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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HER2- 전이성 유방암의 ‘구원투수’ CDK 4·6억제제
  • 임정우 기자
  • 등록 2021-08-23 20:08:51
  • 수정 2022-09-15 1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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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분비요법 절반에서 내성 발생 ‘해결사’ … 화이자 ‘입랜스’ 선도, 릴리 ‘버제니오’ 맹추격

사이클린의존성키나제(cyclin-dependent kinase, CDK) 4·6 억제제들은 HR+,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돕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말기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전통적인 내분비 치료제에 대해 저항성을 보이는 암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적할 몇 가지 새로운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됐다.


화이자의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 한국노바티스 ‘키스칼리정’(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 한국릴리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은 세포분화와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 4와 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내분비치료(호르몬억제제) 후에도 암이 진행된 HR 양성, HER2 음성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사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호르몬양성(HR양성)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및 프로게스테론 양성을 말한다.


유방암은 여성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미국에서 2020년 27만6000명이상이 새로 발병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70%을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유방암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s, AI) 등 내분비요법(endocrine therapy, ET)으로 치료돼 왔다. ET는 HR+ 유방암 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유방암 말기 환자의 최대 50%에서 내성이 발생한다. 내성에 맞서기 위한 HR+ 유방암 표적치료제가 승인됐다.


CDK 억제제는 세포 주기의 G1기(제1휴지기)에서 S기(DNA 합성기)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계열 약물은 망막아종 단백질 경로(retinoblastoma protein pathway)에서 인산화에 작용하는 키나제 활성을 억제한다. CDK4/6 억제제는 이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G1 단계 중반의 세포주기 진행을 차단하고 암세포 확산을 막을 수 있다. 3가지 CDK4/6 억제제는 약리기전은 같지만 병용하는 약물과 효과, 부작용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그 차이를 리뷰해본다. 


팔보시클립(화이자 입랜스)


팔보시클립은 2013년 미국에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고, 우선심사 및 가속승인을 통해 2015년 2월 3일 HR+, HER2- 유방암 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승인받았다. 1년 뒤인 2016년 2월 19일 정식승인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8월 첫 승인이 나왔고 2020년 2월 급여 범위가 현저하게 확장됐다. 


최초 승인 내용은 폐경 후 여성의 ER+(에스트로겐 양성),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레트로졸(letrozole, 노바티스 페마라정)과 병용하도록 승인받았다. 나중엔 내분비요법 후에도 암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 아스트라제네카 파슬로덱스주)와 병용요법으로 승인이 확대됐다.  


가속승인의 근거가 된 2상 연구 PALOMA-1은 내분비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ET-naïve)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초기 치료(1차치료제)로써 팔보시클립과 레트로졸 병용요법을 레트로졸 단독요법과 비교했다.


이러한 결과는 이 환자 집단에서 팔보시클립의 효과를 추가로 평가하는 두 개의 3상 시험으로 이어졌다. PALOMA-2의 초기연구 결과는 팔보시클립과 레트로졸의 효과를 확인하였고, 레트로졸 단독사용과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PFS)이 24.8개월(중앙값) 대 14.5개월로 더 연장됐음을 보여줬다.


이어진 PALOMA-2의 확장연구 역시 모든 연구 하위그룹에 걸쳐 팔보시클립과 레트로졸 병용이 일관된 PFS 개선효과를 보였다. 또 후속치료가 이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초기연구 및 확장연구의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미성숙했으며, 등록된 환자들의 생존 여부가 계속해서 추적관찰되고 있다. 


PALOMA-2가 시작된 직후 이어진 또 다른 시험인 PALOMA-3은 이전 ET에서 진행된 HR+ 진행성 유방암을 가진 폐경 전후 여성에서 팔보시클립과 풀베스트란트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했다. 


5.6개월의 추적관찰 끝에 나온 최초 보고서는 팔보시클립 병용요법 대비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의 PFS 중앙값이 9.2개월 대  3.8개월로 개선돼 질병진행이 58% 감소했다. PALOMA-3 임상시험에서 44.8개월(중앙값)의 추적관찰 결과  전체 치료의향집단(intent-to-treat, ITT)의 사전지정된 기준의 OS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병용요법이 과거에 ET에 민감한 환자군의 OS를 10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폐경 후 여성 또는 남성에서(국내서는 여성만) 초기 ET로 아로마타제 억제제(레트로졸)와 병용하거나, ET 시행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하도록 승인됐다. 


