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편견을 극복하지 못한 환자들은 직장에서 내몰릴 위험도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심성근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 연구팀은 화순전남대병원과 공동으로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암 생존자 433명을 직접 만나 암에 대한 편견과 직장 내에서 겪은 차별 등을 물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2.2세로, 여성은 전체 대상자의 45.9%(199명)을 차지했다. 60.1%(259명)가 대학을 졸업했고, 사무직이 67.6%(292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장노동자(16.4%, 71명), 서비스 및 영업직(16%, 69명)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생존자의 24%(104명)가 암 진단 후 직장을 잃었다고 답했다. 20.7%(90명)는 고용주나 동료들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친구나 이웃들이 암환자인 본인을 외면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각각 24.2%, 22.4%였다.
환자 본인이 암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았다.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암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긴 환자는 21.7%나 됐다. 19.1%는 암이 완치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업무수행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암환자는 외모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 사람은 13.4%였다.
암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은 암환자의 실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환자 스스로 암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회복할 것이란 믿음이 부족할 때 일자리를 잃기 더욱 쉬웠다.
암을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3.1배 더 높았고, 평소 암 환자에 대해 고정관념을 내비친 환자 역시 일자리 상실 위험이 2.1배 높았다. 직장 내에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1.98배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암 생존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암환자의 일상성 회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책임자인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의 삶의 의미, 경제적 손실, 노동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암환자의 직장복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암 환자가 치료에 집중하고 치료 후 정상으로 회복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직장과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 지원한 ‘암생존자 맞춤형 직장복귀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평가 연구’ 과제로 진행됐다. 정신종양학회(Psycho-Oncology, IF=3.006)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