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부전증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신장 기능이 서서히 나빠지는 질환을 말한다. 만성 신부전증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병이 계속 진행하여 결국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이나 이식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이므로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투석이나 이식으로 가는 것을 막거나 늦춰야 한다.
아쉽게도 현대 의학은 만성 신부전증의 악화를 완전히 억제하거나 그 기능을 원상회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열심히 치료하면 투석이나 이식을 시작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수명 동안에 투석이나 이식 없이 지낼 수도 있다.
주영수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최동훈) 신장내과 교수,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이 연구를 통해 아연 섭취와 만성신부전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만성신부전은 대표적인 신장 질환으로 3개월 이상 만성적인 신장 손상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병이다. 만성신부전은 요독, 부종, 빈혈, 혈압 상승 등을 동반하며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 고혈압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중증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되며 가장 심각한 5기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경우 투석과 신장이식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주영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은 만성신부전의 발병과 관련해 심혈관계 합병증 및 대사성질환과 연관돼 있다고 알려진 아연에 주목했다. 교수팀은 한국인 유전체역학조사사업(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 참여자 중 신장 기능이 정상인 7,735명을 대상으로 아연 섭취량과 만성신부전의 발병률을 분석했다.
본 연구에서 일일 아연 섭취량을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누어 관찰한 결과, 아연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16.5%에서 만성신부전이 발생한데 반해 섭취량이 가장 적은 그룹은 20.7%에서 만성신부전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교수팀은 아연 섭취량이 불충분할 경우 만성신부전이 발병할 위험이 최대 20%까지 높아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주영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아연 섭취량과 만성신부전 발병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될 경우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고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균형 있는 식습관을 형성해 만성신부전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럽 영양학대사학회(ESPEN: European Society for Clinical Nutrition and Metabolism) 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