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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공적 타이레놀’이 돼버렸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5-28 15:23:47
  • 수정 2021-06-18 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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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종 환자들 “꼭 찍어 타이레놀 주세요” … 동일 성분 대체약 70종이나 되는데 ‘타이레놀 품귀 대란’

5월 들어 정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COVID-19) 백신 확보 노력으로 백신 접종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이에 백신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 대다수 약국에서 ‘품귀현상’일 일어나고 있다. 해열진통제하면 ‘타이레놀’이 각인돼 빚어지는 현상으로 의약품의 성분명(일반명)과 상품명(브랜드)의 차이를 알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코로나19 백신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발열, 근육통이 나타난다. 항간에는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순으로 이런 부작용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맞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서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부작용은 대부분 2~3일에 사라지지만 만약 2일 이상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병의원을 찾아 상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경미한 증세가 아니고 호흡곤란, 의식소실, 안면부종 등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 정도로 고열과 근육통이 나타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정량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만 접종 전에 미리 복용하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피하라”고 말했다.


왜 이부프로펜은 안 되고 아세트아미노펜만 되는가


작년 3월 스위스 바젤대 의대 연구팀은 의학저널 ‘란셋’에 코로나19가 인체에 침입할 때 폐·동맥·심장·신장·장 등 세포막 외부표면에 붙어있는 표적단백질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2)와 결합해 감염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신장에는 레닌(renin)-안지오텐신(angiotensin)-알도스테론(aldosterone)계라는 혈압조절 메카니즘이 있다. 레닌은 신장 동맥의 사구체 세포에서 생성·분비되는 단백분해효소의 일종으로서 안지오텐신의 전단계 물질인 안지오텐시노겐(angiotensinogen)을 안지오텐신Ⅰ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어 안지오텐신Ⅰ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에 의해 안지오텐신Ⅱ라는 혈압상승물질로 변화된다. 이어 안지오텐신Ⅱ는 알도스테론이라는 항이뇨 호르몬(나트륨이 신장 실질 세포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배뇨를 억제하고 혈압을 올림)의 합성을 촉진하는 한편 심장관상동맥의 수축을 초래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는 ACE1, ACE2로 나뉜다. ACE1는 안지오텐신Ⅰ을 안지오텐신Ⅱ로 전환시켜 혈압을 올린다. 이를 억제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ACEi)는 안지오텐신Ⅱ의 생성을 막아 혈압을 낮춰준다.  반대로 ACE2는 안지오텐신Ⅱ(혈관수축)를 안지오텐신1-7(혈관확장)로 전환시켜 역시 혈압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작년 3월에 나온 여러 연구결과 ACE2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과정에서 출입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3월 프랑스 정부는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라도 이부프로펜(대표적 상품명 부루펜)이 아세트아미노펜(대표 상품명 타이레놀)보다 ACE2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을 추천했다. 그러나 이부프로펜이 아세트아미노펜보다 코로나19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NSAIDs는 코로나19에게 취약한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NSAIDs의 해열, 소염 작용은 코로나19의 진단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 고혈압약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약을 복용함으로써 얻는 건강상의 이익이 코로나19 감염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의사들은 기존 고혈압약의 지속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정량 복용

 

아세트아미노펜은 8시간 간격으로 2알씩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1알은 보통 500mg이다. 하루에 최대 8알 4000mg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증상이 심하면 6시간 간격으로 2알씩 복용하는 것까지만 허용된다.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은 작용시간을 6시간에 8시간으로 늘린 것이다. 한번에 2알씩 하루 3번 복용하면 총량이 3900mg이 된다. ER서방정은 속방정 490mg과 서방정 160mg이 2층 구조로 돼 있다. 2018년 한 때 ER서방정은 과용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며 제품 허가가 취소될 뻔했으나 약효의 장기간 지속이라는 장점 때문에 시판이 유지되고 있고 코로나19 부작용 대응 측면에서도 500mg 일반 제품보다 유리하다. 


참고로 ‘어린이용타이레놀정’은 한 알에 80mg이 들어 있으며 1회 복용량은 생후 6개월 이하가 80mg, 만 2~3세가 160mg, 만 4~6세가 240mg, 만 7~8세가 320mg, 만 9~10세가 400mg이다. 하루에 4~6시간마다 필요시 복용한다. 


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의 차이


이부프로펜은 통증 유발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COX-2 효소를 억제해 통증을 줄이고, 해열 효과가 뛰어나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효과도 있어 감기·두통·치통·근육통생리통·해열과 가벼운 신경통 완화 등에 널리 쓰인다.

 

아스피린보다는 적으나 사용자의 5~15%가 위통 복부팽만감·오심·속쓰림 등 위장장애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은 다른 진통제에 비해 해열효과가 뛰어나고 진통효과도 상당하지만 소염효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염증을 동반한 통증에는 쓰지 않는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최고약물유효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복용 후 30~120분, 반감기가 45~180분으로 약효가 신속한 대신 빨리 소멸되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4시간마다 복용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계열에 비해 위장장해가 적고, 천식이 있거나, 다른 진통제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적은 용량으로도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다른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최 모씨(65)는 “의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며칠간 술을 먹지 말라고 했다”며 “백신을 맞으면 타이레놀을 복용해야 하고 이 때문에 간이 손상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모든 백신 접종 후 며칠은 인체가 면역을 형성하느라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술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권고사항일 뿐이다. 


타이레놀 품절에 약국마다 손님 원성 


백신 접종 후 고열, 근육통 때문에 타이레놀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그 이름값 때문에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 대신 굳이 ‘타이레놀’을 달라는 사람이 늘면서 ‘품귀현상’에 빠졌다.


환자들은 오직 타이레놀을 먹어야만 백신 부작용이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일 성분의 다른 약을 권해주는 약사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한 단일 성분 일반의약품은 전날 기준 70품목이나 허가돼 있다며 시중 유통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동일한 효능·효과를 가진 제품이므로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알맞은 용법·용량으로 선택·복용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사실 약국에서 타이레놀의 마진이 적어서 약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500mg짜리 10정의 경우 통상 1700원에 들여와 300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어떤 약국은 2000~2500원에 팔기도 하며 서울 강남의 경우 비싼 임대료 때문에 3500원을 책정하기도 한다. 


약사들은 약국이 ‘타이레놀 판매소’가 돼버렸다며 정부와 언론이 자꾸 고유 상품명인 ‘타이레놀’을 언급하는 바람에 ‘타이레놀 대란’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약사는 “환자들이 백신 접종 전 타이레놀을 맞아야 한다면서 약을 달라고 하지만 진작에 떨어져서 애를 먹고 있다”며 “접종 전에 미리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도 곧이 들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의 ‘공적 마스크’에 이어 올해는 ‘공적 타이레놀’이 돼버렸다”며 “타이레놀을 판매하는 존슨앤드존슨 측이 마진이 더 좋은 편의점용 타이레놀 공급을 늘리는 바람에 약국 공급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용 타이레놀은 ‘안전상비약’으로  한 알의 용량은 500mg으로 일반의약품과 같지만 포장단위는 10정이 아닌 8정이다. 가격은 3000~3200원 수준으로 정당 가격으로 보면 약국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이에 일부 약사들은 “ ‘타이레놀 대란’은 성분명 조제가 아닌 상품명 조제가 빚은 부작용 중 하나일 것”이라며 “이참에 성분명 조제 도입을 보건당국에 적극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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