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S-유사 티로신 키나제 3(FMS-like tyrosine kinase 3, FLT3)은 조혈세포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발현되는 수용체 티로신 키나제(RTK)다. FLT3 돌연변이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변이 중 하나로 발견 중 하나로 현재 다양한 FLT3 억제제의 임상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것의 리간드인 FLT3리간드(FLT3L, 또는 FL)는 FLT3의 이량체화 및 활성화를 유도한다. FMS양 티로신 키나제 3 리간드는 조혈전구세포를 활성화해 면역세포(B세포 및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사이토카인 및 성장인자로 기능하는 내인성 소분자다. 리간드는 마우스의 다분화능전구세포(multipotent progenitor, MPP) 및 공통림프전구세포(common lymphoid progenitor, CLP)에서 발견되는 FLT3 (CD135)에 결합하고 활성화한다. 조혈전구세포와 줄기세포를 동원해 암세포를 죽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FLT3 리간드는 또 지연형(steady-state) 형질세포양 수지상세포(plasmacytoid dendritic cell, pDC) 및 고전적 수지상세포( classical dendritic cell, cDC) 발달에 중요하다. FLT3 리간드가 부족하면 수지상세포 수치가 낮아진다.
FLT 및 그 리간드의 순기능을 돌연변이가 방해하면 항암 기능이 떨어지므로 FLT3 변이를 억제함으로써 혈액암의 진행을 저지할 수 있다.
미도스타우린(Midostaurin)은 2017년 4월 미국에서 최초의 FLT3 억제제로 승인됐다. FLT3 변이 양성 AML 치료에 쓰인다. 이 약과 함께 소라페닙(sorafenib), 레스타우르티닙(lestaurtinib), 수니티닙(sunitinib), 탄두티닙(tandutinib), 미도스타우린 등이 1세대로 분류된다.
2세대는 퀴자르티닙(quizartinib), 길테리티닙(gilteritinib), 크레놀라닙(crenolanib) 등이 2세대에 속한다. 카보잔티닙(cabozantinib), Sel24-B489, G-749, AMG 925, TTT-3002, FF-10101 등을 차세대 또는 3세대로 총칭한다. 차세대 FLT3 억제제와 그 병용요법은 1세대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엘의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
소라페닙은 RAF-1, VEGF, c-KIT, PDGFR, ERK, FLT3 등을 표적하는 경구용 멀티키나제 억제제로 현재는 간세포암, 신세포암, 분화갑상선암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러나 소라페닙은 약리기전 상 AML 치료제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째 소라페닙은 FLT3/ITD 돌연변이 백혈병 세포에 의한 IL-15의 분비를 촉진하고 FLT3/ITD 양성 AML 환자의 생존기간을 향상시킨다. 둘째 지속적으로 낮은 백혈구 아세포 비율, 표피에서 CD3양성 세포 침습, 골수에서 높은 CD8양성 림프구 비율, COL4A3·TLR9·FGF1·IL-12 유전자의 높은 발현 등이 소라페닙으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관찰됐다. 셋째 소라페닙은 Src 키나제 매개 STAT3 인산화를 차단하고 Mcl-1(Myeloid-cell leukemia 1) 및 Bcl-2(B-cell lymphoma 2)와 같은 세포자살 조절(억제) 단백질의 발현을 감소시킨다. 넷째 소라페닙은 세포자살 저항성 백혈병 세포에서 Smac 모방 유도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 괴사와 세포자살의 중간)를 감소시킨다.
현재 소라페닙은 아자시티딘(Azacitidine, AZA, 세엘진의 ‘비다자주’)과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43명의 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반응률(RR)은 46%로 불완전백혈구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with incomplete count recovery, CRi) 27%, 완전관해(CR) 16%, 부분관해(PR) 3%였다.
화이자의 ‘수텐캡슐’(성분명 수니티닙 sunitinib)
수니티닙(SU11248)은 PDGFR, VEGFR1, VEGFR2, KIT, FLT3에 대한 선택성을 갖는 소분자 FLT3 억제제다. 직접적인 항종양 및 항혈관신생 효과를 모두 갖고 있다. 수니티닙의 사용은 현재 신세포암, 위장관기질종양, 고도 분화 진행성/전이성 췌장암, AML 등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국내서는 AML은 승인되지 않았다.
AML에 대한 수니티닙의 메커니즘은 소라페닙과 유사하다. 흥미롭게도 수니티닙은 FLT3/ITD 돌연변이, FLT3/D835V 또는 FLT3/WT를 발현하는 1차 AML에서 비정상 골수모세포의 증식 및 생존을 억제하는 데 시타라빈(cytarabine) 또는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수니티닙은 AML 세포에서 G1기(휴지기 1기) 정지를 유도하고 세포자멸사 촉진 분자 발현을 증가시켜 항(抗) 세포자멸사 분자 발현을 감소시킨다.
수니티닙과 이들 화학요법제 병용하는 60세 이상의 FLT3/ITD 돌연변이 AML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1/2상 임상에서 FLT3/ITD 돌연변이가 있는 8명의 환자를 포함해 13명의 환자가 CR/CRi를 달성했다. 전체생존기간, 무재발생존기간, 무사건생존기간의 중앙값은 각각 1.6년, 1.0년, 0.4년이었다.