부작용 프로파일은 모든 시험 보고서에서 일관성을 유지했다. 모든 등급 기준으로 호중구감소증(78.8%~84.1%)과 백혈구감소증(39%~60%), 피로감(37.4%-44.1%)이 가장 자주 보고된 부작용이었다. 호중성감소증의 비율이 다른 CDK4/6 억제제보다 높았지만 정작 문제시되는 발열성은 최대 2%로 드물었다. 팔보시클립의 전반적인 내약성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간주됐고, 내분비요법제 단일요법과 비교해 병용요법에서 삶의 질 데이터가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팔보시클립은 1일 1회 125mg을 21일 연속 복용하고 7일간 휴약한다.


리보시클립(노바티스 키스칼리)


두 번째 CDK4/6 억제제인 리보시클립은 FDA로부터 2017년 3월 13일 HR+, 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을 가진 폐경 후 여성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레트로졸)과 병용하는 요법으로 승인됐다. 이 치료제 역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고 우선심사를 거쳐 가속승인됐다. 2018년 7월 18일엔 HR+, 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을 가진 폐경 전/후 여성을 대상으로 리보시클립과 풀베스트란트를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리보시클립은 2상 MONALEESA-2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가속승인됐다. 레트로졸과 병용할 경우 레트로졸만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PFS가 개선됐다는 사실에 근거했다. 


투여 18개월 시점에서 무진행생존(PFS)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리보시클립 병용군이 63.0%로 레트로졸 단독군의 42.2%보다 우월했다. 추적기간 26.4개월(중앙값)의 연장시험에서 병용요법은 더 나은 유효성과 내약성을 보여줬다.  PFS와 OS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MONALEESA-2 임상 데이터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다. 


리보시클립은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신규 진단 환자와 내분비요법(ET) 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MONALEESA-3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초 보고서에 리보시클립+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20.5개월의 PFS를 보여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의 12.8개월에 비해 우위를 나타냈다. 이를 근거로 이 병용요법에 대한 FDA 승인이 이뤄졌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보고서(첫 보고서보다 추적기간 21.6개월 연장)에서도 일관된 PFS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셋째 보고서에서 42개월차 생존율(OS)은 각각 57.8% 대 45.9%로 사망위험이 상대적으로 28% 감소했다. 


세 번째 임상시험인 MONALEESA-7은 현재 전이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경 전 또는 폐경에 가까운 여성들을 위한 첫 번째 치료제로 CDK4/6 억제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유일한 3상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 리보시클립+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NSAI: 타목시펜 또는 레트로졸 또는 아나스트로졸)+고세렐린( goserelin)과 위약+NSAI+고세렐린 비교요법은 PFS가 23.8개월 대비 13개월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폐경 전 또는 폐경 근접(폐경 후) 여성들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적응증 승인으로 이어졌다. 치료 42개월차 추정 OS는 70.2% 대 46.0%로 역시 병용요법이 우위를 보였다.


리보시클립의 독성 프로파일은 팔보시클립과 매우 유사하다. 비록 팔보시클립보다 상당히 낮긴 하지만 호중구감소증과 백혈구감소증이 가장 빈도 높은 부작용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어떤 추가 보고서에도 리보시클립에 더 오래 노출될수록 위험하다는 새로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없다. 


리보시클립은 CDK4·6 억제제로는 유일하게 폐경 전, 폐경 이행기, 폐경 후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 1차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반면 팔보시클립은 폐경 후 여성에서만 1차 치료제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한다. 아베마시클립은 페경 후 여성에서 2차 치료제다. 리보시클립은 또 다른 CDK4·6 억제제와 비교해 유방암 진행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CDK4를 CDK6보다 8배 더 억제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리보시클립은 1일 1회 600mg(200mg 3정)을 21일 연속 복용하고 7일간 투약한다. 팔보시클립이 하루 125mg에 비해 복용량이 많다. 


아베마시클립(릴리 버제니오)


세 번째로 FDA 승인을 받은 CDK4/6 억제제는 아베마시클립이다. 버제니오는 FDA로부터 2017년 9월 28일 HR 양성, 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폐경 후 여성 가운데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되는 경우에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하도록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와 동시에 과거에 내분비요법 및 화학요법을 받았으나 질병이 진행된 여성 및 남성의 유방암 HR 양성, 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단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18년 2월엔 폐경 후 유방암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레트로졸)와 병용요법으로 허가 범위를 넓혔다. 남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단독요법으로 허가된 점이 특이하다. 


이 제제의 첫 승인은 투여 12개월 후 전체반응률(ORR)은 19.7%와 PFS(중앙값) 6개월을 보여준 MONARCH-2의 유망한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내분비요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이 진행된 폐경 전, 근처, 후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이다.


