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루킨-2(IL-2)는 효과기 T세포 및 조절 T세포 표면에 있는 α, β, γ 수용체 소단위체와 상호작용해 T세포를 증식시키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이다. 인터루킨이 효과기 T세포의 β, γ와만 상호작용하도록 IL-2를 조작하면 강력한 면역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조절 T세포(Treg)의 α, β, γ 모두와 작용토록 조작하면 조절T세포가 활성화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창출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변형된 IL-2를 창출하려는 많은 연구자들은 천연 IL-2에서 약간만 다른 노바티스의 ‘프로류킨주’(Proleukin: 알데스류킨 aldesleukin)를 변이의 출발점으로 사용하거나 천연 IL-2를 다른 분자에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네오루킨의 IL-2 모방 화합물
그러나 몇몇 회사는 IL-2처럼 작용하지만 완전히 인공적인 분자를 발굴 중이다. IL-2 유사 치료제를 개발하는 네오루킨테라퓨틱스(Neoleukin Therapeutics)의 선도화합물은 IL-2가 효과기 T세포를 자극하면서도 훨씬 더 작고 컴팩트하다고 이 회사의 CEO이자 종양내과 전문의인 조나단 드라크만(Jonathan Drachman)은 설명했다.
네오루킨의 IL-2 모방 화합물(mimicking compound)인 NL-201은 워싱턴대학의 단백질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TD)에서 창출됐다. 과거 이 회사 임원을 지낸 칼 워키(Carl Walkey)는 연구팀이 컴퓨터생물학을 사용해 암 치료제로서 이상적인 IL-2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고 회고했다. 연구원들은 IL-2 분자의 아미노산을 변경하면 구조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아미노산 서열의 천문학적 조합을 열거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최고의 후보 버전을 만들고 활성도가 높은 NL-201을 선택했다. 분자는 천연 IL-2와 거의 비슷하게 보이지만 잠재적으로 효과기 T세포가 분열하고 암세포를 죽이도록 자극하기에 충분한 친화도로 IL-2 수용체의 β 및 γ 부분에 결합한다.
IL-2는 재미있는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세포 유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반면 NL-201은 훨씬 더 이상적이고 곧으며 컴팩트하다고 워키는 설명했다. NL-201은 또 천연 사이토카인보다 더 안정적이다. 풍부한 소수성 중심과 이를 용해하는 친수성 외부를 갖고 있다. 이는 이상적인 단백질 구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네오루킨이 임상시험에 착수하기 위해 처음으로 완전히 조작하고 어떤 원전 없이 처음으로 창출한(made-from-scratch) 단백질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1월 FDA 관계자는 네오류킨에게 더 나은 복용량 측정을 위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일부 변경하라고 요청했다. 드라크만은 올해 임상에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비천연 아미노산을 함유하는 IL-2 : 사노피, 브라이트피크
프랑스 사노피는 IL-2 면역요법제를 IL-2와 비천연 아미노산 아지도라이신(azidolysine, 또는 N6-[(2-azidoethoxy)carbonyl]-l-lysine)과의 결합을 통해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이 새로운 아미노산은 사노피가 2019년 12월 9일 25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IL-2 엔지니어링 회사인 신톡스(Synthorox)의 공동 창립자인 플로이드 로메스버그(Floyd Romesberg)가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조작된 IL-2 제제인 THOR-707(SAR444245)를 창출했다. 이 비천연 라이신 분자에는 IL-2 수용체의 α부분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 부착돼 있다. THOR-707은 광범위한 종양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사노피에서 전통적 IL-2 제제의 초기 임상개발을 리드했던 지오반니 아바데사(Giovanni Abbadessa)는 “IL-2를 조작하는 다른 모드와 비교하면 접근하기에 더 간명하고 선택적 약물을 갖기에 유리한 접근방식”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효과적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을 택한 회사가 브라이트피크테라퓨틱스(Bright Peak Therapeutics)다. 이 회사는 세포에서 새로운 단백질을 구축하는 과정을 배제했다. 박테리아나 동물 세포를 유인해 변형된 IL-2를 뱉어내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브라이트피크의 IL-2 유사 분자는 작은 펩타이드를 화학적으로 연결해 만들었다.
