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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열을 내리고 어혈 제거 해주는 ‘엄나무’
  •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1-09-09 17:24:59
  • 수정 2021-09-10 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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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통·신경통 등에 효과 … 질병 치료하는 보약 인식은 오해

불과 수 십 년 전만 해도 지방에 가면 해가 바뀐 정초에 부적 대신 굵은 가시가 돋아난 나무 가지를 묶어 대문간 문설주에 걸어 놓거나 큰 방 문설주 위에 가로로 걸어두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시의 무서움을 빌어 잡귀나 병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걸어 두었던 민속신앙인 셈이다. 이 때 사용하는 나무가 바로 엄나무다.


엄나무(학명 Kalopanax pictus)는 두릅나무과(Araliaceae)의 낙엽교목으로 엄목(嚴木)·음나무·자동(刺桐)·총목(楤木)·해동(海桐)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개두릅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높이 25m에 달하며 가지는 굵고 밑이 퍼진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둥글며 가장자리가 5∼9개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잎보다 길다. 꽃은 8월초에 피고 황록색이며 꽃잎과 수술은 5개씩이고 씨방은 하위며 암술대는 2개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며 9∼10월 중순에 검게 익는다. 나무껍질은 약용으로 사용하며 뿌리와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인다.


엄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극동러시아 및 쿠릴 남부, 일본 전역과 중국에 분포하는데 예전 우리 민속신앙에서는 잡귀나 병마를 물리치는 데 도구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엄나무 순을 따서 물에 데친 다음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일 년 내내 먹었다. 순이 돋아나는 시기에만 먹을 수 있어서 귀족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방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엄나모’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는데 엄나무의 껍질을 한약이름으로는 해동피(海桐皮)라고 하며 그 잎이나 꽃도 약으로 사용해왔다.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억균 작용 피부염에 효과 … 알려진 것과 달리 강정효과는 없어


엄나무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약간 쓴 편이라서 경락을 잘 통하게 해준다. 엄나무는 열을 내려주고 어혈을 제거하기 때문에 허리나 다리가 아프고 저릴 때 나무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신경통이나 말초성 신경염으로 다리나 팔이 저릴 때 사용하기도 하며 이 같은 효과를 응용해 팔다리가 마비되었을 때도 약재로 사용한다. 


엄나무에는 또 곰팡이균에 대해 억균작용이 있으면서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옴, 버짐 등을 비롯해서 피부염에도 사용한다. 이외에 이질에 걸렸거나 유선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며 가래를 삭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와 같이 엄나무는 주로 염증성 질환에 효과가 있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 잘못 알려진 것처럼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해주는 보약 개념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엄나무 껍질에는 아미노산, 유기산이 함유돼 있어 황색 포도상구균과 자색 백선균·쉔라인 백선균·녹색 소아포선균 등의 곰팡이균에 대해 억제작용을 한다. 최근들어 엄나무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돼 ‘엄나무 닭백숙’이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닭백숙을 할 때 엄나무를 넣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정보나 일부 잡지 등의 기사에서는 엄나무가 강정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 양기부족이나 간기능 개선효과는 없으며 위장질환 중에서도 위산분비가 적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약효가 강력하지 않으면서 간이나 콩팥에 주는 부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엄나무는 닭백숙을 만들 때 넣는 것처럼 통째로 넣고 달이는 것보다는 나무껍질을 벗겨서 넣는 것이 더 좋다. 농도를 옅게 투여하면 중추신경흥분작용이 있고 농도가 진하게 투여하면 진정작용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자료에도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성기능 개선이나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없으며 피부질환·이질·기관지염·신경통 정도에 사용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엄나무 껍질을 약으로 사용할 때는 하루 6~12g을 달여서 먹거나 술에 담가서 먹는다. 또 피부염에 외용약으로 사용할 때는 달인 물로 씻거나 미세분말처럼 가루를 내어서 환부에 도포한다. 하지만 혈액이 부족한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하고 몸에 열 또는 화가 많은 사람도 가급적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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