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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됐는데 삶에 변화가 없어요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0-08 20:02:49
  • 수정 2021-10-11 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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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황금기는 정해진 게 없다 … 현실적 목표 수립이 중요

얼마 전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30살의 여성이 상담을 신청해왔다. 서른이 되면 당연히 결혼도 하고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살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적은 급여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직장을 다니고 남자들도 여성의 능력을 따지는 시대에 결혼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이 무대 중앙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고 푸념했다.  


그녀는 최근 “왜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하는 후회와 함께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지금처럼 그럭저럭 살아가는 생활이 이어질 것 같아 두려움이 가득하다면서, 자신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어학연수를 계획하는 등 전환점을 마련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현실도피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만 나온다고 답답해했다. 


상담하는 내내 사연이 참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삶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하는데 변화의 기준점조차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의 기복에 따른 반응을 막연히 변화라 생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인생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변화를 원한다’거나 ‘서른 살에 뭔가 이뤄놓은 게 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은 가장 좋지 않은 목표다. 애매모호한 목표는 결코 만족감을 줄 수 없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 불만이라지만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만족의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3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터무니없다. 어찌 보면 강박관념일 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심리학적으로는 명확하다. 인생은 말년이 행복해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즐거운 여행을 해도 돌아오는 공항 또는 역에서 기쁘지 않고 우울하다면 그 여행은 망친 여행으로 기억되기 쉽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의 다음 장이 결정된다. 지금 실수하고 망쳤다고 해서 계속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인생의 끊임없는 굴곡은 살아가는데 핵심적이고 역동적인 알고리즘이다. ‘전화위복’이야 말로 인생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따라서 인생의 파도타기를 즐길 필요가 있다. 지금 잘나가고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하락의 진폭을 즐기고 지금 바닥이라면 치고 올라갈 순간을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런 마음으로 인생을 살면 나는 가만있는데 세상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이동할 뿐 나는 정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억지로 그 파도를 뚫고 헤쳐가려 하면 큰 진폭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고 허우적거리는 인생을 살기 십상이다.


30대 여성이 삶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생각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삶의 변화가 아닌 도피라고 할 수 있다. 도피와 거리두기의 차이는 뒤통수의 위치다. 내가 있는 현 위치에서 뒤통수를 보이고 도망치는 것은 도피고 한 번의 여유와 심호흡을 위해 현 위치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간격을 벌리는 것은 거리두기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도피가 아닌 거리두기다. 도피는 하는 내내 힘만 들고 결과 또한 100% 좋게 끝나지 않는다. ‘왜’라는 철학적 목적이 약한 탓에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용기와 에너지 자체가 빈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기지 못할 게임에 투자할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루는 것보다 오히려 ‘나는 45세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겠다’를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45세 이후에 그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며 지내다 50세, 60세를 넘기면 그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잘 늙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지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창조성, 그리고 체력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 45세에 꽃을 피울 수는 없다. 30세에 성공을 하고 멋진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45세에 그들을 이길 수 있다면 진정한 승자는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열심히 하는 게 좋다. 운동을 즐기면서 뛰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힘차게 달리면서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준비한다면 분명 인생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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