 이빨이 띠를 형성한다.
주로 수심 10∼100m인 연안의 암초지대에서 서식하며 가을과 겨울에 남쪽으로 이동하여 월동하는 계절회유를 한다. 우리나라 동해·남해·서해 등 모든 해안에서 잡히며 그 중에서도 태안과 서산 지역에서 잡힌 우럭이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외에 일본 홋카이도와 규슈지방, 중국 등 온대 해역에 분포한다.
우럭은 광어 다음으로 많이 양식하고 있는데 성장속도가 빠르고 저수온에 강해 겨울철 해상가두리에서 양식을 한다. 국내 해상가두리 양식어류 중 생산량이 가장 많아 생선회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 중 하나다.
조선시대에 저술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우럭에 대해 색이 검고 어두운 암초지대에 서식한다 해서 ‘검어(黔魚)’라 했고 속어로는 ‘검처귀(黔處歸)’라 한다 했으며 모양은 도미를 닮았고 맛은 농어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럭의 정식 명칭은 ‘조피볼락’이지만 우리에겐 우럭이 더 익숙하다. 담백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생선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요즘에는 광어와 함께 국민 횟감 하면 바로 떠오르는 생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럭은 낮은 수온에서 자라는 탓에 살이 물렁하지 않고 쫄깃하며 씹을수록 차진 식감과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와 최고의 횟감으로 손꼽힌다. 씹는 식감이 좋아 주로 회로 먹지만 요즘처럼 차가워지는 날씨에 제격인 통우럭매운탕도 별미다. 쫄깃한 살과 적당히 기름지고 시원한 국물 맛이 입맛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외에 우럭포와 우럭젓국으로 즐길 수도 있다. 우럭젓국은 내장을 제거해 소금 간을 해 말린 우럭을 쌀뜨물에 무·대파·청양고추 등과 함께 끓여 만든다. 감칠맛과 함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또 일부지방에서는 산모의 보양식으로 쇠고기 대신 우럭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우럭은 그 맛만큼이나 영양가도 우수하다. 비타민 B2를 함유하고 있어 세포생성에 도움이 되고 특히 메티오닌, 시스틴과 같은 황아미노산 함량이 다른 어류보다 아주 높아 간 기능 향상과 피로 해소 등에 효과가 있으며 시력 회복, 당뇨병 예방 등 여러 가지 생리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의 섭취량이 높은 소금의 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투박한 생김새와 달리 피부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 콜라겐 등과 함께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칼슘·철분 역시 풍부해 뇌 기능 향상에도 그 효능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