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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단백질 보고(寶庫) … 미래식량 ‘식용곤충’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9-13 17: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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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산화·항균효과 탁월 … 혈압강하·항암에도 효과

미래 식량으로 식용곤충이 주목받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촌진흥청이 곤충 사육 농가에서 식품원료로 등재 요청한 메뚜기과 곤충 ‘풀무치’를 13일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하면서 식용곤충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식용곤충은 일찍부터 농업계에서 미래 식량산업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주목받아 왔다. 기후변화, 물부족 등으로 식량생산이 인구증가를 뒤따라가지 못할 경우 번식력이 좋고 영양적 가치가 좋은 곤충을 전 세계가 대안식량으로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곤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26년까지 15억 달러(1조 7505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곤충산업도 2010년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서 기본적 입지를 다졌다. 이전에는 곤충은 농업의 어떤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에 따라 자연재해나 법률적 민원이 생겼을 때 보상이나 해결이 어려웠다. 하지만 관련 법률 제정으로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이 수립됐고 곤충산업 육성 2단계 5개년(2016~2020년) 계획이 이미 시행된 바 있다. 


물론 제약요인은 있다. 일단 곤충산업시장 자체가 아직 식재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식탁 위에 식용곤충이 올라오면 일단 거부감부터 앞서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탓이다. 하지만 식용곤충이 차지하는 산업·의학적 가치로 인해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식용곤충에 대한 관심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제3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용곤충을 이용한 음식과 국내에서 사용가능한 식용곤충의 종류, 식용곤충의 장점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풀무치, 메뚜기 2배 크기 … 단백질·불포화지방산 풍부


풀무치는 식약처가 10번째로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한 식용곤충이다. 풀무치(학명 Locusta migratoria)는 메뚜기과(Acrididae)에 속한 곤충으로 한국과 중국에서는 황충(蝗蟲)이라고 불리며 펄 벅의 소설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가 바로 이 풀무치다. 


몸길이 48∼65mm이며 수컷은 약 45mm, 암컷은 60∼65mm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몸 빛깔은 주로 녹색이지만 검은색이나 갈색인 경우도 있으며 날개에는 무늬가 많다. 콩중이나 팥중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더 크다. 


앞가슴 등판의 가운데는 좁고 긴 세로융기선이 나 있다. 앞가슴은 어깨에서 뚜렷이 모가 났고 뒤쪽으로 심하게 퍼졌다. 앞날개는 가늘고 길며 전체가 갈색으로 무늬는 불규칙하며 볼기부는 녹색인 것이 없다. 뒷날개는 노란색으로 투명하며 무늬가 없다. 


이번 식품원료 인정은 농진청이 ‘풀무치’의 특성·영양성·독성평가, 사육‧제조공정 표준화 등을 진행하고 식약처가 안전성을 평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무치’는 기존에 식용곤충으로 사용되고 있는 메뚜기와 같은 ‘메뚜기과’지만 크기는 2배 이상 크고 사육기간은 절반 정도에 불과해 생산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백질(70%)과 불포화지방산(7.7%)이 풍부해 식품원료로 가치가 높아 선식 등 다양한 식품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은 풀무치뿐만이 아니다. 백강잠·식용누에(유충, 번데기)·메뚜기·갈색거저리(유충)·흰점박이 꽃무지(유충)·장수풍뎅이(유충)·쌍별귀뚜라미(성충)·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 등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는 풀무치를 포함 10종의 식용곤충이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돼 다양한 음식으로 선보이고 있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식용곤충 이용 음식 다양 … 병원 환자식으로도 보급


식용곤충의 새로운 식품원료 인정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전문 레스토랑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식용곤충을 활용한 어묵과 돈가스 같은 음식이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식용곤충을 재료로 이용한 음식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갈색거저리 유충은 현재 환자식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분말을 이용한 효소·웰빙순대·와플·쿠키·에너지바·죽·양갱· 국수·누룽지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시판 중인 메뉴만 52종에 이르며 암환자를 위한 고단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식용곤충을 이용한 스테이크와 소시지 등 육류 가공품에서부터 빵과 쿠키 등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식용곤충이 미래 대안식량으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면적이 적고 토지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330㎡(100평)의 곤충사육시설에서 연간 10t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곤충은 한 마리가 수백 개의 알을 낳아 번식력이 뛰어난데다 생애주기가 짧아 단기간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료 효율성도 식용곤충의 장점 중 하나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1㎏을 만드는 데 각각 사료 10㎏·5㎏이 필요하다. 반면 곤충은 10분의 1 수준의 사료면 충분하다. 곤충의 사료 효율이 소보다 10배 정도 높은 셈이다. 


식용곤충은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다. 가축 사용 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발생량의 18% 이상인데 반해 곤충은 돼지 사육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칠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영양적 측면에서도 식용곤충은 소고기·닭고기 등 기존 주요 단백질원의 대안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행 개선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전체 지방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칼슘·철 등 무기질 함량 또한 높아 영양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예방 도움 성분 다량 함유 … 거부감·혐오감 극복 숙제


그러나 최근 식용곤충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이들 식용곤충에 함유된 각종 성분들이 질병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풀무치의 경우 반려견 모질개선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과 지방,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성분 함유돼있으며 특히 아미노산 중에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피부재생 효과가 있는 프롤린, 신경안정에 도움을 주는 발린 등이 다량 포함돼 있다.


또한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에선 혈관 속 피가 굳어 생긴 덩어리인 혈전의 치유 후보물질인 ‘인돌 알칼로이드’가 추출돼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으며 누에의 홍잠은 파킨슨병의 예방효과 가 있다. 갈색 거저리 유충으로 만든 환자식은 병원에서 환자들의 근육과 골격으로 구성된 체지방량을 증가시켜 회복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용곤충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유해균을 죽이는 항균 효과가 탁월하며 혈압을 낮추고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비만갈색거저리 유충 추출물은 지방 전구세포(3T3-L1)가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곤충에 대한 산업·의학적 활용가치가 높아지면서 경제발전을 이끌 신성장 부가가치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풀무치를 비롯한 식용곤충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식용곤충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극복하는 것이 난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메뚜기 튀김을 일반 가정집에서 해 먹거나 소풍날 길거리에서 번데기를 종이컵에 담아 먹는 경우가 흔했다. 지금도 일부 지역 음식점의 밑반찬으로 번데기 조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식용 곤충 문화는 9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고 낯선 문화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날개와 다리 등 곤충의 형태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입안에 넣고 먹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식용곤충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희석시키는 것이 시급한 숙제다.


이런 이유로 식용곤충 명칭을 바꾸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공모를 통해 식용곤충에 일일이 애칭을 부여했다. 예컨대 갈색거저리 유충은 ‘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벵이’로 바꿔서 부르기로 한데 이어 장수풍뎅이 유충은 ‘장수애’ 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식용곤충의 명칭 변경만으로 식용곤충에 대한 친화성을 높이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식용곤충의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곤충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분말·다짐·육수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식용곤충의 제조공정은 절식 후 냉동보관과 해동을 거친 후 날개와 다리 등을 제거하고 세척해 살균 과정을 거쳐 동결건조 또는 분쇄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건강을 지켜주는 식재료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형태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친숙한 메뉴를 통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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