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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강릉 오죽헌서 신사임당-율곡 모자, 초당마을서 허균-허난설헌 남매 만나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1-06-21 22:05:41
  • 수정 2021-06-21 22: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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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진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단구 산책길, 속이 뻥뚫려 … 난설헌 생가인 초당마을 순두부

강원도에는 큰 인물이 별로 없었지만 유독 강릉에서는 훌륭한 인물들이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율곡 이이와 그의 모친 신사임당이다.  


이기설을 주장한 성리학자 율곡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 성학집요, 격몽요결, 김시습전, 학교모범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선조에게 바친 ‘시무육조’도 유명하다. 48세 되던 해 율곡은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 파주로 낙향해 이듬해인 1584년 서울 대사동에서 숨을 거두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왼쪽)과 율곡을 기리는 문성사

강릉은 율곡이 태어나 여섯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가 태어난 오죽헌은 최응현이 사임당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사위 이사온에게 물려준 집으로 사임당과 율곡 두 사람 모두 오죽헌에서 태어났다. 중종 때 지어졌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양식이다.


신사임당은 율곡을 낳기 전 검은 용이 바다에서 날아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율곡의 이름을 ‘현룡’이라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헌에는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이 지금도 보존돼 있다. 


오죽헌 가장 안쪽으로 가면 막돌 담장에 둘러싸인 운한문(雲漢門)과 어제각(御製閣)이 나온다. 운한문은 어제각을 출입하기 위한 문으로 율곡의 사당인 문성사 앞에 있던 것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율곡 이이의 저서 격몽요결과 어린 시절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하는 어제각과 그 출입물인 운한문

어제각에는 율곡 이이의 저서 격몽요결과 어린 시절 사용하던 벼루가 보관돼 있다. 1788년 정조가 이를 듣고 궁궐로 가져오라고 해서 직접 보고 나서 친히 오죽헌에 어제각을 짓고 보관토록 했다. 어제각은 임금이 지은 집이라는 뜻이다.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은 어린 시절부터 안견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그림에 대한 재능을 선보이며 ‘초충도’와 ‘포도도’같은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문장 솜씨도 뛰어나 친정 어머니를 그리는 ‘사친의 시(사모곡)’은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어머니와 아들 모두 시와 학문에 뛰어나고 후세에까지 그 이름을 전하고 있느니 참으로 복된 집안이다 싶다. 두 모자는 파주 자운산 기슭에서 정답게 영면하고 있다. 


오죽헌은 별당 양식 건축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로 1963년 보물 165호로 지정됐다. 오죽헌에는 율곡 이이의 동상과 신사임당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신사임당 동상은 오죽헌에서 조금 떨어진 앞뜰에 있다.  


오죽헌 입구에는 세계 최초로 모자가 화폐의 모델로 사용됐음을 기념하는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율곡기념관에는 율곡전서를 비롯한 율곡의 저서와 간찰 및 신사임당의 작품 ‘초충도 병풍’과 ‘습작 매화도’ 등이 전시되고 있다. 


‘비운의 천재 남매’ 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공원 


경포호에서 약 1.5km 떨어진 초당마을에는 ‘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공원’이 있다. 1980년대 난설헌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세우는 등 공원이 조성됐다. 공원 안에는 난설헌의 동상과 허씨 집안의 ‘5문장가’를 기리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생가 안채에 허난설헌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허균과 허난설헌은 조선 중기 경상감사를 지내고 동인의 창립 멤버였던 허엽(許曄)과 후처 강릉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지간이다. 두 사람 모두 문벌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모두 시와 문장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불행한 삶을 살았다. 


허균(許筠 1569~1618)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어렸을 때부터 총명함과 재주가 뛰어났다. 그러나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기이한 행동을 일삼아 모반자로 찍혀 51세에 처형당했다. 


허난설헌의 생가와 그 앞의 동상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시인으로 꼽힌다. 8세 되던 해에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란 시를 지어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차린 오빠 허봉(許篈)의 주선으로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유명했던 이달(李達, 1539~1612)을 사사하게 된다. 15세 되던 해 안동 김씨인 김성립과 혼인했으나 남편과의 불화, 시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 어린 두 자녀를 돌림병으로 잃고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되는 불행을 겪은 후 난설헌은 27세 되던 해 숨을 거뒀다. 


모든 시를 불태워달라는 난설헌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동생 허균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누이의 시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시들을 정리해 ‘난설헌집’을 펴냈다. 1606년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단과 동행한 명나라 시인 주자번이 허난설헌의 시에 반해 이를 명나라에 가져가 ‘허난설헌집’을 발간했다. 허난설헌의 사후 18년 만의 일이었다. 


