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 중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음식을 한층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재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알싸한 매운맛과 강렬한 향을 가진 생강이다.
생강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하다. 육류를 요리할 때 잡내를 잡아주기 위해 사용하는가 하면 생선 요리에는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스나 카레가루처럼 조미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생강차와 생강주 등 건강음료로도 사용된다. 그야말로 어느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요리계의 감초랄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생강에 함유된 각종 성분들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단순한 식재료의 차원을 넘어 헬스푸드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증진과 각종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강을 이용한 요리와 생강에 함유된 영양성분,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강의 효능 등에 대해 알아본다.
식재료·약재로 예로부터 널리 사용 … 각종 요리에 감칠맛 더해
생강(학명 Zingiber officinale)은 생강과(Zingiberaceae)의 여러해살이풀로 새앙·새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뿌리를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한다. 한자어로는 강근(姜根)·모강(母薑)·백랄운(百辣蕓)·염량소자(炎凉小子)·인지초(因地草)·자강(子薑)·자강(紫薑)·건강(乾薑)이라고도 한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며 채소로 재배한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자라고 다육질이며 덩어리 모양으로 황색이며 매운 맛과 향긋한 냄새가 있다.
동인도의 힌두스댄 지역이 원산지로 추정되며 중국에서는 2500여 년 전 쓰촨성에서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고대 사상가 공자가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식사 때마다 반드시 챙겨 먹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사’에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생강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 문헌인 ‘향약구급방’에 약용식의 하나로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충청남도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특히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서 생산되는 생강이 생산량도 많고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항암 식품 1위, 서울대학교 노화연구소가 선정한 면역력 증진 식품 2위로선정된 생강은 그 명성에 걸맞게 오래 전부터 사시사철 약방의 감초처럼 중요한 식재료로 널리 사용돼왔으며 그 쓰임새 또한 다양하다.
특유의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닌 생강은 단독 식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김치 등 각종 양념류의 부재료로 사용되는 등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감초 역할을 한다. 생강의 분말은 빵·과자·카레·소스·피클 등에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생선 비린내와 고기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에 각종 탕이나 조림 등에 빠지지 않고 생선회와 초밥에도 사용된다. 얇게 썰어 편강과 같은 간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주로 디저트 요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생강쿠키를 먹는 문화가 있는데 일반적인 쿠키 반죽에 생강즙을 넣으면 향기롭고 영양 가득한 생강쿠키를 만들 수 있다.
실례로 공포의 전염병 페스트(pest)로 인해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평소 생강을 자주 먹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에 주목한 영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생강 섭취를 장려했다는 일화가 있다. 생강으로 만든 빵의 일종인 진저브레드(gingerbread)는 물론이고 진저에일(ginger ale), 진저비어(ginger beer) 등 생강이 들어간 음료 등도 이 시기에 더욱 유행하는 계기가 됐다.
생강은 요리가 아닌 생강청으로 만들어 먹어도 그 향과 맛이 그만이다. 생강청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강과 설탕을 1kg씩 준비하고 생강을 깨끗이 씻은 다음 숟가락으로 긁어 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제거한 생강은 얇게 채 썰어 볼에 담고 설탕과 함께 버무린다. 잘 소독된 용기에 버무린 생강을 담고 실온에서 하루 정도 둔다. 이후 냉장고에서 2주 이상 숙성하면 된다. 2주 이상 숙성시키면 생강의 독한 맛이 사라져 쓴맛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생강은 우리나라의 경우 식재료 외에 약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 담을 삭이며 기를 내리고 토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습기를 없애고 딸꾹질을 하며 기운이 치미는 것과 숨이 차고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생강의 효능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식재료와 약재로 널리 사용된 생강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건강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유의 향기와 매운 맛을 지닌 생강은 수분함유량이 86% 정도에 이르며 다량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진저롤(Gingerol)·진저론(Zingerone)·쇼가올(Shogaol) 등의 성분들은 다양한 약효와 약리작용을 지닌다. 항염증, 항산화 작용이 강해 감기나 기관지염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며 장염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 혈액순환 도움 … 구역감 진정에도 특효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은 생리활성물질의 뛰어난 약리작용을 통해 동맥을 확장 시키고 혈류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강력한 살균·항염 작용으로 인체 내에 나쁜 균을 없애고 염증을 완화시키며 혈액순환을 도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해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뛰어난 항암작용도 한다.
여름 휴가철 자동차 여행이 멀미 때문에 두려운 사람에게도 생강은 특효약이 된다. 생강은 멀미 완화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이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소화기관을 편안하게 해 어지간한 멀미약만큼 효과가 좋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소 멀미를 심하게 하는 36명을 대상으로 생강 2캡슐을 섭취하게 한 결과 멀미약을 먹은 그룹의 2배에 달하는 멀미 진정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동차나 배를 타기 30분 전에 생강가루 2~4g 정도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임신 중이나 항암치료 때 나타나는 구역감을 다스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생강은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이 혈액순환을 활성화해 몸속 찬 기운을 내보내고 신체 내부를 따뜻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한·발열·두통·가래 등의 환절기 질환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으며 여성들의 생리통 증상 완화, 수족냉증, 복부냉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해독작용이 뛰어나 식중독에 의한 복통, 설사 증상도 완화시킨다.
또한 생강은 인체 면역력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사람의 체온이 1℃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정도 저하되게 되는데 이 때 생강의 체온 상승효과는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생강은 열을 발산시켜 장의 차가운 기운을 없애주고 장내 유익균의 생존과 증식을 유도해 장을 건강하게 한다. 생강은 침 속의 디아스타제 분비를 촉진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가 음식을 소화시켜 위를 편안하게 한다.
이외에도 적정량의 생강을 섭취할 경우 활발한 위장 운동과 식욕 증진, 소화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뇨작용을 도와줘 부기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식재료로, 약재로 쓰임새가 다양한 생강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생강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재료로 몸에 열이 나게 한다. 따라서 혈압이 높거나 편도가 부은 경우에는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또 생강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액이 나와 위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라면 생강을 익혀서 먹거나 생강차, 생강죽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관상 부주의로 썩거나 상한 생강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하고 썩은 생강은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데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도 독성 유기물질이 생강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