세포에서 단백질 조립 과정을 제거하면 성장하는 아미노산 사슬이 조립 및 접히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이 회사 CEO인 세프 커스첸(Sef Kurstjens)은 말했다. 회사 과학자들은 비정규 아미노산(noncanonical noncanonical amino acids, ncAA 비천연 아미노산)과 같은 것들을 더 쉽게 통합할 수 있다.
브라이트피크의 공동 설립자이자 유기 화학자인 비자야 파타비라만(Vijaya Pattabiraman)은 이 회사 화학자들이 펩타이드를 꿰매고 그 펩타이드의 아미노산을 수정해 반감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과학자들은 이 조각들을 완벽한 분자를 만들기 위해 원하는 모든 다른 요소와 결합할 수 있으며 일단 접히게 된다면 과학자들은 설계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PEG와 같은 분자를 추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 아미노산을 추가하는데 관여하는 미생물이나 세포는 필요하지 않다.
파타비라만은 브라이트피크의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분자에 대해 “화학자와 생물학자가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며 “이것 외에 단백질 내에 여러 개의 비정규 아미노산을 실제로 도입하고 우리가 원하는 생물학적제제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페길레이션의 강자, 넥타테라퓨틱스
넥타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의 벰페갈데스류킨(bempegaldesleukin, 코드명 NKTR-214, 약칭 bempeg)은 인터루킨-2 수용체(IL-2R, Interleukin-2 receptor)의 β 체인인 CD122 작용제(Agonist)다. IL-2는 T세포 활성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에, CD122를 촉진하면 T세포 활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CD122 작용제를 실제 환자에 투여하면 오히려 면역을 억제하는 게 확인됐다. 혈관누출 부작용도 나타나 원하는 효과를 내는 치료제를 창출하지 못했다.
넥타는 NKTR-214에 페길레이션(PEG, Pegylation)을 조작을 가했다. 넥타는 PEG로 NKTR-214를 수화해 분해속도를 늦췄더니 T세포(CD4+, CD8+), NK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넥타는 NKTR-214로 면역세포의 항암효과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L-2 유전자재조합 변이체의 신흥강자, 앨커미스
앨커미스(Alkermes)도 IL-2 유전자재조합 변이체인 넴바류킨(Nemvaleukin, 코드명 ALKS-4230)과 MSD의 ‘키트루다’를 병용해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2020년 9월 열린 유럽임상종양악회(ESMO)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넴바류킨은 흑색종에 단독투여시 33%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다. 키트루다와 병용하면 난소암에서 23%의 ORR을 나타냈다. 기존 IL-2 치료제인 프로류킨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넴바류킨은 지난 4일 이전에 항 PD-L1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점막흑색종(Mucosal Melanoma) 치료제로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현재 글로벌 2상 ARTISTRY-6 착수를 위해 약 110명의 환자를 모집 중이다. 피부 흑색종 환자는 7일마다 이 약을 피하주사하고, 점막흑색종 5일간 30분씩 정맥주사한다. 1차 평가지표는 2년간의 전체반응률(ORR), 2차 평가지표는 반응기간(DoR), 무진행생존율(PFS), 질병통제율(DCR)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서 IL-2 억제제
암 치료제로서의 IL-2의 잠재력도 중요하지만 존스홉킨스대 생명공학자인 제이미 스팽글러(Jamie Spangler)는 면역반응의 강력한 억제인자로서 IL-2의 잠재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IL-2는 수용체의 α 부분에 매우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저용량으로도 조절 T세포의 증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면역반응을 약화시켜 사이토카인을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매력적인 신약후보물질로 부각시켜준다. 그녀는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항체 결합 IL-2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IL-2를 조절하는 것은 암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미묘한 작업이라고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니콜라오스 스구라키스(Nikolaos Sgourakis) 연구원은 말했다.
