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華城)은 수도권에 가까이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저 수원의 위성도시 정도로 취급되고 제부도와 바지락칼국수를 떠올리는 게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구릉지 형태의 농경지와 공장지대가 있고 바다도 끼고 있다. 외지인들이 보기에 농경지로서의 화성보다는 시화방조제와 화옹방조제 건설로 육지가 된 끝 간 데 없는 너른 갯벌이 오히려 강렬할 수도 있다.
화성은 정조대왕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경기도 서남부에 위치한 화성은 북쪽으로는 안산시, 동북쪽으로는 수원시, 동쪽으로는 용인시, 남쪽으로는 오산시와 평택시 등과 맞닿아 있고 서북쪽으로는 시화호를 사이에 두고 시흥시와 접한다. 참고로 대부도는 안산에 속하고 제부도는 화성에 들어 있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당성군이었고, 서신면에는 백제 및 신라의 대외무역항이던 당항성이 있었다. 고려 충선왕 때 남양도호부가 되었고 조선시대에도 유지됐다. 도호부는 원래 중국(당나라)의 군정기관이었지만 우리 역사에서는 ‘’ 규모가 제법 큰 ‘특례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고종 32년 남양군이 되었으나 1914년 군면 통폐합으로 영흥면, 대부분이 부평군에 편입되고 나머지는 수원군에 병합됨으로써 남양군이라는 지명은 없어졌다. 이후 1949년 수원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수원군은 화성군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1년 화성시로 승격됐다.
경기 남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화성은 광주산맥과 차령산맥 사이에 위치해 있어 동북쪽은 산세가 깊고 서쪽은 완만한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다. 화성 중심부를 관통해 남쪽으로 흐르는 황구지천과 발곡천을 따라 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또 바다와 면한 서쪽 해안은 남양만과 군자만을 끼고 있다. 군자만은 시흥과 화성의 경계이며 시화호의 이름도 여기에서 따왔다. 군자만의 폐염전은 아스라한 향수를 자극한다. 남양만은 남양읍을 중심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다.
화성이 바다를 안고 있음은 전곡항과 궁평항을 통해 새삼 알 수 있다. 궁평항은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국가어항이다. 2008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해당지역은 물론 인근 섬의 어선들이 정박하고 하역할 수 있는 필수적인 항구란 말이다.
서신면 궁평리에 있는 궁평항은 제부도, 대부도, 전곡항 등과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바다 끝에 설치된 전망대 데크에서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고 대형 수산시장이 있어 각종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모터보트·낚시·갯벌, 오토캠핑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가 들어서 있다. 일몰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서신면 전곡리의 전곡항은 ‘수도권 요트의 천국’으로 불린다. 2009년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수도권 첫 마리나로 뜨거운 관심 속에 개장했다. 이후 세계 3대 요트대회인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를 비롯해 경기국제보트쇼, 전국해양스포츠제전 등 굵직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요트를 체험할 수 있지만 꼭 타지 않더라도 고급 요트 수백 척이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낡은 고기잡이배가 둥둥 떠 있던 작은 어항이 지금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인기 마리나로 변신했다.
원래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은 배가 드나들기에 용이하지 않지만 화성시 서신면과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 덕분에 전곡항은 일정한 수심을 유지할 수 있다. 요트는 선체 아래 바람에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센터보드가 있어 수심이 1.5m 이상 확보돼야 하는데, 전곡항은 밀물과 썰물 때 모두 3m 이상이어서 마리나가 들어서기에 적합하다.
전곡항은 궁평항보다 북쪽이어서 섬 둘레를 따라 깎아지른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제부도가 한눈에 보인다. 맞은 편 안산 탄도항의 풍력발전기, 해넘이 명소로 꼽히는 누에섬을 요트 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 유명한 제부도는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과 드넓은 갯벌이 매력적이다. 제부도아트파크라는 전시 공간을 시작으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워터워크, 다양한 벤치 등이 들어섰다. 탑재산을 끼고 제부항까지 돌아보는 제비꼬리길은 웅장한 해안 절벽과 서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꼭 한번 걸어볼 만하다.
전곡항에서 서쪽으로 몇 십분 이동하면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화석 산지(천연기념물 414호)가 멀지 않다.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에서 공룡 알 화석 180여 개가 발견된 곳이다. 공룡 알 화석을 관찰하고, 약 1.5km 산책로 양쪽에 펼쳐진 광활하고 이색적인 염습지를 즐길 수 있다.
시화방조제 건설로 너른 갯벌은 물론 파도를 불러들이던 우음도, 어도, 형도 같은 섬들이 죄다 육지에 갇혀 버렸다. 한때 바다였던 갯벌과 섬들은 이제 송산그린시티 같은 대규모 택지가 되가고 있다. 육지가 돼서 띠풀과 갈대의 초록으로 뒤덮여 가고 있는 중이다. 옛 우음도 섬 한쪽에 우뚝 솟은 송산그린시티전망대에서 우음도와 고정리 공룡알화석 산지, 시화호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성에는 41개의 섬이 있고 이 중 유유인도는 세 곳에 불과하다. 시화방조제가 놓이기 전에는 유인도가 다섯이었으나, 우음도, 형도가 육지가 되면서 남은 섬은 서신면의 제부도, 우정읍(남양만을 사이에 두고 서신면의 남쪽)의 국화도,입파도 등 3개뿐이다.
국화도와 입파도는 궁평항에서 배를 타고 건너갈 수 있다. 국화도에서 썰물 때마다 열리는 길을 딛고 해안이 온통 흰 굴껍데기로 뒤덮인 무인도로 건너가면 고즈넉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