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Immuno-oncology, IO)라고 하면 이젠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와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면역관문억제제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본래 면역항암제는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와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크게 면역관문억제제, 사이토카인(cytokine), 작용제(agonist), 보조제(adjuvant)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과학자들이 면역체계의 연구를 심화하면서 면역능력에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병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암을 공격하고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동과 가속의 기능을 표적으로 삼아 두루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면역항암제 중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의 성숙, 성장, 반응성을 조절하는 전달 분자이다. 현재 일부 신장암, 백혈병, 림프종, 흑색종, 육종 치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사이토카인 의약품은 IL-2, GM-CSF, 인터페론알파-2a, 인터페론알파-2b 등 4가지다.
인간 재조합 인터루킨-2 제제(recombinant human IL-2, rIL-2)인 알데스류킨(aldesleukin)은 노바티스가 개발했다. 2018년 7월과 2019년 2월에 나눠 영국 제약기업 클리니젠그룹(Clinigen Group)이 노바티스로부터 ‘프로류킨주’(Proleukin: 알데스류킨)의 미국 외 시장, 미국 시장의 판권을 인수했다.
1992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지금까지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연속 5일 정맥주사 투여하는 부담과 혈관누출증후군(vascular leak syndrome, VLS, 혈관에서 체액이 흘러나와 주변 조직에 부종 발생)이란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DNA를 조작해 천연의 IL-2와 약간 다른 구조로 생산하고 있다. 일부 신장세포암과 악성 흑색종에 대해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에서 간헐적 대량투여 용량으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국내서는 일부 신장세포암에서만 허가돼 있다. 5일간 투여 후 2~6일 휴약한 다음 5일 투여 후 2주 휴약하는 게 한 치료주기(사이클)다. 최대 4주기까지 투약한다. 부작용으로 독감과 같은 호흡기감염질환, 어지럼증, 구토, 가려움증, 설사, 저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과립구대식세포콜로니자극인자(Granulocyte-Macrophage Colony-Stimulating Factor, GM-CSF)는 면역조절 사이토카인으로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 환자의 일부에 대해 승인됐다. GM-CSF는 백혈구 중에서도 과립구, 대식세포, 혈소판이 될 세포가 더 잘 생성되게 만든다. 혈액 생성에도 작용한다.
1985년에 처음 클로닝(복제)됐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GM-CSF의 유사체로는 1991년에 FDA 승인을 받은 젠자임(Genzyme)의 사그라모스팀(Sargramostim, 브랜드명 Leukine)과 노바티스의 몰그라모스팀(Molgramostim 브랜드명 Leucomax)이 있다.
젠자임은 여러 회사를 거쳐 현재는 프랑스 사노피의 계열사가 됐다. 현재 사그라모스팀은 파트너테라퓨틱스(Partner Therapeutics)가 판권을 갖고 있다.
몰그라모스팀은 노바티스와 셰링프라우(Schering-Plough)가 공동 개발, 판매하다가 2002년에 노바티스가 권리를 셰링프라우에 넘겼다.
참고로 과립구콜로니자극인자(granulocyte-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는 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쓰인다. 암젠의 ‘뉴라스타프리필드시린지주’(Neulasta neuroblastoma 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 Pegfilgrastim)가 대표적이며 일본 쥬가이의 ‘레노그라스팀’(lenograstim), 일본 쿄와하코기린의 ‘나토그라스팀’(Nartograstim), 테바의 ‘리페그필그라스팀’(Lipegfilgrastim) 등이 있다. 지난 6일 허가가 지연된 한미약품의 ‘롤론티스프리필드시린지주’(Rolontis 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 eflapegrastim)도 이 계열에 속한다.
인터페론 알파-2a는 IFNAR1/2 (Interferon Alpha And Beta Receptor Subunit 1/2)경로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토카인으로 백혈병 및 육종의 일부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됐다. 2002년 미국 내에서 의료 목적으로 사용이 허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올라 있다.
이 제제는 모발세포백혈병(hairy cell leukemia) 및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환자 중 진단 후 1년 이내에 최소한의 사전치료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승인받았다. 투여하면 탈모 증상이 일어나는데 치료가 끝나면 정상적인 모발 성장이 회복된다.
T세포림프종(T-cell lymphoma), 특히 희귀 악성피부암인 균상식육종(菌狀食肉腫 mycosis fungoides, 피부와 림프절을 악성으로 변이된 T세포가 침범해 공격함)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현재 로슈(제넨텍)가 페가시스(Pegasys)라는 브랜드로 생산 중이다. 실제로는 만성 B형간염과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쓰이는 게 대부분이다. 본래 치료제가 드문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나 이후 한국,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B형간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인터페론 알파-2b는 IFNAR1 경로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토카인으로 흑색종 일부에 승인됐다. 이 제제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을 결합한 페그인터페론 알파-2b는 흑색종과 관련 제거수술의 보조적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C형간염 치료에도 사용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좋지 않은 효과와 부작용 때문에 더 이상 추천되지 않는다. 미국 머크(MSD)가 2001년 ‘실라트론’(Sylatron)이란 브랜드로 FDA 허가를 얻었다. 인도에서 코로나-19에 의한 경증 감염증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으나 2상 시험의 설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사이토카인 항암제의 한계와 더 나은 활용을 위한 모색
흑색종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다른 어떤 암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피부암의 가장 공격적인 형태이다. 전이성 피부암에는 거의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표준 화학요법제도 일반적으로 효과가 없다.
IFN-α 또는 IL-2와 같은 사이토카인은 흑색종의 면역인식을 촉진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극적이고 내약성이 좋은 임상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이토카인은 항암백신, 소분자억제제, 단일클론항체,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투여될 수 있는 효과적인 제제로서 몇 년 동안 지속 가능한 역할을 할 기회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