옛 세팔론의 레스타우르티닙(Lestaurtinib, CEP-701)
레스타우르티닙(CEP-701)은 FLT3),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2, JAK2), tropomyosin receptor kinase(trk) A (TrkA), TrkB, TrkC 등의 억제제로 세균 발효 제품 K-252a에서 파생된 경구용 생체이용 가능한 인돌로카바졸 알칼로이드(indolocarbazole alkaloid) 화합물이다. 다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와 달리 레스타우르티닙은 FLT3 인산화 억제에 대한 유효농도(IC 50, 최대 억제능력 대비 50%만 억제하는 수준의 농도)가 낮다. 즉 적은 양으로도 억제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돌연변이 FLT3와 야생형 FLT3에서 모두 발현하며 인간 AML 세포주에 강한 세포독성을 띤다. 마우스 동물실험에서 이 신물질은 FLT3/ITD 백혈병의 생존을 연장했다. 그러나 인간 대상 1/2상에서는 생존기간 연장, 5년 생존율, 무재발 생존 연장 등에서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이 약은 과거 펜실베이니아주 프레이저(Frazer)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세팔론(Cephalon)에서 개발됐으나 세팔론은 2011년 이스라엘 테바에 68억달러에 인수되며 사라졌다. 레스타우르티닙은 2011년 테바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에서 제외됐으나 FLT3 관련 특허를 많이 보유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케다의 탄두티닙(Tandutinib)
탄두티닙(MLN518, CT53518, NSC726292)은 일본 다케다에 인수된 밀레니엄파마슈티컬스(Millennium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새로운 퀴날졸린(quinazoline) 기반 FLT3, PDGFR, c-KIT 억제제다.
탄두티닙은 정상적인 백혈구 집락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농도에서 FLT3/ITD 양성 AML 환자의 비정상 백혈구 아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두티닙은 세포자살을 유도하고 FLT3/ITD 인산화, 세포증식, MAPK 및 PI3K 경로의 신호전달을 억제한다.
AML 환자에 대한 탄두티닙의 AML 또는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 40명에 대한 1상 임상에서 항 백혈병 활성을 보였고 말초혈액 및 골수에서 아세포 수를 감소시켰다. 또 표준 화학요법제와 병용한 결과 AML에서 FLT3/ITD 양성 아세포에 항증식 및 세포자살 효과를 보였다. 탄두티닙의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노바티스의 ‘라이답연질캡슐’(RYDAPT, 성분명 미도스타우린, Midostaurin)
노바티스가 개발한 미도스타우린(코드명 CGP41251, PKC412)은 FLT3, c-KIT, PDGFRB, VEGFR 억제제다. 2017년 4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FLT3 돌연변이 AML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유전자가 발굴된 지 25년 만의 일이다. 앞서 2016년 2월 19일엔 혁신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LT3 변이 양성 AML 환자에 표준화학요법제인 시타라빈(cytarabine) 및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과 병용해 유도요법 및 공고요법으로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AML 환자 중에서도 FLT3 유전자 양성인 환자는 예후가 매우 나빠 혈액암에서 이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게 숙제였는데 라이답이 그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같은 날 동시에 공격성 전신성 비만세포종(aggressive systemic mastocytosis, aSM), 혈액학적 신생물(hematological neoplasm)을 동반한 전신성 비만세포종, 비만세포 백혈병(mast cell leukemia) 등으로 승인받았다.
미도스타우린은 1상에서 불응성 또는 재발성 AML 환자를 대상으로 ‘벨케이드주’(Velcade 성분명 보르테조밉, bortezomib)과의 병용요법 또는 미도스타우린+화학요법(mitoxantrone, etoposide, cytarabine) 병용요법으로 투여됐다. 객관적응답률(ORR)과 CR은 각각 82.5%, 56.5%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가주대 의대 교수인 기리드하란 람싱(Giridharan Ramsingh) 연구팀은 미도스타우린, 올트랜스레티노인산(all-trans retinoic acid), CLAG 화학요법(cladribine+ cytarabine+G-CSF)을 사용해 재발성 또는 불응성 AML을 치료했다. 전체 환자 중 22%가 CR을 달성했고 11%가 CRi를 달성했다.
미국 하버드대 부설 다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소속 리처드 스톤(Richard M. Stone) 및 동료들은 AML로 새로 진단한 환자에게 표준화학요법과 함께 투여했을 때 미도스타우린의 효능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미도스타우린으로 1일 2회 50mg으로 치료하는 환자의 CR 달성율은 80%(FLT3-변종 92%, FLT3/WT 74%)였다. 그러나 FLT3 돌연변이 AML 환자의 1년 및 2년 OS는 FLT3-WT 환자의 OS와 유사했다. 더욱이 스톤은 미도스타우린을 표준 화학요법제와 병용하면 FLT3 돌연변이 AML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과 무사건생존기간(EFS)을 유의하게 연장시켰다고 보고했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은 병용요법에서 증가되지 않았다.
3상 승인 임상에서 AML 환자 717명을 분석한 결과 미도스타우린 치료군에서 위약 대비 생존기간이 22%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무사건생존기간도 22% 더 증가했다. 이들 두가지 1차 평가지표와 함께 골수이식 환자 투여결과의 분석도 FLT3 유전자 아형에 상관없이 더 유의한 생존 개선 이점을 보였다.
당시 리처드 스톤 박사는 “표준화학요법에 미도스타우린을 추가하면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며 “특히 예후가 나쁜 FLT3 유전자 양성 AML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이달 중순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라이답을 aSM), 혈액학적 신생물을 동반한 전신성 비만세포종, 비만세포 백혈병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이 이 분야에서 권고된 최초의 표적치료제가 됐다. 라이답은 대조군보다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증가시켰고 삶의 질을 개선했지만,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 증거가 명확하지는 않았다. 라이답은 국내에서 2019년 2월 희귀의약품으로 FDA와 같은 2개 적응증으로 시판허가를 얻었다. 그러나 확고한 유효성 미흡과 비용 대비 효과 문제 때문에 아직 보험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