T세포는 IL-2 수용체의 α 부분을 발현하는 유일한 세포가 아니다. 조절 T세포의 활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비표적 세포를 자극할 수도 있다. 그는 효과기 세포가 α분절을 생산하기 시작하게 한다면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치료용 IL-2를 양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IL-2와 그 수용체가 공간에서 움직일 때 일시적인 형태를 띤다며 이 모양은 일순간 지속되지만 이는 IL-2가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와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 중 일부를 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핵자기공명을 사용해 IL-2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호작용과 이를 모방하는 돌연변이를 설계하기 위해 쏜살같은 순간을 포착하려 애쓰고 있다.
그는 IL-2 기반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만드는 것은 하프코트에서 자유투를 던지는 것처럼 유용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더 좁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을 표적으로 하거나 특정 면역을 약화시키는 분자를 만드는 게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사는 시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암젠과 올해 2월 18억5000만달러를 들여 판디온테라퓨틱스(Pandion Therapeutics)를 인수한 미국 머크(MSD)가 있다. 판디온 파이프라인에는 2개의 IL-2 기반 면역억제제와 이런 분자를 특정 조직에 전달하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
판디온의 공동 설립자인 조 비니(Jo Viney)는 암 치료용 IL-2를 자가면역질환용으로 전환하려면 더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하고 따라서 부작용의 위험이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암에 걸린 사람은 약 1주일 동안 IL-2 치료를 받는 반면 자가면역질환은 만성이어서 장기간에 걸쳐 투여해야 한다. IL-2는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자가면역질환 개선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 또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IL-2는 거의 매일 투여해야 할 것이라고 비니는 설명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은 자가면역질환을 위한 IL-2 요법은 과민반응하는 면역 체계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차단 신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자가면역반응의 한 구성요소만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나 항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판디온과 암젠은 자가면역질환 특이적 IL-2를 구축하기 위해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판디온의 신약후보인 PT101을 만드는 것은 천연 IL-2 단백질에 아미노산 돌연변이를 유도한 것이다. 판디온 연구자들은 중요한 아스파라긴을 산성화하면 수용체의 β 조각에 대한 IL-2의 결합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돌연변이 또는 변환된 IL-2 단백질 버전인 뮤테인(mutein)에 4개의 다른 아미노산을 추가하면 IL-2 수용체의 α 조각에 우선적으로 결합하는 분자가 생성돼 조절 T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비니는 판디온의 IL-2 억제제가 (수용체와 결합하는) 항체 단편에 결합돼 있기 때문에 매일이 아니라 몇 주에 한 번씩 투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1상 시험에서 PT101 투여군은 비 투여군보다 더 많은 조절 T세포를 생성했다. 실이 험적 생물학적제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약물에 대한 항체도 생성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니는 2021년 말까지 PT101이 궤양성대장염과 루푸스에 대한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암젠의 주요 IL-2 억제제인 에파밸류킨 알파(efavaleukin alfa)는 루푸스와 이식편대숙주병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암젠은 ‘비즈니스 결정’을 이유로 뮤테인 IL-2와 항체를 융합한 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을 중단했다.
적잖은 혈관누출증후군(vascular leak syndrome, VLS, 혈관에서 체액이 흘러나와 주변 조직에 부종 발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류킨이 다른 면역요법에 반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후기 요법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운이 좋아 면역관문억제제로 흑색종이 어느 정도 컨트롤돼 몇 년을 살았어도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안정적인 관해에서 이탈해 병이 악화된다. 드라크만은 많은 항암제가 약물에 내성을 띠지만 IL-2에는 내성이 없다며 따라서 이것이 더 안전한 버전의 IL-2 제제를 개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구라키스 등 많은 연구자들은 더 나은 IL-2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암과 자가면역질환에서 더 견디기 쉬우며 더 강력한 사이토카인 면역반응을 발휘하는 것을 개발 중이다. 구조생물학 및 컴퓨터생물학의 발전으로 과학자들을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를 창출하는 데 나서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 성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게 IL-2 연구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