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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순천 서부의 녹색 정원 도시 ‘순천만’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1-06-16 01:01:58
  • 수정 2021-06-16 0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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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균이 ‘조선의 강남’이라 칭했던 풍요의 상징 … 가을 갈대가 빚어놓은 ‘갈색의 순간’ 일렁거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순천시의 에코 여행 1번지는 단연 서부의 순천만 습지이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위치한 항아리 모양의 내만으로 강 하구와 갈대밭, 염습지, 갯벌, 섬 등 다양한 지형으로 이루어진 세계 5대 연안습지에 속한다.   


순천만은 서면 강변수변공원으로 시작된다.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東川)은 이사천은 대대포구에서 만나 순천만으로 흘러들어간다. 동천변 자전거길은 S자 모양의 물길을 따라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문학관, 순천만 습지를 거쳐 화포해변과 별량면 거차·죽전 마을로 이어지며 마침표를 찍는다.  


순천만의 저녁 갯벌

대대포구와 690만평의 광활한 갯벌이 약 160만 평에 달하는 갈대밭과 장관을 이루는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이곳엔 11월부터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저어새, 흑두루미, 재두르미, 도요새, 청둥오리  등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조류 ‘겨울철 손님’이 날아든다. 이 새들의 먹잇감이 되는 수많은 게, 갯지렁이, 곤충, 어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순천만 습지에는 자연생태관, 순천만 천문대, 자연의 소리 체험관, 순천문학관, 흑두루미 소망터널 등이 있다. 문학관에는 순천 출신으로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정채봉 작가관과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관이 마련돼 있다.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안개 낀 도시 ‘무진’(霧津)의 배경이 순천만이다. 


김승옥 작가의 주옥 같은 10편의 단편 중 가장 사랑받는 게 무진기행이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해했고 사람들을 둘러싹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이 구절은 시 같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하며, 희망을 가까스로 품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내레이션으로도 귀에 많이 익숙하다. 


순천만 와온해변

 순천만 갈대숲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용산전망대로 가야 한다. 갈대 사이를 누비며 느린 걸음으로 30여분 정도를 오르면 용산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구불구불한 물길과 낙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가을이면 금빛과 은빛으로 넘실대는 순천만의 노래가 더욱 감동적이다. 안개가 부려놓은 갈색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57개 정원의 집합체 ‘순천만 국가정원’ … 호수정원과 경전철도 한몫


순천만국가정원의 명장면 포인트. 출처 순천시청

순천시 풍덕동에 위치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만과 함께 동천-봉화산 둘레길로 이어져 순천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큰 정원을 이루고 있다. 


2013년 4월 20일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에 맞춰 문을 연 순천만 국가정원은 ‘정원 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큼 다양한 식물종과 특색있는 세계 각국의 정원이 펼쳐지는 곳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국가정원 내에는 13개의 세계 정원과 참여 정원 30곳, 테마별 정원 14곳 등 57개 정원이 있다. 수목원, 생태 습지센터 등 다양한 산림 휴양 체험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해외 테마공원. 출처 순천시청

영국의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그의 딸과 함께 일주일 동안 순천시에 머물며 순천시의 풍경과 순천만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호수 정원도 놓치지 말자. 호수정원 중심부의 봉화언덕은 봉화산을 나타내며, 호수는 도심을, 호수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는 동천을 상징한다. 


국가정원은 작약과 장미 등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초록이 무성한 이맘 때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워낙에 넓어서 하루에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사부작사부작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즐기는 게 좋다. 


정원 곳곳을 운행하는 ‘꼬마열차’(경전철)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전철인 스카이큐브는 2014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나 적자에 시달려 법적으로 운행사와 순천시가 다투다가 올해 3월에에 재개통됐다. 

통합권을 끊으면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스카이큐브를 1만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 홈페이지에 8경이 안내돼 있어 동선 짜는 데 참고하면 좋다. 


순천만국가정원 꿈의 다리

순천(順天)이란 지명은 하늘의 명을 따른다는 뜻이다. 고어에 ‘순천자흥 역천자망’이 있다. 하늘을 따르면 흥하고 거스르면 망한다는 뜻이다. 순천은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지만 가운데에는 봉화산과 삼산 등 아늑한 산이 자리잡고 있다. 험한 산이 중심에는 없다. 그리고 강안과 갯벌은 풍요로움을 안는다. 먹고 살기에 충분한 들판과 여수, 광양에서 올라오는 해산물이 풍성하다. 


조선 중기의 문장가 허균은 순천을 ‘조선의 강남’이라고 칭했다. 중국의 강남처럼 따뜻하고 먹을 게 많고 풍요로운 곳이었다는 의미다. 이를 상징하는 게 순천만과 이를 둘러싼 자연과 인조물이지만 우리나라의 자랑이 된 국가정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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