허난설헌의 시는 명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명나라 시인들의 격찬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애송되던 그녀의 시는 18세기 부산 동래(東萊)에 무역 나온 일본인들을 통해 일본에 전해져 1711년 일본인 분다이야 지로(文台屋次郞)에 의해 간행돼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허난설헌의 시는 여인의 독특한 감성이나 사회의 모순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조선사회의 모순과 계속 닥쳐온 가정 문제들 때문에 세상을 떠나 신선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담은 시가 100여 편에 달한다고 한다. 생가 뒤편에 솔숲을 걸으면서 평범하지 않았던 비운의 두 남매를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생가 입구에 건립된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에는 남매의 생애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매년 봄 허난설헌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허난설헌 문화제>가, 가을에는 허균의 개혁정신과 자유정신을 기리는 <교산 허균 문화제>가 열린다. 


간수로 바닷물을 사용한 초당 순두부 


기념관이 있는 초당 마을은 초당순두부로도 유명하다. 초당 허엽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간수로 바닷물을 사용해서 만든 두부다. 소금이 귀했던 강릉에서 소금 대신 짠 바닷물을 이용해 두부를 만든 것. 바닷물을 간수로 쓰면 염도가 항상 일정해서 맛이 한결같다고 한다. 


현재 초당순두부 마을에는 30여 개의 순두부 식당이 영업 중이다. 집집마다 손맛과 만드는 비법에 따라 맛이 다르니 입맛과 기호대로 선택하면 된다. 순두부에 양념간장을 넣어 먹는 순두부 외에도 얼큰 순두부, 순두부 짬뽕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최근에는 순두부 젤라또까지 선보였다. 


강릉의 각양각색 해변 여행 – 강문, 안목, 연곡, 사천, 소돌, 주문진


강릉에는 경포해변을 비롯해 안목해변, 송정해변, 강문해변, 사천해변, 소돌해변, 주문진해변, 연곡해변 등 해송과 하얀 모래밭이 일품인 해변이 즐비하다. 


초당 순두부마을 바로 앞에는 강문해변이 펼쳐진다.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거대한 아치형 ‘솟대다리’와 해변에 설치된 다양한 조형물들이 시선을 끈다.


솟대다리 아래에는 진또배기 소원성취 조형물이 있어 동전이나 아끼는 물건을 던져 원 안에 들어가면 액운을 막아주고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도전한다.


강문마을은 강과 바다 사이의 문이라는 뜻인데, 또 다른 이름이 진또배기다. 새 모양의 솟대를 의미하는 ‘진또배기’는 물과 바람으로 인한 재난을 막아준다 하여 오랜 세월 강문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져왔다. 마을 안쪽 강문 솟대공원에 가면 과거부터 이 마을에 세워져 온 다양한 진또배기를 만날 수 있다. 


안목해변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커피거리로 이름난 곳이다. 성수기나 주말에는 차 댈 곳이 없을 지경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커피 축제가 열린다. 커피거리답게 개성 만점의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알록달록 예쁜 카페 건물들이 어우러진 안목해변거리는 마치 외국의 유명 휴양지 풍경 같다. 


연곡해변은 고운 모래가 넓게 깔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캠핑장의 편의시설이 훌륭하다. 주문진 어시장에서 해산물을 사다가 바비큐를 해먹는 것도 좋겠다.


강릉 최북단 소돌해변

강릉 최북단인 주문진해변과 소돌해변도 들려보자. 주문진은 수산물이 풍부하다. 해변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 소모양을 닮았다는 소돌해변은 바다 앞을 다 차지한 기암괴석이 유명하다. 자식이 없던 노부부가 바위에 기도를 해서 아들을 얻었다는 아들바위가 있다. 


정동심곡 바다 부채길 … 시간이 빚은 환상적인 바닷길 


정동진에서 남쪽의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단구에는 트레킹 길이 개설됐다. 2.8km 구간으로 50년 동안 군사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었다. 해안단구를 따라 설치된 나무데크를 걸으면 멋진 단구와 시원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강릉 심곡항 주변 해변

정동진의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부채끝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래서 해안 탐방로를 ‘정동 심곡 바다 부채길’이라고 한다. 매표소는 정동진 크루즈호텔과 심곡항에 있다. 왕복으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계단이 많아 피곤하므로 편도로 도보한 뒤 셔틀버스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정동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경우 해안까지 700개가 넘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계단의 경사가 좀 가파른 편이다. 계단을 내려서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 위를 걷는 데크길이 시작된다. 몽돌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와 귓불을 스치는 바닷바람이 그지없이 시원하다. 


투구바위, 부채바위 같은 기암괴석도 만나게 된다. 바위를 쉴 새 부셔 버릴 듯 세차게 달려들지만 결국에는 제 몸이 잘게 부서져 나가는 파도의 처절한 몸부림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바위를 쳐대는 파도 소리에 속이 다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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