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감기처럼 누구나 흔히 걸리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우울증이 감기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낫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병이 우울증이다.
우리나라는 우울증과 자살 발생 모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위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에 대한 관심은 적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가운데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한 명도 없다. 환자 자신도 일시적인 슬럼프 정도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다. 병·의원에 가도 고혈압 여부를 묻는 의사는 있지만 우울증 여부를 묻는 의사는 드물다.
노인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살면 우울증 발생위험이 1.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웃과의 신뢰가 없는 곳에 거주 시 우울증 발생위험은 1.8배 커졌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박종 조선대 의대 교수팀(예방의학)이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6만7,417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가 노인의 우울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박 교수팀은 연간 평균 초미세농도 농도에 따라 지역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0∼22g/㎥로 가장 낮으면 1그룹 지역, 26∼36g/㎥로 가장 높으면 4그룹 지역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5.6%였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심한 곳에 사는 노인은 우울증 발생위험이 컸다.
1그룹 지역에 사는 노인 대비 3그룹 지역 거주 노인의 우울증 발생위험은 1.7배, 4그룹 지역 거주 노인은 1.5배였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초미세먼지가 증가할수록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며 “초미세먼지가 인체로 들어가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의 발생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이 초미세먼지를 흡입하면 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이미 다른 기저질환을 갖고 있기 쉬워 초미세먼지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에서 걷기운동 등 활동을 꾸준하게 하는 노인의 우울증 발생위험은 34% 낮았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걷기 활동은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우울 증상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웃 간의 신뢰가 없는 곳에서 사는 노인의 우울증 발생위험은 1.8배 높았다. 이웃과 좋은 관계는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세먼지는 입자크기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를 보인다. 미세먼지(PM10)는 코점막을 통과해 체내에 흡수되지만, 초미세먼지(PM2.5)는 기도를 통과한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진다.
이 연구 결과(초미세먼지와 노인 우울증의 관련성)는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