이 연구에서 아베마시클립+풀베스트란트 병용군은 풀베스트란트 단일군에 비해 16.4개월 대 9.3개월이란 통계적으로 유의한 PFS 편익을 입증했다. 추적기간 중앙값이 47.7개월의 연장 추적연구에서 아베마시클립 병용군은 위약 병용군 대비 PFS에서 다소 개선된 결과를 보였고 OS는 46.7개월 대 37.3개월로 차이를 드러냈다. 


이어 진행된 MONARCH-3 임상에서 폐경 후 여성의 1차 치료제로서 아베마시클립+NSAI 병용요법과 위약+NSAI 병용요법을 비교해 전자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PFS와 ORR의 개선을 확인했다. 8.9개월의 추가 추적관찰 기간이 포함된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초기 분석 결과의 PFS 및 ORR 개선 효과가 재확인됐지만 OS 데이터는 여전히 미숙한 상태였다. 315명의 보고가 추가돼야 최종 OS 분석이 수행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아베마시클립은 가장 강력한 CDK4/6 억제제로 알려져 있다. 물질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중추신경계 활성이 뛰어나 혈액-뇌장벽(BBB)을 넘어 목표물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이는 뇌로 암이 전이된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다. 아베마시클립도 혈액학적 부작용의 비율이 높지만, 이 비율은 다른 CDK4/6 억제제들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다. 상대적으로 아베마시클립은 다른 CDK4/6 억제제들보다 설사 부작용이 심하다. 모든 등급의 설사 발생률은 81.3~87.1%로 팔보시클립의 19.2~28.4%, 리보시클립의 20.3~38.3%보다 월등하게 높다. 


버제니오는 풀베스트란트 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 시 150mg을 1일 2회 경구 투여한다. 이 약에서 빈번히 관찰된 이상반응은 설사, 호중구감소증, 피로, 감염, 오심, 복통, 빈혈, 구토, 탈모, 식욕감소 등이다.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복약 순응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약물 상호작용 우려가 있어 해당 약물 및 자몽주스 등과 복용은 피해야 한다.


최근 동향을 종합하면 화이자의 입랜스는 초기암 치료제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화이자는 작년 가을 임상 3상 Penelope-B에서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후 잔존질환(residual disease)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침습성 질환(invasive disease) 없이 수명 연장을 입증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화이자는 앞서 지난해 5월에도 HR+/HR- 초기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여기에 입랜스를 추가하는 병용요법을 비교한 Pallas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침습적 질환 재발까지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릴리의 버제니오는 조기 유방암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릴리는 지난해 9월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에서 monarchE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수술 후 표준화된 내분비치료에 버제니오를 추가할 경우 암 재발 위험이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CDK4/6 억제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호중구감소증, 백혈구감소증, 피로, 구역질, 감염, 관절통, 빈혈, 두통. 설사이다. 호중구감소증과 백혈구감소증을 제외하면 대다수 환자는 다른 대부분의 증상에서 1~2등급의 상대적으로 경미한 부작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에서 3등급 내지 4등급의 호중구감소증 및 백혈구감소증은 흔하다. 대부분 용량 감소 그리고/또는 투여 중단으로 관리될 수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 환자의 혈액소변검사(CBC)는 2회 사이클까지는 2주마다, 이후엔 4주마다 체크해야 한다. 골수 억제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팔보시클립은 낙상, 근육경련, 비인두염 등의 부작용을 보이지만 대부분 경미했다. 리보시클립은 심장박동 이상과 관련한 QT시간 연장 발생률이 낮긴 했지만 관찰됐다. 


아베마시클립은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에 비해 설사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대부분 이는 첫 번째 사이클 동안에 발생했고 지사제로 관리가 가능했다. 복통 발생률도 더 높았다. 아베마시클립은 또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에 대해 보고되지 않은 혈청 크레아티닌 상승 및 정맥 혈전색전 사건(대부분 경미)이 관찰됐다.


2019년 9월에 FDA는 CDK4/6 억제제로 치료된 환자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간질성폐질환(ILD)과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환자는 ILD 그리고/또는 폐렴을 나타내는 폐 증상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CDK4/6 억제제는 HR+, HER2-말기 유방암 이외의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0년도 매출은 입랜스, 버제니오, 키스칼리가 6대 1대 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후자의 두 제품은 매출신장률이 75% 안팎으로 전자의 10%대를 압도하며 맹추격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ESMO 2020] 유방암 신약들의 각축장, 면역항암제에 ADC, CDK 4/6 억제제, PIK3CA 억제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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