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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식재료·약초로 버릴 게 없어 흔하지만 귀한 ‘질경이’
  • 김달래 한의원장 (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1-07-01 15:40:26
  • 수정 2021-07-01 15: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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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신장 열 조절 간 기능 활성화 도움 … 식이섬유 풍부 변비 해결사

지금처럼 도로포장이 완벽하지 않았던 시절,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흙길을 밟을 수 있었다. 흙길을 지나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마치 시금치처럼 넓은 잎사귀들 중간에 가늘고 긴 꽃과 씨앗이 쑥 올라와 있는 풀이었다. 이 풀은 차량이 질주하는 길에서도,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길바닥의 거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이 풀을 사람들은 질경이라 불렀다. 


길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질경이는 민간에서 혹은 한방에서 차전초 또는 차전자로 불리며 사용하는 약재다. 지역에 따라서는 질갱이, 뺏부쟁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건강을 위해 또는 질병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초들 중에는 의외로 주변에서 흔히 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질경이(학명 Plantago asiatica)는 질경이과(Plantagin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러시아 사할린·대만·중국·말레이시아 등지에 분포해 있으며 주로 풀밭이나 길가 또는 빈터에서 자란다. 


잎은 계란형 또는 넓은 타원형으로 생겼으며 긴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잎 끝은 무디고 밑동은 둥근 편이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뚜렷하지 않은 톱니를 갖고 있다. 잎의 길이는 4~15cm로 7줄 안팎의 평행인 잎맥을 가진다.


한 뼘 정도의 높이를 가진 꽃줄기가 잎 사이로부터 자라나 작은 꽃이 이삭 모양으로 뭉쳐 피는데 지름 2.5mm 안팎의 깔때기 모양인 꽃은 끝이 네 개로 갈라져 있으며 빛깔은 희다.


잎과 씨앗 모두 약효 탁월 … 한약재로도 널리 사용


질경이는 한여름 뜨거운 햇볕도 이겨내고 자란다. 그만큼 성질이 차갑다. 질경이는 풀도 약초로 좋지만 여기서 나오는 씨앗이 특히 약효가 좋아 따로 받아 치료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 씨앗이 바로 한약재로 사용하는 차전자다. 질경이의 잎은 여름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서 쓰며 씨는 익는 대로 채취해 햇볕에 말려 그대로 사용한다. 


질경이의 씨앗인 차전자에 관해서는 구전되는 일화가 있다. 중국 한나라 때 ‘마무’라는 장수가 원정길에 올랐는데 뜨거운 남쪽 사막 지역을 지나게 됐다. 이런 기후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에게 습열병이 발병해 소변에 피가 나오는 증상이 생기고 나중에는 사람도 말도 혈뇨를 누면서 쓰러져 갔다. 이 때 어떤 말이 수레바퀴 앞에 난 풀들을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고 이 말은 맑은 소변을 보는 것이 관찰됐다. 이후 이 풀을 달여 먹였더니 병사도 말도 모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질경이는 방광에 몰린 열을 조절해준다. 이 같은 열 조절은 간 기능을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서도 차전자(질경이)는 간과 신장 계통의 열을 조절하는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대 약리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질경이에는 우르솔산(Ursolicacid)·아우쿠빈(Aucubin)·플란타기닌(Plantaginin)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어 간염, 황달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질경이의 잎을 차전(車前), 씨앗을 차전자(車前子)라는 명칭으로 약재로 사용한다. 질경이의 잎과 씨 모두 이뇨·해열·거담·진해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질경이의 씨앗인 차전자는 이뇨 작용이 있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간 기능을 활성화시켜 어지럼증·두통·방광염·요도염·설사·기침·간염·고혈압에 효과가 있고 폐열로 인한 해수에도 효과가 있다. 


또 질경이의 잎인 차전초는 이뇨 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를 비롯해 신우신염·방광염·요로염에 효과가 있으며 기관지염과 인후염·황달·혈뇨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약재로 사용한다. 


차전자라는 한약재 명으로도 불리는 질경이는 간과 신장의 열을 조절해 간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변비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흔하지만 귀한 약초다.(사진=서울약령시협회)

식품과 차로 이용해도 손색 없어 … 장출혈 등 복부질환자 섭취 삼가야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한 차전자는 변비의 해결사로 유명한 약초이기도 하다. 차전자의 껍질에 있는 식이섬유는 수분을 머금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실제로 그릇에 차전자피를 담고 물을 부으면 몇 배 이상 부풀어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크게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로 분류할 수 있는데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 속의 찌꺼기와 노폐물을 흡착하고 대변의 점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려주고 대장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차전자피는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를 동시에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당연히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고 콜레스테롤도 개선해 준다. 이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는 질경이는 식품과 차로 이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초봄에 채취한 어린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질경이의 연한 잎을 따서 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는 기록이 있다. 또 5월초에 채취한 줄기와 잎은 물에 담가 거품을 제거한 뒤 고추장 단지 속에 박아 넣어 장아찌로 먹어도 좋다.


질경이 씨를 차로 마시려면 먼저 씨를 볶은 뒤 열기가 남아 있을 때 소금물을 뿌린 뒤 식혀서 차로 음용하며 잎을 차로 마실 때는 어린잎을 사용한다. 일반 가정에서 음용수로 옥수수차를 끓일 때 옥수수수염과 차전자 적당량을 거름망에 넣고 같이 끓여서 마시면 원활한 배뇨에 도움이 된다.


질경이는 장에 유익한 작용을 통해 변을 편하게 해 주고 피를 맑게 하며 간에 몰린 열을 줄여주고 방광과 신장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경이가 좋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장에 상태에 따라서는 질경이의 섭취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맹장염이나 장출혈 같은 복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장 폐색, 위장관 협착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질경이의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또 질경이를 복용할 때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며 섭취 후 구토나 복통이 심해질 경우 한의사와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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